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펜트하우스' 김소연이 다시 쓴 악역 계보

장수정 2021. 9. 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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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모든 것' 이후 20년..그동안 내게 생긴 무언가를 잘 반영하고 싶었다"
"도전 안 했으면 천서진도 없었을 것..다음 작품에서도 도전하고파"

배우 김소연이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통해 희대의 악역을 탄생시켰다. 세 시즌 내내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열연을 펼친 결과였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최근 종영한 SBS ‘펜트하우스3’는 상위 1%만 입주할 수 있는 헤라팰리스, 국내 명문예술고등학교 청아예고를 배경으로 가진 자들의 민낯을 낱낱이 그려낸 작품이다.


김소연은 이 드라마에서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고야 마는 타고난 금수저, 유명 소프라노, 헤라클럽의 여왕벌 천서진을 연기했다. 딸 은별이를 위해선 불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 1년 6개월 동안 천서진을 연기한 김소연은 새로운 악역의 탄생에 만족감을 표했다.


“시즌1 제작발표회 때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 희대의 악녀를 만들어보겠다고. (예전에 악역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을 찍을 때는 21살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부족한 게 너무 많았다. 잘 모르고 연기를 했다. 아쉬운 게 많았다. 40살이 넘은 김소연이 20년 동안에 내게 생긴 무언가를 반영해 잘 표현해보자 싶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방관한 뒤 피가 묻은 채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부터 오윤희를 절벽에서 밀어 살해하는 모습까지. 김소연은 때로는 광기 어린 열연으로, 때로는 서늘한 얼굴로 강렬한 명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입체적인 악역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김소연의 노력이 만든 장면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나긋나긋한 멜로도 좋아한다. 하지만 한 번은 내가 가진 것들을 한번 최대치로 이용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서늘한 표정을 지었을 때, 혹은 목소리를 깔았을 때의 내 모습. 이런 걸 총집합해서 악역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편한 마음으로 했다. 출연자도 많고, 내 이야기는 하나의 줄거리라고만 여겼는데, 하다 보니 손에 땀이 쥐어지고, 욕심이 나더라. 해내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다시 생겼다. 그런 마음들이 원동력이 됐다.”


물론 천서진의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됐던 건 아니었다. 천서진의 짠한 면모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했고, 그가 왜 삐뚤어졌는지 분석하며 차근차근 몰입을 해나갔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천서진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작업들이었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천서진은 천서진이다’라고 생각했다. 공감이나 이해는 안 된다. 왜 그런 삶을 살고, ‘이 이야기를 그렇게 듣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나만큼은 ‘천서진이 맞다’고 생각했다. ‘다 끝나면 1등으로 천서진을 미워할 거야’라는 마음을 가졌지만, 그래도 연기를 할 때만큼은 천서진이 옳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연속으로 세 시즌을 하면서 천서진에게 깊은 애정이 생기기도 했다. 처음 경험해 본 김소연은 긴 시간 연기를 하는 만큼, 깊이 있게 캐릭터에 몰입을 할 수 있다는 시즌제의 장점을 제대로 느꼈다.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즐겨봤었다. 잔혹한 장면이 많은 작품이지만 연기들을 너무 잘하더라. 시즌8까지 진행이 되는데 시즌1에서의 모습보다 점점 진화하더라. 그게 부러웠다. 이렇게 시즌제를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하게 돼 배우로서 너무 값진 경험을 했다. 대본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게 흔한 경험은 아닌데 이번에 그랬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연습을 하는데 눈물이 나기도 했다. 시간이 주는 힘이라는 생각을 했다.”


워낙 강렬한 캐릭터를 남긴 만큼,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김소연은 지금처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스태프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 ‘다음 작품에선 소연 씨 못 볼 것 같아. 너무 천서진 같을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그런 걸 고민해봐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천서진을 하면서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안 했으면 이 연기를 놓쳤을 텐데 도전을 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이 뭐가 됐든 도전을 해보고 싶다. 매도 그때 맞는 걸로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상반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코미디라던지, 로코라던지. 해보고 싶은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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