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팀 분석실] '펩 바이에른' 스타일의 서울, 상대팀 앞서는 판단력이 무기

김정용 기자 2021. 9. 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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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수 FC서울 감독이 새로 도입한 유연한 대형변화는 펩 과르디올라(현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바이에른뮌헨 시절 보여줬던 축구와 비슷하다.

복잡한 대형 변화를 선수들이 소화했을 때 이득을 보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다.

이런 대형 변화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뮌헨 시절 즐겨 썼다.

그러나 전반전 서울은 윙어 강성진이 공을 잡았을 때 가까운 미드필더 백상훈이 수비적인 타입이라 측면에서 원활한 콤비네이션 공격을 진행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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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새로 도입한 유연한 대형변화는 펩 과르디올라(현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바이에른뮌헨 시절 보여줬던 축구와 비슷하다. 복잡한 대형 변화를 선수들이 소화했을 때 이득을 보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다.


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1 30라운드를 가진 서울과 인천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연승 행진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 1승 2무를 거두며 그 전 6경기 1무 5패로 심각한 부진을 보였던 것보다는 개선된 모습이다. 안 감독의 중도 부임이 효과를 내는 중으로 볼 수 있다.


▲ 자리잡아가는 안익수식 대형 변화


서울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한 경기에서도 안 감독이 원하는 대형 변화를 어느 정도 구현했다. 서울의 기본 포진은 4-3-3 포메이션에 가까웠다. 여기서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이 수시로 후방에 내려가고, 두 수비수 오스마르와 이한범이 좌우로 벌리면서 스리백을 만든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도 자주 후방으로 내려간 적이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작동방식이 좀 다르다. 대표팀에서 기성용이 후방으로 내려가는 건 센터백을 벌리는 만큼 좌우 풀백을 적극적으로 전진시키는 과정인 경우가 많았다. '라 볼피아나'라고 불리는 유명한 전술이다. 반면 최근 서울을 기성용이 뒤로 내려가면, 풀백인 이태석과 윤종규가 오히려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자리를 잡는다. 결국 대형은 3-2-4-1로 바뀐다.


▲ 대형변화의 의미 살리기 힘들었던 2선 조합


그러나 서울의 대형변화만으로는 이득을 취할 수 없었다. 서울은 4-3-3에서 3-2-4-1로 포진을 바꾼 채 꽤 긴 시간을 보냈다. 이런 대형 변화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뮌헨 시절 즐겨 썼다. 풀백이 측면에서 제한적인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넘나들며 플레이하면 공격시 빌드업을 돕는 미드필더가 더 생기고, 상대 역습을 방어할 때도 더 위험한 자리를 선점하는 효과가 생긴다. 일명 '인버티드 풀백(inverted full-back)'이다.


이 대형을 갖췄을 경우 풀백이 측면 공격에 가담하기 힘들다. 대신 좌우 윙어가 한껏 전진한 위치에서 공을 받아 드리블로 공격을 시작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윙어가 상대 측면 수비수와 일대일 돌파를 하게 상황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농구에서 더 많이 쓰는 용어로는 아이솔레이션 공격이다. 바이에른은 윙어인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이 공격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자주 만들어 주는 건 효과적이었다. 서울 역시 윙어들이 측면으로 크게 벌려 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그러나 서울은 이날 신예급인 권성윤, 강성진을 측면에 배치했다. 이들에게 공격권을 몰아주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풀백이 공격가담하기 힘든 대신 중원 장악을 도와주므로, 대신 중앙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빠지며 윙어와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2016년 바이에른이 윙어 킹슬리 코망 옆에 본업이 윙어인 더글라스 코스타를 중앙 미드필더처럼 배치, 두 선수의 호흡을 통해 유벤투스 수비를 붕괴시킨 경기가 유명하다. 그러나 전반전 서울은 윙어 강성진이 공을 잡았을 때 가까운 미드필더 백상훈이 수비적인 타입이라 측면에서 원활한 콤비네이션 공격을 진행하기 힘들었다. 강성진이 공을 잡고 백상훈이 측면으로 침투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기성용(FC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상대 허를 찌르는 전진 타이밍이 곧 득점기회


서울 공격이 위협적인 장면은 대부분 3-2-4-1 대형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아니라, 기습적으로 유연한 위치 변화를 통해 인천의 허를 찌를 때 나왔다. 포메이션 자체를 통해 이득을 보는 게 아니라 기성용, 이태석, 윤종규, 고요한 등 대형변화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능동적인 판단으로 더 유리한 위치를 잡을 때 여러 번 인천의 허를 찌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기성용이 만들어낸 득점 기회 2개다. 기성용은 빌드업 단계가 끝난 뒤 본연의 역할인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로 올라가 있다가, 이 위치에서도 소극적으로만 뛰는 게 아니라 가로채기나 기습적인 전진 기회가 보이면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오프사이드로 무산된 골과 도움이 각각 1회씩 있었다. 서울의 가장 아까운 장면들이었다.


측면에서도 이태석이나 윤종규가 풀백 자리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기계적으로 오가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 인천을 혼란시켰다. 특히 이 대형에 어울리는 고요한은 풀백, 중앙 미드필더, 윙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답게 이태석과 유연하게 위치를 조정하며 때로는 기습적으로 측면을, 때로는 기습적으로 중앙을 공략해 효과를 봤다.


기성용도 경기 후 "더 유기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며 "언제든지 상황이 된다면 전방에 가서 서포트를 해줄 수 있다. 골 욕심은 늘 있다. 나갈 수 있을 땐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다"라는 말로 경기 상황을 봐서 공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서울이 여전히 안고 있는 과제는 90분 내내 비슷한 경기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안 감독은 후반전에 조직이 무너지는 현상을 여러 번 거론했다. 최근 서울처럼 강한 압박과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경기를 지배하려는 팀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전성기 바르셀로나조차 막판 20분 동안 경기력이 저하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었다. 안 감독은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고, 교체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 비프로일레븐 제공 자료 캡쳐,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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