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지막 유엔총회서 '종전선언' 또 꺼냈다..北도발 언급 없어

강태화 2021. 9. 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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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의 핵심은 또다시 ‘종전선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구상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제시했던 카드다.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연내 종전선언”을 명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구상은 ‘선 비핵화ㆍ후 종전선언’이라는 미국의 원칙과 충돌한 끝에 성사되지 못했고, 결국 2019년 2월 북·미 간의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 대화 기조까지 멈춰섰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 말기였던 지난해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유엔총회에서 재차 종전선언 카드를 꺼냈다. 특히 지난해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를 여는 문”이라며 원론적 제안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는 선언의 주체를 6·25 전쟁의 당사국인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보다 구체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나는 두 해 전 이 자리에서 전쟁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세가지 원칙으로 천명했고, 지난해에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력이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에서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다. 남북 간, 북ㆍ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는 요청을 반복적으로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종전선언을 협상의 입구로 제시했던 초기 전략을 임기말에 재차 시도해 대화 진전의 마지막 계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연설 중 “나는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본인의 구상을 끝까지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선 종전선언ㆍ후 비핵화 협상’의 필요성을 남북 유엔동시 가입 사례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유엔 동시 가입으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개의 나라라는 점을 서로 인정했지만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 가입처럼)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교류도, 화해도, 통일로 나아가는 길도 시작할 수 있다”며 남북 유엔 동시가입으로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올 전제가 마련됐다는 점을 부각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국장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 위성사진. 비교 결과 지난달 3일엔 공터에 나무만 몇 그루 심겨 있었지만(붉은 점선) 지난 14일엔 나무가 제거되고 외벽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AFP=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도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만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미 고령인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헤아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며 “동북아시아 방역ㆍ보건 협력체 같은 지역 플랫폼에서 남북한이 함께 할 때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운명 공동체로서, 또한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한국과 함께 북한에게 끊임없이 협력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대한다”며 종전선언에 이어 향후 대북 지원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편 이날 연설에서 “유엔은 ‘지구공동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규범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에 한국은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했다.

세계의 당면 과제로는 “코로나 위기로부터의 포용적 회복”과 “기후위기 대응”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선 “코백스에 2억 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고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한 축을 맡아 코로나 백신의 공평하고 빠른 보급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고, 기후 문제에 대해선 “개발도상국이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협력 협약 체결식에서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프 휘트모어 Trilink 부사장, 문 대통령, 아이진 조양제 기술총괄 대표.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마친 뒤 귀국 경유지인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동한다. 하와이에서는 22일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 행사 등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올라 23일 오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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