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 함께 건물주나 돼볼까?_돈쓸신잡 #12

김초혜 입력 2021. 9. 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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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일도 수백억짜리 건물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리츠에 주목해보자.
「 스타들의 빌딩 쇼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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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을 떠올려보자. 스타 중에서도 오랜 시간 최정상급 지위를 유지해온 스타를 생각해보자.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건물주다. 그들은 수십억 혹은 수백억짜리 빌딩을 소유하고 거기에서 월세 수입을 챙긴다. 스타들이 빌딩을 샀다는 기사는 언제나 많이 읽히는 뉴스다. 그런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호의적이지 않다. “왜 이런 것을 기사로 썼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라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기꺼이 그런 기사를 클릭한다. 그래서 비록 악플이 달릴지언정 언론에게도 연예인의 빌딩 매수 소식은 좋은 뉴스거리다. 이런 뉴스가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만큼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비싼 물건을 사는 건 죄가 아니다. 스타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대출 실행 능력을 앞세워서 건물을 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 사회는 기승전부동산이다. 당장 주변 사람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뭐하실래요?”라고 물어봐라. 상당수는 “집 사야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꿈은 높아도 현실은 비루하다. 로또 1등에 몇 번이나 당첨된다고 해도 우리는 연예인이 매입한 빌딩은 꿈도 꿀 수 없다. 즉, 이번 생에 건물주가 될 확률은 낮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이 무엇인가. 기회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일도 수백억짜리 건물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리츠에 주목해보자.

「 대기업 본사 빌딩을 소유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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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다. 해석하면 ‘부동산투자신탁’이다. 부동산 운영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그 돈으로 상업용 건물에 투자한다. 그리고 그 건물로부터 얻은 임대수익을 다시 투자자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이것이 리츠 투자의 기본 원리다. 즉, 리츠에 투자한다는 건 건물 지분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서 월세처럼 따박따박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리츠 상품은 평범한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장벽이 높았다. 주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란 금융사가 VVIP처럼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상품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리츠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증시에 상장한 SK리츠가 대표적이다. 공모단계에서 청약 경쟁률이 552대1에 달할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 상품은 SK그룹 본사 사옥과 전국에 깔린 SK에너지 주유소에 투자한다. 이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분기별로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즉, SK리츠 주식을 보유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함께 SK 본사 빌딩과 주유소를 공동 구매한 후에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현재 이 상품의 배당률은 약 5.4%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한해 5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1억원을 투자했다면 500만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참고로 서울 상업용 건물의 평균 임대 수익률은 2~4% 정도다.

당연히 실제 빌딩과는 다르게 팔고 싶으면 언제든 곧바로 처분할 수 있다. 리츠 역시 주식 상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자산은 장기적으로 보유하며 조금씩 지분을 늘려야만 의미가 있는 상품이다. 거래(trading)의 관점이 아니라 투자(investing)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으로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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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에서 리츠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상품은 이제 10여 개가 조금 넘는다. 하지만 굳이 한국 시장만 쳐다볼 필요는 없다. 선진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자본주의가 일찍 자리 잡은 나라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리츠 시장이 활성화됐다. 특히, 미국은 거의 모든 자산을 증권으로 치환하는 국가다. 이 나라에서는 교도소마저 리츠 상품으로 개발돼 증시에 상장돼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리츠가 투자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카지노 시설, 요양 시설, 냉동 물류 창고, 특급호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또한 이런 리츠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ETF 상품까지 마련돼 있다. 대부분의 리츠 배당 수익률은 당연히 은행 적금 금리보다 월등하게 높다.

물론, 리츠 상품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건물주 역시 공실이 발생하면 임대수익을 거두는 데 차질이 생기듯, 리츠 역시 상황에 따라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여행 자체가 올스톱됐을 때, 호텔에 투자하는 리츠의 주가는 급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배당금 지급마저 중단됐었다.

「 그럼에도 매력적인 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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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라고 해서 100% 확률로 무조건 돈을 버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건 빌딩에 투자한 스타도 마찬가지다. 건물가격이 내려가고 세입자를 찾을 수 없으면 아무리 빌딩을 보유하고 있어도, 대출 이자조차 내기 버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리츠를 유망 투자처로 꼽으며 꾸준히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도 리츠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그리고 실제로 리츠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리츠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이 월세처럼 정기적으로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 그 자체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 상당수가 돈을 잃는 건 성급하게 주식을 사고, 팔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우량주에 투자하고도 조금만 가격이 출렁이면 겁을 먹고 주식을 팔고, 며칠 뒤에 주가가 오르면 다시 산다. 즉,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 걸 꾸준하게 반복하니까 우량주에 투자하고도 돈을 벌지 못한다.

그런데 리츠처럼 정기적으로 고배당을 주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면 장기투자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는 하나다. 부동산은 쉽게 사고팔 수가 없어서 즉흥적인 감정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주식은 하루에도 100번을 사고팔 수 있다. 단언컨대, 부동산을 대하는 마음으로 우량주를 사면 주식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리츠 상품 역시 일종의 주식이다. 하지만 이 상품에 투자할 땐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에 투자하고 거기에서 임대수익을 받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 리츠에 투자하면서도 단기 거래할 생각을 한다면, 냉정하게 얘기해서 주식을 안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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