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 순세계잉여금 천억, 사용처 설문조사 중입니다"

배용하 입력 2021. 9. 21. 17:09 수정 2021. 9. 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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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1096억원.. "시민 1인당 94만원가량 행정서비스로 돌아갈 수 있는 금액"

[배용하 기자]

충남 논산시민들이 지방정부의 살림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행동하는논산시민들, 논산평통사, 진보당논산시위원회 등은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논산문화원과 논산시농민회사무실 등에서 이상민 박사(나라살림연구회 수석연구원)를 초청해 지난 3년간의 논산시 예결산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시살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문제점을 하나둘 발견하기 시작했다. 각자가 관심있는 문화, 농업, 교육, 복지 등에 대한 살림을 살펴보면서 꼼꼼하게 숫자를 메모하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순세계잉여금에 대해서 시민에게 알리기로 했다. 지난 8월부터 거리에서, 시장에서, 온라인에서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박현희(진보당논산시위원장)씨는 매일 아침 백제병원 사거리에서 대형 피켓으로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있다.
 
 시민들에게 설문조사에 참여할 것을 알리는 현수막
ⓒ 배용하
 
논산시 예결산서를 기준으로 보면 2017년 562억 원, 2018년 815억 원, 2019년 1472억 원, 2020년 1096억 원을 남겼다. 

지난해부터 코로나로 논산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영업자들의 생계는 막막하고, 농민들은 농산물 판로가 막혀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으며, 청년들은 몇 개의 알바를 해도 생활비는 커녕 월세를 내기에도 힘겨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대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형편인데 이 시점에서 바쁜 농사철에도 깨어있는 시민만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에 찬 보통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반가운 일이며 희망을 보는 일이다.

다음은 박현희 진보당 논산시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행동하는논산시민들의 회원들이 농민들을 찾아가 일일히 설명하고 설문을 받고 있다. (논산시 상월면)
ⓒ 배용하
 
-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시기인데 어떻게 시민을 만나고 있나?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등교하고, 농부들은 씨를 뿌리며, 청년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모임이 어렵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1인 선전과 온라인 설문조사 등으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 자치단체가 엄청난 돈을 매년 못쓰고 남긴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단 다들 놀라신다. 그동안 시의원들은 이런 거 감시 안하고 뭐했냐는 의견부터, 공무원들이 지역에서 하라는 사업을 안하고 다 반납하거나 남긴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다. 일단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라셨다."

- 설문조사와 결과를 시에 전달하는 과정이 순조로울 것 같은가?

"쉽지 않다. 논산시민이 이런 일을 겪어본 적도 없고, 논산시의 행정도 의회도 문제를 찾아서 개선하기보다 적당한 선에서 시끄럽지 않게 마무리 하는 것이 상례다. 대부분의 지역 자치가 이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처럼 서로 다른 배경의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만, 치열하게 정책을 감시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준비되는대로 시민들에게 알리고 또 시에도 전달하여 문제점을 인식시키도록 할 것이다."

- 구체적으로 논산시의 예결산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여러 분야에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할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었지만,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2020년 예산 중 10%(1천억)가 넘게 남아있는 순세계잉여금과 재정안정화기금이었다. 순세계잉여금은 한 해 쓸 돈 모두 쓰고 남은 세금 중, 내년으로 이월할 것과 반납할 것을 모두 뺀 순수잉여금이다.

논산시가 2020년 세금 중 안(못) 쓰고 남긴 돈은 무려 1096억 원이며, 이 돈은 논산시민 1인당 94여만 원이 행정서비스로 돌아갈 수 있는 금액이다."

- 이게 왜 문제인가? 다른 지자체도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다 있는 것 아닌가?

"지방자치법 제12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건전하게 운영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수입과 지출을 맞춰서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꼼꼼하게 사업계획을 짜고 예산을 세워 집행해서 돈을 남기지 말라는 뜻이다.

지방 재정은 흑자도 적자도 아닌, 주민들을 위해 다 써야 하는 것이 원칙적인 예산 운영임에도 불구하고, 수년 간 논산시의 재정 운용이 계획성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각한 결과다. 돈을 못쓰거나 안 쓰고 남기는 것은 다른 모든 지자체가 다 잘못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의회가 이를 제대로 감시하면 그 액수는 점점 줄어들어서 그해에 시민에게 돌아갈 세금이 시민에게 더 많이 집행될 것이다."

- 시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가?

"1000억 원을 어디에 썼으면 좋을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8개의 예시와 개인의 의견을 쓸 수 있는 난이 있고 복수로 선택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지금 참여자의 80%가 세금 페이백, 17% 시민전체무료독감접종, 17%가 여성청소년보건위생용품지원, 14%가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료 지원, 14%가 초중등교육바우처 확대지원 등을 원하고 있다. 어느정도 의견이 모아지면 시민 보고대회를 하고 시에 시민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떤 사례가 있는가?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주민 여론조사를 받아들여 순세계잉여금을 집행한 바 있다. 또한 여러 지자체에서 시민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주민여론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제도까지 고쳐가며 지자체의 바른 재정 지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전국 지자체가 쌓아둔 돈이 37.2조 원에 이른다."

- 이후의 계획은?

"최대한 많은 설문을 통해 시민의 의견을 모으겠다. 또한 천억 원이나 되는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세밀하게 살필 것이다. 어떤 선심성 사업에 흘러들어갔는지, 진정 긴급상황에 해당하는 곳으로 돈이 집행되었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시의원들이 시정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니 시민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엔 대선과 지선, 2개의 큰 선거가 있다. 이 선거에 시민들의 관심은 어디에 쏠릴까? 논산시의 신선한 바람과 시민 인터뷰를 마치면서 복잡한 심경이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지자체 예산의 대부분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내려보내고 있지만, 지자체는 이 예산을 집행하기만 하면 되는데, 지방정부의 사업계획과 지출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원론적으로 공무원들은 다 시민에게 고용된 직원이다. 선출직 시의원이든 행정직 공무원이든 이들이 가장 중요한 이 일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주민들은 다툼이 없는 게으름을 원하지 않는다. 시민은 냉철하게 감시하는 시의회와 성실한 공무수행과 대민업무에 민감한 행정 시장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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