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도 나선 기후 위기..한국판 '그레이 그린' 600명 모였다
한국판 '그레이 그린'(Grey Green)이 첫발을 내디뎠다. 해외에서 노년층이 주도하는 환경 운동이 점차 대두하는 가운데, 국내서도 600명 넘는 노인들의 뜻을 모은 시민단체가 출범을 선언했다. 그레이 그린이란 환경 운동에 앞장서는 노인층을 뜻하는 신조어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엔 윤정숙(63) 녹색연합 상임대표, 안재웅(81)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이경희(74) 환경정의 이사장, 박승옥(68) 햇빛학교 이사장 등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환경운동가이자, 실버 세대이며, '60+ 기후행동 서명운동'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것이다. 60+ 기후행동은 60세 이상인 '그린 그레이' 600여명의 서명을 받아서 만든 환경 운동단체다.
60+ 기후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년이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서명인들을 위해 온라인 생중계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든 피켓엔 "성장사회를 넘어 녹색사회로 노인이 앞장서자" "노년이 합니다. 전환마을! 전환도시!"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기후 위기, 기성세대의 책임" 강조
이 자리에선 "기후위기에 대응할 필요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80대 대표로 발언에 나선 안재웅 이사장은 "지구온난화 주범인 대기 오염물질의 70%를 세계 100대 기업이 배출했다고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대기업들에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은 "60+ 세대들의 기후 행동을 독려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부터 차 없는 거리, 가로숲길을 만드는 등 작은 친환경 실천을 하면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노인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 기업에도 변화를 호소했다. 60+ 기후행동은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양당 정치 등 현실정치가 안고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환경 관련 정책을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 기업도 인간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구조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60+ 기후행동은 서명운동을 마친 뒤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앞으로 석탄 화력발전에 반대하는 시위 같은 구체적 행동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한 서명운동은 22일 자정 기준으로 60세 이상 시민 524명과 수녀 106명이 참여했다. 전·현직 대학교수와 시인, 변호사, 언론사 대표, 종교인 등 사회 각계가 서명에 동참했다고 한다.
해외 그레이 그린은 이미 '활동 중'
지난 1일 미국에선 환경운동가 빌 맥키번이 60세 이상 시민들의 기후 변화 대응 운동인 '제3의 행동(Third Act)'을 창설했다. 맥키번은 자신의 트위터에 "기후와 인종, 경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경험 많은 미국인', 즉 나와 같은 60세 이상이 나서야 한다"고 남겼다. 독일엔 2019년 9월 설립된 '미래를 위한 할머니'(Omas for Future)라는 단체가 활동 중이다. 독일 전역에 40개 지부를 둔 이 단체는 나무를 심고 팟캐스트로 기후위기 문제도 알리고 있다.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이번에 출범하는 기후위기 60+도 전 세계적인 그린 그레이 운동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청년들이 나서는 걸 본 노년층이 기후위기 대응 운동에 함께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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