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얼굴에 관한 이야기

박정우 2021. 9.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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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으로 포착한 얼굴, '왜 얼굴에 혹할까' 저자 최훈

[박정우 기자]

마스크가 우리의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비대면이 일상화된 요즘이라지만 우리는 여전히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소통한다. 어쩌면 이런 시절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의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행위가 더욱 중요하고, 소중해진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과연 '얼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출간된 지각 심리학자 최훈 교수의 <왜 얼굴에 혹할까>는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으로 포착한 얼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관련하여 지난 9일 최훈 작가를 만났다. 이 책의 부제와 제목에 궁금한 모든 것을 담고 있으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내면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대체 '왜 얼굴에 혹하는 겁니까?' 
  
 <왜 얼굴에 혹할까> 표지 이미지
ⓒ 박정우
-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으로 끌고 들어와 연구하는 심리학자'라고 하는데, 관련하여 자기소개를 한다면?
"'지각 심리학이 뭐냐?'는 말은 지금까지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웃음) 사람들이 심리학하면 프로이트나, 정신질환자의 상담을 도와주거나, 혹은 범죄드라마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러를 주로 연상하지만 심리학도 여러 세부 분야가 있다. 지각 심리학이란 쉽게 말하면 감각과 관련한 심리학이다. 우리 뇌가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환경의 정보를 받아서 이 외부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착시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 그래서 '지각 심리학'은 심리학이면서 동시에 시각 과학이기도 하다."

- 최근 출간한 <왜 얼굴에 혹할까>는 어떤 책인지 소개해 달라.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얼굴'을 좋아한다.(웃음) 사실 모든 사람들이 얼굴에 혹하기도 하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얼마 전에 친한 동생이랑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한 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고 전화를 끊기 전에 '우리 조만간에 꼭 한번 보자'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목이 쉬도록 대화를 했는데도 얼굴을 안 보면 이상하다.

왜 그럴까? 인간은 얼굴로 소통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통해 서로 간에 정보를 주고받고, 이해하는 존재라서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얼굴에 너무 무심하다. 외모를 가꾸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얼굴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고 할까? 이를테면 표정은 마음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인데 대부분은 표정 짓는 걸 너무 어색해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을 통해 얼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얼굴로 하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 요즘 '관상 is 사이언스'라는 말이 유행이다. 심리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상을 통해 운명을 점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얘기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인상으로 사람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을 것 같다. 보통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배신할 상이네, 혹은 착하고 성실하겠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곤 한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을 저지른 연예인의 기사를 보면서 '쟤 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니?'라는 뉘앙스의 대화도 나눠본 적이 있을 거다.

심리학적으로 얼굴이나 외형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만약 이렇게 얼굴을 통해 어떤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행위가 전혀 맞지 않았다면 아마 인류는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을 거다. 그런데 이 판단이 어느 정도 맞으니까 계속 써왔던 거다. 실제로 음소거가 된 어떤 사람의 동영상을 보여준 다음 영상 속 사람의 성격을 가늠하는 실험을 했더니 외향성/내향성 같은 성격을 잘 맞췄다. 이건 결국 인상과 성격은 어느 정도 상관이 있다는 증거다. 이걸 전문 용어로 '찰나적 판단'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현상은 피그말리온 효과와 자기 충동적 효과가 상호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만약 내가 남성이라고 했을 때, 성격이 소심하고 얌전하지만 마동석처럼 생겼다면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만히 있어도 애들이 내 말을 잘 듣는다. 알고 보면 나는 싸움도 못하고, 소심하고 얌전한데! (웃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좀 더 대범하게 행동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변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발표를 해보라고 했더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전 A형이라 소심해서 못해요." A형이 소심하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런 말을 계속 들으면서 자라다 보니 성격이 그렇게 형성되는 면이 있다는 거다.

또 하나 조심스러운 건 원래 '과학'이라고 하려면 절대적으로 맞아야 한다. 그런데 인상이라는 건 심리학적으로 보면 아무 정보 없이 찍는 것보다 확률이 좀 더 높다는 거지, 외형을 보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관상 is 사이어스'라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측면은 있지만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존재이므로."
 
 최훈 저자 사진
ⓒ 박정우
 
-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은 직업군에게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게 나의 첫인상을 좋게 보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 준다면?
"보통 첫인상이 정해질 때 '매력을 보고, 신뢰를 들으며, 주도성을 만진다'고 한다. 얼굴로 매력을 캐치하고, 목소리 톤으로 신뢰도를 올리고, 악수가 강할수록 외향적이고 주도적으로 느낀다는 말이다. 성형이나 시술, 화장을 제외하면 TPO(옷은 시간, 장소, 경우에 따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에 맞는 옷차림, 낮은 목소리 톤도 인상을 좋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걸 호감의 상호성이라고 하는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를 좋아하고 우호적인 사람에게 호의를 느낀다. 예컨대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향해 몸을 숙이는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또 상대에게 관심이 있고, 좋아한다는 걸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미소도 있다.

다만 이런 행동들이 자연스러움이라는 기반아래 행해져야지 너무 과도하거나, 티 나는 행동은 좋지 않다. 인간은 자신과 유사한 점이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래서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하면 무의식적으로 호감도가 올라가지만,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내 행동을 따라한다는 걸 캐치하는 순간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편으로 내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이 웃으면 전반적으로 호감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능력이 없어 보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니 어떤 자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내가 프렌들리하고 친절한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 <왜 얼굴에 혹할까>에서 아이돌의 퍼포먼스 속에도 여러 심리학 원리가 적용되어있다는 내용이 특히 흥미로웠다. 몇 개만 소개해 주신다면?
"우선 심리학에서는 치어리더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혼자 서있을 때보다 여러 명이 서 있을 때 매력이 올라가는 효과를 말한다. 그리고 가장 비주얼이 좋은 멤버가 가운데 섰을 때 집단 전체의 매력이 올라간다. 보통 기획사에서는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솔로냐, 그룹이냐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뇌가 한꺼번에 처리하는 용량이 4개 정도다. 이를 '작업 기억 용량의 한계'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4명 이하면 의상도 맞춰 입지 않고, 춤도 각각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7~8명 이상이 제각각으로 춤을 추고, 의상도 맞추지 않으면 사람들은 정신없다고 느낀다.

4명이 넘어가면 우리 뇌의 시각적 조직화 처리 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냥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멤버수가 많은 아이돌의 경우 칼군무를 보여주는 편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 마마무나 2NE1,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 소녀시대나 엑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딱히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서, 일상을 잘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쓸데없는 강의도 많이 개설하는 편이다.(웃음) 일명 '듣보의 심리학'이라는 교양 과목인데, 듣는 것과 보는 것의 심리학의 줄임말이다. 마술, 미술, 음악 등의 영역에서 심리학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부하는 과목이다. 이런 식으로 좀 더 재미있게 연구하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면서 살고 싶다.

책을 쓴 것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안에서 학자로서의 사명과 책임도 다 할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한국심리학회 KPA'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 주시면 좋겠다.(웃음) 비영리 기관이라서 수익은 전혀 없다. 요즘 가짜 심리학이 너무 횡횡하고, 그에 따른 피해도 많아서 사람들에게 올바른 심리학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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