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들이 찍은 '세상의 끝'은.."30대 감독 상상 벗어난 에너지 담았죠"
사진에 '세상의 끝' 담는 소녀들 여정 그려
베를린영화제서 "사춘기 시적 응축" 호평
‘어린이’를 벗고 입시 관문에 들어서는 중학교 1학년.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여름방학 숙제를 14살 소녀들은 어떻게 풀었을까. 지난 3월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어린이‧청소년 영화)에서 “사춘기 아이들의 시간을 시적으로 응축했다”고 호평받은 영화 ‘종착역’이 23일 개봉한다.
교내 사진 동아리 1학년생 시연(설시연)‧연우(배연우)‧소정(박소정)‧송희(한송희)는 촬영 횟수가 한정된 필름카메라에 ‘세상의 끝’을 담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종착역인 신창역으로 향하지만, 예상과 다른 풍경을 맞닥뜨린다.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동기 권민표(30)‧서한솔(30) 감독이 공동 각본‧연출‧편집을 맡은 졸업작품이다. 개봉 전 서울 성북구 카페에서 만난 두 감독은 기찻길을 따라간 여정을 인생에 빗댔다.
“종착역이어도 길은 계속 이어지죠”
서 감독이 먼저 기획한 영화에 권 감독이 동참했다. 해가 막 뜨는 새벽하늘을 보며 ‘세상의 끝’을 떠올린 게 영화의 시작이었다는 서 감독은 “청소년 때는 의도치 않은 작은 행동 때문에 방향을 많이 벗어나기도 한다”면서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학업 압박 때문에 종착역을 간다는 설정이 한쪽으로만 연관될 것 같았다”고 했다. “14살 여중생들 인터뷰를 보면 친구들과 공원에서 틱톡을 찍거나 간식을 먹거나 학원을 간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 친구들에게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숙제를 내준다면 새로운 장소를 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거란 생각에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면서다.
30대 남성 감독들이 발견한 현실 여중생들
처음 시나리오엔 역할과 대사가 정해져 있었지만 “30대 남성의 머릿속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전형적인 것일 수 있겠다, 현실의 에너지를 모두 담으려면 상상만으로 무리겠다, 싶었다”고 서 감독은 돌이켰다.
비전문 배우이자 실제 친구 사이인 아이들을 캐스팅하려 서울의 거의 모든 중학교 연극반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학부모들에게 거절당했다. 학원에 가야 할 여름방학에 15일의 촬영 기간은 너무 길다는 이유였다.
연기학원생 대상 오디션을 통해 지금의 배우들을 만났고, 촬영 한달여 전부터 어울리며 최대한 친해졌다.
권 감독은 “여자 사촌 동생들이 많은데 아무리 곁에서 보고 들어도 영화에 (주인공의 이야기로) 반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었다”고 했다. 서 감독은 “교사인 친구들한테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 만나보니 나는 저 나이 때 그런 생각을 했지, 하는 공통점을 더 많이 느꼈다”고 했다.
학교로 끝났던 여정 ‘이곳’ 덕에 인생으로 확장
권 감독은 “지금껏 영화의 의미, 메시지에 매몰된 적이 있었는데 ‘종착역’을 하며 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가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각 준비 중인 차기작 외에 겨울 배경의 또 다른 공동 연출작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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