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권력으로 땅 싸게 사..화천대유 떼돈 벌게 해줬다"

함종선 2021. 9. 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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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팀 의원들이 대장동 현장을 찾았다. 국회사진기자단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논·밭 96만㎡(약 29만평)에 아파트 5903가구를 조성한 '대장동 프로젝트'는 국내 도시개발사업 중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통상 도시개발사업은 수많은 지주를 설득하는 이른바 '땅작업'을 해야 하고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 착수부터 아파트 분양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장동 프로젝트는 이를 3년여(2015년 8월~2018년 12월) 만에 끝냈다.

대장동 프로젝트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수익성 면에서도 그렇다. 시행사인 성남의뜰의 수익성도 높지만 성남의뜰 콘소시엄에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한 화천대유의 수익성은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라는 게 건설부동산업계와 부동산금융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본금 3억1000만원인 화천대유의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1540억원이다.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고 회사에 쌓아둔 이익이 이렇게 많다는 뜻이다. 또 화천대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1%(매출액 6970억원,영업이익1479억원)로 수익성이 높은 회사로 손꼽히는 삼성전자(15%)보다도 훨씬 높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참여 ‘화천대유’ 당기손익 추이 그래픽 이미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이런 '대박'의 요인을 '공공개발 형식을 빌린 민간개발' 방식에서 찾는다. 대장동 프로젝트는 성남시가 여러 번 밝혔듯이 '민관 합동'으로 진행됐다. 우선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업 성쇠를 좌우하는 '땅작업'을 '토지수용권'이라는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해결했다. 성남시 대장동의 논을 수용당했다는 이모(62)씨는 "그 당시에 평당 600만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 땅을 평당 280만원 받고 넘겼다"고 말했다.

이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성남의뜰(SPC·특수목적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시개발사업만 20년 했다는 A시행사의 강모 대표는 "토지수용권을 통해 평당 200만원만 싸게 토지를 매입했다고 가정하고 사업부지가 30만평임을 고려하면 사업 출발부터 최소 6000억원을 벌고 들어가는 구조"라며 "SPC가 만들어진 2015년은 주택분양시장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렇게 싸고 빠르게 토지를 확보하는 경우라면 주택시장 경기와 상관없이 무조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장지구 아파트들이 분양시장에 나온 2018년 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가장 낮았던 시기이지만 높은 청약경쟁률 속에 정식 청약 순위 내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이미 2018년에 수익이 확정된 것으로 화천대유 측의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이익이 많아졌다"는 주장과 거리가 있다.

경기도의 정책연구원인 경기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징과 시사점' 10P에는 '도시개발사업은 땅의 수용과 명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 프로젝트는 성남시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나와 있다. 또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도 지난 2016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린벨트,공원예정부지 등을 수용하는 방식이어서 토지 원가가 싼 게 (이 사업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공권력으로 수많은 성남시민의 땅을 싸게 사들였지만 실제사업 주체는 민간이 되는 희한한 방식이라 '분양가상한제'도 피했다. 경기연구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시행자가 될 경우 공공택지지구 사업이어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만, 이 경우는 성남의뜰이 사업시행자로 되면서 민간택지지구 사업이 됐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사업성이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만약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으면 수요자들은 당시 더 낮은 분양가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이 프로젝트에서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가 5개 필지를 '직접 시행'한 것에 대해서도 건설부동산업계와 부동산금융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얘기한다. 대장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택지의 경쟁률이 182대 1이었는데 화천대유는 이런 필지 5개를 '수의계약'으로 확보했다. 당시 LH공공택지 등 수도권의 주요 공공택지 입찰에서는 수십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입찰'이 유행이었고,벌떼입찰 성적 상위 5위권에 드는 제일건설이 18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해당 부지를 거머쥐었다. 건설업계에서는 당첨만 되면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로또 입찰'로 여겨졌던 부지였다.

하지만 이성문 대표는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업 계획서를 제출할 때 일부 부지는 출자자가 직접 사용하겠다고 제안했고, 이게 받아들여져 계획대로 이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변호사들은 "사업계획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토지수용권을 발동한 경우는 토지 분양 관련 법률이 엄격하기 때문에 산업단지 등에서도 SPC가 직접 시행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성남개발공사는 관련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화천대유는 해당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을 1% 보유하고 있다.

B시행사의 유모 사장은 "대장동 프로젝트는 '무늬만 공공개발' 방식이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많은 성남시민의 땅을 헐값에 사들여 특정 업체가 '떼돈'을 벌게 판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도 과도한 이익이 민간에 돌아가는 사업 구도를 놓고 내부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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