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입가경 대장동 의혹, 신속한 수사가 답이다

2021. 9. 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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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은혜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위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상규명보다 정쟁으로 몰아가는 정치권


관련자들 잠적 우려 … 돈 흐름 추적해야


추석 연휴에 “화천대유하세요”란 인사말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정작 현실은 사실과 주장·의혹·반박이 뒤엉킨 채다. 정치권의 프레이밍 전쟁은 혼돈만 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실과 증언이 늘어갈수록 해명의 화살표는 명확하게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특검 카드를 내밀었다. 이 지사 측은 “국민의힘 부패세력과 토건세력이 이 지사에게 일격을 당하며 부동산개발 사업권을 빼앗겼다가, 금융기관의 외피를 쓰고 다시 나타난 것”이라고 맞선다. 이른바 ‘이재명 게이트’ 대 ‘국민의힘 게이트’다. 진상 규명보단 진영을 앞세워 정쟁으로 몰아가는 구태다.

분명한 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유독 이례적인 일들이 겹치면서 이 지사의 ‘성공한 공공개발’이란 주장과 달리 민간, 특히 소수의 몇 명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사업자 선정은 사업 계획서 접수 하루 만에 이뤄졌고 사업 시행권은 공모 1주일 전에 설립된 신생업체인 화천대유가 가져갔는데, 경쟁업체들이 가점 항목을 ‘포기’한 때문이었다. 통상 수도권 토지사업은 공공이 전담하는데 대장동에선 민간이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1800억원대)보다 더 많은 이득(4000억원대)을 가져갔다. “지하철 9호선 사업 때 민간에 과도한 이득을 보장했다는 논란 이후 공공과 민간의 이익을 조정해 왔는데, 대장동에선 그게 없어서 이례적”(심교언 건국대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선정 과정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거나 민간이 이익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러니 민주당에서도 “이 지시가 관련돼 있지 않더라도 담당 공무원과 개발업체 간에 부적절한 관계나 의혹이 나올 수 있다”(김종민 의원)는 말이 나온다.

기이한 건 또 있다. 개발사업엔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한데 법조인들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지사가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 등이 고문으로 있었다. 권 전 대법관은 “전화 자문 정도를 했고 출근도 안 했다”고 해명했는데, 화천대유 측에선 “(1500만원 월급에) 상응하는 일을 했다”고 하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번 사건은 등장인물이 많지만, 워낙 큰돈이 오고 간 만큼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된다. 외려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경찰 등 수사기관이 총동원되고 있다. 이번 사건도 못지않은 결기로 다뤄야 한다. 주요 관련자들이 사실상 주변과 연락을 끊고 있다니 수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이 지사 측도 수사 요구에 “100% 동의한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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