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탈락 김광현, 가을 바람이 차갑다

차승윤 2021. 9. 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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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김광현. 김광현이 이날 1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자 세인트루이스는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메이저리그(MLB)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 차가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소속팀 세인트루이스는 22일 기준 10연승을 달리고 있다. 2001년 이후 20년 만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이 멀어 보였지만, 어느덧 넉넉한 격차로 와일드카드 한 자리에 안착했다.

문제는 팀 상황과 정확히 반대로 흘러가는 김광현의 입지다. 시즌 중반까지 김광현은 선발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빠르게 내려간 경기가 많았지만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3.11로 준수했다. 특히 7월 4승 1패 평균자책점 2.28로 활약하며 베테랑 애덤 웨인라이트와 함께 선발진을 지켰다. 잭 플래허티, 카를로스 마르티네즈 등이 부상과 부진으로 흔들리던 시기에 선발진을 지탱했다. 성적은 중위권에서 맴돌았지만, 선발진이 무너지지 않은 덕분에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이 이탈한 지난 8월 8일까지 정확히 5할 승률(55승 55패)을 지켜냈다.

하지만 후반기 부상과 부진으로 구단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 8월 8일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다녀온 후 김광현의 팀 내 입지가 변했다. 복귀 이후 부진하자 바로 선발진에서 밀려났다. 25일 복귀전을 불펜으로 치렀고, 선발로 복귀한 8월 30일 피츠버그전에서는 부상 이력을 이유로 4이닝 1실점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지난 5일 밀워키전에서 1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자 구단은 그를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

경쟁자도 많아졌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베테랑 J.A. 햅과 존 레스터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는 중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마일스 마이콜라스, 신인 제이크 우드퍼드도 자리 잡았다. 김광현이 부상과 부진으로 허덕이는 사이 새 얼굴들이 세인트루이스 선발 로테이션을 채웠다. 웨인라이트에 이어 선발 등판 경기가 두 번째(21경기)로 많았던 김광현이지만, 늘어난 경쟁자와 사라진 구단의 신뢰 속에 결국 선발 자리를 잃게 됐다.

불펜에서도 부진하면서 향후 선발 복귀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지난 8일 LA 다저스전에 등판해 1⅔이닝 2실점, 15일 뉴욕 메츠전에서 1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추격조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불펜에서 호투를 보여주지 못하면 잔여 시즌 선발 자리가 비더라도 기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팀이 가을야구에 나가도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판 승부인 와일드카드 진출 가능성이 높은 세인트루이스에서 필승조도 아닌 김광현이 등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1선발로 가을야구를 맛봤지만, 올해엔 벤치만 지키다 가을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다가오는 FA도 문제다. 김광현은 올 시즌을 끝으로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이 끝나고 FA가 된다.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는 가치와 기회가 하늘과 땅 차이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까지 고려하면 선발 투수가 아닌 김광현의 입지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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