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에 서니 탁 트인 산·들·바다.. 막혔던 내 마음도 탁~

남호철 2021. 9. 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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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더 매력적인 서산 팔봉산
일몰 무렵 충남 서산시 팔봉산(八峯山) 2봉에서 내려다본 서해. 붉은 노을에 물든 가로림만 주변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놓고 있다. 오른쪽 앞 탑을 쌓듯 치솟은 거대한 바위 군락이 1봉이다.


충남 서산 팔봉산(八峯山)이 산·들·바다가 어우러진 가을 산행지로 인기다. 해발 362m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뛰어난 조망이 압권이다. 최고봉인 3봉에 오르면 산 아래 농촌마을과 탁 트인 리아스식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대산석유화학단지, 천수만 AB지구 간척지까지 시야에 잡힌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소나무 숲도 일품이다.

금북정맥 끝자락에 놓인 팔봉산은 팔봉면 어송리 양길리 금학리에 걸쳐 있다. 이름처럼 8개의 암봉이 능선으로 이어진다. 팔봉산은 기암과 암릉, 조망권이 가장 큰 매력이다. 양길리마을에서 올라 1~8봉을 거쳐 어송리마을로 내려서는 종주 코스는 4㎞ 거리에 3시간쯤 걸린다. 하지만 굳이 종주할 필요는 없다. 아름다운 풍광은 1~3봉에 몰려 있다. 5봉부터는 육산이고 조망도 밋밋하다.

양길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돌로 만든 거북이가 입으로 물을 내뿜고 있다. 만세팔봉(萬歲八峯) 빗돌이 서 있는 쉼터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다.

돌계단을 5분쯤 오르면 능선이다.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로 왼쪽은 1봉, 오른쪽은 2봉을 경유 3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1봉은 거대한 바위 군락으로 이뤄져 있다. 크고 작은 바위가 하늘을 향해 탑을 쌓듯 치솟은 모양이 신비롭다. 1봉 감투봉(노적봉)이다. 높은 벼슬에 오른 대감의 감투 같아서, 노적을 쌓아 올린 모양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소원을 빌면 부귀영화를 얻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봉우리 꼭대기 너럭바위에 오르면 발아래 풍광이 시원하다. 반대편 능선으로 이어진 2·3봉의 웅장한 자태도 눈에 들어온다.

왔던 길을 되돌아 2봉으로 향한다. 2봉은 힘센 용사의 어깨를 닮아 ‘어깨봉’으로 불린다. 급경사길을 지나 철계단을 올라서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럭을 빼닮은 우럭바위가 있다. 서해를 향해 삐죽 머리를 내민 모습이 영락없다. 용왕이 보낸 우럭이 팔봉산 경치에 반해 돌아가지 않고 바위가 됐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바로 옆 바위 위에 서면 조망이 확 트인다. 엿가락을 잘라 붙여놓은 것 같은 1봉 너머 팔봉면 들판과 서해 가로림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2봉 정상에도 기묘한 바위가 우뚝하다. 코끼리바위다. 바로 옆 엉덩이를 보이는 암코끼리바위도 놓치지 말고 찾아보자.

정상인 3봉 오르는 구간은 팔봉산 등반의 백미다. 바위 사이로 난 길이 좁고 가파르다. 철계단을 올라 통천굴(용굴)을 통과하는 등 이색적인 재미는 덤이다. 전설 속의 용이 가뭄 때 비를 내려 풍년이 들게 해주고 주민들에게 복을 줬다고 한다. 통천굴은 기암절벽 바위 틈새를 비집고 한 사람씩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터널이다. 굴 입구는 다소 넓은 편이지만 위로 올라가면서 굴이 좁아져 눕혀진 쇠사다리를 딛고 비좁은 구멍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몸집이 커서 자신이 없다면 굴 옆으로 난 우회로를 이용하면 된다.

3봉은 누가 던져 놓은 듯 크고 작은 바위들이 서로 기대거나 포개어져 있다. 바위경연대회라도 하는 듯 저마다의 자태를 한껏 뽐낸다. 산상에 빚어놓은 예술작품이다. 정상에 서면 1·2봉은 물론 그동안 가려졌던 4~8봉 주 능선도 모습을 드러낸다. 가로림만 남단에 해당하는 태안군 어은리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노라마 풍광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3봉에서 내려서면 8봉까지는 평범한 능선길이다.

5봉은 8봉 가운데 별 특징이 없는 작은 봉우리다.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7봉을 지나 숲이 울창한 급경사 바윗길을 지나면 마지막 봉우리인 8봉에 닿는다. 이곳에서 어송리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서면 임도를 만난다. 양길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이 둘레길은 한적하게 걷기에 좋다. 팔봉산을 올려다보며 지나온 길을 되짚어볼 수 있다.

서산 팔봉산은 강원도 홍천 팔봉산과 많이 닮았다. 둘 다 여덟 개의 암봉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다만 서산 팔봉산에서는 바다를, 홍천 팔봉산에서는 홍천강을 본다. 용굴은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과 판박이다. 배낭을 멘 채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굴의 크기 때문에 몸을 비틀고 힘을 주어 빠져나가야 한다. 8봉에서 내려서면 편안한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팔봉산(서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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