남장해서라도 학교 갔다, 첫 아프간 여성언론사 만든 여기자
자흐라 조야(29)는 아프가니스탄 최초 여성 전문 뉴스 통신사인 루크샤나 미디어를 설립한 여성 언론인이다. 꿈과 열정이 넘쳤던 그의 일상은 한 달여 전에 완전히 바뀌었다. 여느 날처럼 카불의 집을 나와 사무실로 걸어서 출근했던 지난달 15일 퇴근길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면서다. 총을 든 남성들이 길모퉁이를 지키고 있었고, 조야는 두려움에 떨며 집으로 도망쳐와 문을 걸어 잠갔다.
조야는 일상을 잃었지만, 루크샤나가 없어진 건 아니다. 지금도 탈레반 치하에서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끊임없이 알리고 있다. 카불의 사무실이 아닌, 영국 호텔의 작은 책상에서라는 사실만 달라졌을 뿐이다. “가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지만, 나는 목적이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노트북을 열고 다시 기자가 된다”는 조야를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영국 호텔에서 만났다.
남자 이름, 남자 옷 입고…매일 2시간 걸어서 학교
조야는 약 10년간 지역 뉴스 통신사와 카불의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학 시절 검사를 꿈꿨지만, 친구의 제안으로 며칠간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기자라는 직업에 매료됐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여기자로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유일한 여기자일 때도 있었고, 동료나 사람들에게서 ‘여자라서 안 된다’, ‘집에나 가라’는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기자이고, 여기 있을 권리가 있다”고.
지난해 12월 그는 사비를 털어 루크샤나를 설립했다. 카불 정부에서 커뮤니케이션 부국장으로 근무하던 때다. 루크샤나는 대부분 22~23세의 여기자들이 전국의 여성과 소녀의 이야기를 보도하는 여성 전문 뉴스 통신사다. 조야는 “여성, 특히 나 같은 소수민족 여성들이 공직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조야가 속한 하자라 공동체는 대부분 이슬람 시아파 종파 출신으로, 오랫동안 탈레반으로부터 박해를 받아왔다. 가장 친한 친구도 탈레반의 공격으로 잃었다.
22~23세 여기자 주축 여성 전문 뉴스통신사
집에서 숨어 지내던 조야가 어느 날 “거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도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간 거리에는 여성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사방에는 탈레반의 흰 깃발만 나부꼈다. 하지만 오래 있진 못했다. 탈레반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은신 끝에 어렵게 공항에 도착했지만,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이틀간 군중 사이에 갇혔다. 탈레반은 공포탄을 쏘며 ‘우리나라를 떠나면 안 된다’면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때렸다. 다행히 영국 군인을 만나 겨우 영국행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이제 안전한 곳에 있지만, 조야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프간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멈추진 않는다. 조만간 루크샤나 영어 웹사이트도 열 예정이다. “탈레반이 총과 엄격한 규칙으로 아프간 여성의 정신을 파괴하려 할 순 있지만, 우리 모두를 침묵하게 할 순 없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저항할 겁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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