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옥중편지 "누가 정권 차지하든 상관없어..기득권 담합에 파열구 내야"
내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횡령 등으로 9년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59)이 옥중 편지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들 기득권 세력의 담합구도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홉번 째 추석을 감옥에서 맞이하는 이석기 의원의 편지”라며 이 전 의원의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이 전 의원은 “사방을 막은 벽면에서 나오는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는 이제 줄어들어 가지만, 코로나로 인한 면회 금지 때문에 한 40여 일 동안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지금 나와 벗들을 이어주는 건 편지다. 그 편지엔 9년째 갇혀 있는 내 현실과 가석방으로 감옥을 빠져나간 이재용의 현실과 모두가 잠든 새벽에 강제 연행된 민주노총 위원장의 현실이 담겨 있다. 또 이 정부가 말하는 공평과 정의, 민주주의가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자각이 들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5년 전 우리는 가장 먼저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주의와 평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한 발 전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그저 제자리걸음만 거듭했다. 광화문의 촛불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이재용 구속’은 가석방이라는 희한한 결론으로 끝나버렸다”며 “그러니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도 아니고, 나쁜 것과 덜 나쁜 것의 대결도 아니다. 지금의 거대 여야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지만, 막상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기득권의 한 귀퉁이씩을 각자 차지하고 상대의 기득권을 조금 더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싸우는 것일 뿐이다. 이들 중 누가 정권을 차지하느냐는 우리 민중의 삶과는 아무 인연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들 기득권 세력의 담합구도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다. 누구나 불평등을 말하고, 불공정을 말하지만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평등과 불공정의 피해를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민중의 몫이다. 민중 자신이 정치의 한 축으로 일어나지 않는 한 거대 여야의 기득권 체제는 바뀔 수 없다. 우리는 현장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민중과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감으로써 이를 바꿔내야 한다. 그것이 지난 5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 준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백무산 시인은 ‘아름드리나무는 톱 같은 지혜로 베인다’면서, 성경에는 독사 같은 지혜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에겐 톱 같은 지혜가 맞는 말이라고 했다. 그것이 우리에겐 무기라고도 했다. 여기엔 편법도 없고, 요행도 없다. 저마다 현장에서 우직하게 만 사람이 한 사람처럼 떨쳐 나선다면 낡은 장벽은 물 먹은 흙담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며 “비록 우리는 헤어져 있지만 얼마 안가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진다. 한 호흡으로 지금처럼, 우리가 꿋꿋하게 싸워나간다면 새로운 미래는 이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 횡령죄로 징역 8개월, 총 9년 8개월의 징역형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대전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오는 2023년까지 복역 예정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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