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법'에 넣은 독소조항.. '국소마취 제외'

최정규 2021. 9.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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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수술실 CCTV법은 여러 차례 국회에서 발의되고 논의된 바 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매번 무산되었다.

국회에 발의된 세 가지 법안 어디에도 국소(부분)마취를 제외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에 대해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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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마취 수술은 촬영 대상에서 전부 빠져.. 실효성에 의문

[최정규 기자]

 지난 8월 31일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수술실 CCTV법은 여러 차례 국회에서 발의되고 논의된 바 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매번 무산되었다. 

의료계의 반발을 뛰어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시민들의 힘이 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위원장이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할 만큼 유령대리수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가는 등 유령대리수술의 심각성과 수술실 CCTV 설치의 필요성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 5월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인천 21세기 병원의 대리수술 실태, 원무과장 등 행정인력들이 수술실에서 의사 대신 칼을 들고 환자의 허리 수술을 하는 모습에 모두 경악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이끌었는데 수술영상을 찍어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의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 통과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얻은 쾌거라고 평가될 만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이 개정안을 통해 유령대리수술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에 담긴 독소조항을 보면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수술실 내 CCTV 의무녹화의 대상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로 제한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천21세기 병원 등 척추전문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수술은 대부분 국소(부분)마취로 이루어지는데, 수술실 CCTV 감시망에서 아예 제외시킨 것이다.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전신마취나 국소(부분)마취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 의식은 있지만 엎드려 누워있거나 수술포로 덮어진 상태이기에 환자가 대리수술을 자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소(부분)마취 수술을 CCTV 촬영 대상에서 전부 빠지게 한 건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남게 한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에서 부분 마취가 제외된 이유?
 
 지난 5월 24일 '인천21세기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을 보도한 MBC 보도 화면.
ⓒ MBC
국회에 발의된 세 가지 법안 어디에도 국소(부분)마취를 제외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김남국 의원안(의안번호 2102382)과 신현영 의원안(의안번호 2106456)에는 촬영대상을 '모든 의료행위'로 하였고, 안규백 의원안(의안번호 2102615)에는 국소(부분)마취라도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의 경우 촬영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그런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법안(의안번호 12206)에는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수술'이라는 문구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원래 발의된 법안에 없었던 내용이기에 법안심사소위원회 및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임시회의록에는 관련 논의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오전 10시 7분부터 오후 12시 8분까지 두 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채 슬그머니 들어 온 독소조항은 같은 날 오후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관련 언급 없이 그냥 통과했다.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에 대해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한 것이라는 칭송 또한 이어졌다. 그러나 최종 통과된 법률이 CCTV 감시망에서 '국소(부분) 마취수술'을 전면적으로 제외시킨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시민들의 환영이 분노로 바뀌지 않을까?  

이제라도 국회는 시민들에게 왜 이 법안이 최초 발의된 법안과 달리 이렇게 반쪽짜리로 축소되어 통과한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 법이 시행되는 2023년까지 국소(부분)마취수술도 CCTV 의무촬영에 포함시키는 입법적 보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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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인천21세병원의 대리수술을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의 비실명대리신고인(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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