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집인데 10억 비싸네"..'뻥튀기 호가' 난리난 이곳

김원 2021. 9.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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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성동구 ‘트리마제’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의 매도호가가 내일의 실거래가" 요즘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자주 나오는 표현인데, 실제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일이다.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고 여겨졌던 매도호가가 실거래가로 바뀌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매매 흥정에서 갑(甲)의 위치에 선 매도자가 호가를 올리면 실제 거래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일부에선 시세보다 수억원 높은 이른바 '뻥튀기 호가'도 등장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의 호가가 1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곳도 있다. 이런 '뻥튀기 호가'가 자칫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수요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부동산 가격에 정가(定價)는 없다고 하지만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값이 10억원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22일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2168곳의 매도호가를 수집해 분석해보니,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트리마제의 경우 18개 매물의 최고가(38억원)와 최저가(28억원) 차이가 10억원으로 조사대상 가운데 가장 컸다. 이번 조사는 수도권 5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주상복합, 분양권 제외)로 20일 기준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각 단지의 전용면적 84㎡ 매도호가를 분석한 결과다.

출처 = 네이버 부동산


이런 현상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기대감 등으로 올해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조사결과 매도호가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3억원 이상 벌어진 곳은 전체의 약 10%인 218개 단지였다.

지역별로는 경기 화성시가 22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천 연수구(13곳), 서울 서초구(12곳), 경기 남양주시(11곳), 김포시(9곳), 강동구(8곳) 등 순이었다. 화성시의 경우 GTX-A 동탄역 인근 아파트의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화성시 청계동의 시범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4.0 전용 84㎡의 경우 매도호가 최고가는 17억원, 최저가는 11억5000만원으로 5억5000만원 차이를 보였다. 이렇게 호가 차이가 5억원 이상 벌어진 단지도 수도권에 36개나 됐다.

경기 의왕시 학의동의 의왕백운해링턴플레이스1단지(2019년 입주) 전용 84㎡의 경우 매도호가 최고는 20억원, 최저는 11억원이다. 평균 호가는 13억7875만원이며, 실거래 최고가는 12억원이다. 다만 최고가 매물은 테라스가 있는 복층 구조다. 분양가가 다른 타입에 비해 3000만원가량 높았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른 아파트의 복층 구조는 보통 1억~2억원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아파트의 경우 해당 유형이 16가구밖에 없어 희소성을 갖춘 데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 가격을 더 높게 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입주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평촌어바인퍼스트 역시 전용 84㎡ 매물 최고가가 20억원에 달한다. 최저가는 12억5000만원이고, 매물 6개 평균값은 14억8333만원이다. 이 아파트 실거래 최고가는 지난 4월 거래된 12억원(20층)이다.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역시 호가 차이가 7억원(최고 16억원, 최저 9억원)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7억원),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6억7000만원),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 3차(6억7000만원) 등도 호가 차이가 큰 편이었다.

출처 = 네이버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정책 실패로 빚어진 시장 기능의 상실'로 분석한다. 현 정권 초기에 공급 확대 정책을 쓰지 않아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로 매물이 확 줄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아닌 '매도자 마음대로'의 매도호가가 매수희망자 앞에 놓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상화를 위해선 공급을 확대할 재건축 규제 완화나,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적 완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매수자 중심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만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그재그식 상승 견인 작용'이라고도 부르는데 매물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호가가 오르면서 실제 거래 가격도 오르게 된다"며 "매수자가 존재하는 한 매도자는 계속 가격을 올릴 확률이 높다. 결국 매물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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