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 함께 건물주나 돼볼까?_돈쓸신잡 #12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비싼 물건을 사는 건 죄가 아니다. 스타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대출 실행 능력을 앞세워서 건물을 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 사회는 기승전부동산이다. 당장 주변 사람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뭐하실래요?”라고 물어봐라. 상당수는 “집 사야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꿈은 높아도 현실은 비루하다. 로또 1등에 몇 번이나 당첨된다고 해도 우리는 연예인이 매입한 빌딩은 꿈도 꿀 수 없다. 즉, 이번 생에 건물주가 될 확률은 낮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이 무엇인가. 기회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일도 수백억짜리 건물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리츠에 주목해보자.
그동안 한국에서 리츠 상품은 평범한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장벽이 높았다. 주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란 금융사가 VVIP처럼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상품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리츠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증시에 상장한 SK리츠가 대표적이다. 공모단계에서 청약 경쟁률이 552대1에 달할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 상품은 SK그룹 본사 사옥과 전국에 깔린 SK에너지 주유소에 투자한다. 이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분기별로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즉, SK리츠 주식을 보유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함께 SK 본사 빌딩과 주유소를 공동 구매한 후에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현재 이 상품의 배당률은 약 5.4%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한해 5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1억원을 투자했다면 500만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참고로 서울 상업용 건물의 평균 임대 수익률은 2~4% 정도다.
당연히 실제 빌딩과는 다르게 팔고 싶으면 언제든 곧바로 처분할 수 있다. 리츠 역시 주식 상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자산은 장기적으로 보유하며 조금씩 지분을 늘려야만 의미가 있는 상품이다. 거래(trading)의 관점이 아니라 투자(investing)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리츠가 투자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카지노 시설, 요양 시설, 냉동 물류 창고, 특급호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또한 이런 리츠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ETF 상품까지 마련돼 있다. 대부분의 리츠 배당 수익률은 당연히 은행 적금 금리보다 월등하게 높다.
물론, 리츠 상품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건물주 역시 공실이 발생하면 임대수익을 거두는 데 차질이 생기듯, 리츠 역시 상황에 따라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여행 자체가 올스톱됐을 때, 호텔에 투자하는 리츠의 주가는 급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배당금 지급마저 중단됐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리츠를 유망 투자처로 꼽으며 꾸준히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도 리츠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그리고 실제로 리츠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리츠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이 월세처럼 정기적으로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 그 자체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 상당수가 돈을 잃는 건 성급하게 주식을 사고, 팔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우량주에 투자하고도 조금만 가격이 출렁이면 겁을 먹고 주식을 팔고, 며칠 뒤에 주가가 오르면 다시 산다. 즉,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 걸 꾸준하게 반복하니까 우량주에 투자하고도 돈을 벌지 못한다.
그런데 리츠처럼 정기적으로 고배당을 주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면 장기투자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는 하나다. 부동산은 쉽게 사고팔 수가 없어서 즉흥적인 감정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주식은 하루에도 100번을 사고팔 수 있다. 단언컨대, 부동산을 대하는 마음으로 우량주를 사면 주식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리츠 상품 역시 일종의 주식이다. 하지만 이 상품에 투자할 땐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에 투자하고 거기에서 임대수익을 받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 리츠에 투자하면서도 단기 거래할 생각을 한다면, 냉정하게 얘기해서 주식을 안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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