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이 5만원? 채정안도 들었다, 샤넬·루이뷔통 리폼 열풍
30대 학원강사 황모(35)씨는 오랜만에 수업이 없는 이번 추석에 최근 한 명품 브랜드에서 가방을 구매하고 받은 쇼핑백을 리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폴리염화비닐(PVC)과 손잡이가 포함된 DIY(Do It yourself) 키트도 구매했다. 옷장 속에 자리만 차지하던 쇼핑백을 진짜 ‘가방’으로 만들어 수업 교재나 수업 준비물을 담는 보조가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는 ‘[직접 제작] 명품 쇼핑백 PVC 리폼 가방’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판매자가 올린 상품은 물건을 사면 공짜 또는 소액을 내고 받을 수 있는 쇼핑백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품 쇼핑백을 판매한다는 글은 과거부터 흔히 볼 수 있었다. 브랜드와 크기에 따라 1000~1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쇼핑백 중고거래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판매자가 올린 글에 첨부된 사진에서 보이는 쇼핑백은 PVC 비닐로 감싸 모양이 흐트러지거나 비에 젖지 않도록 했고 구멍을 뚫고 나사를 끼워 부착한 손잡이도 있다. 손잡이에는 스카프와 진주 장식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가격은 3만9000원이다.
이런 식으로 리폼된 샤넬, 루이뷔통, 디올, 구찌, 에르메스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쇼핑백들은 번개장터뿐 아니라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여러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종종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브랜드나 쇼핑백 크기에 따라 2~5만 원대다.
명품 쇼핑백 리폼은 중국에서부터 인기를 끌었다. 타오바오 등 현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쇼핑백을 리폼한 가방을 판매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리폼한 가방을 들고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유행이 시작됐다.
방송인 이지혜의 남편 문재완씨는 지난 5월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집에 놀러 온 배우 채정안에게 프랑스의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샤넬의 검은색 쇼핑백을 선물했다. 문재완씨는 당시 이 가방을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채정안이 쇼핑백을 들자 이지혜 부부는 “화보가 따로 없다”며 칭찬했고, 스튜디오에서 해당 영상을 보던 연예인들도 “유행 예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이 나간 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쇼핑백 리폼 후기가 여럿 올라왔다. 유튜브에서도 리폼 후기 영상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오픈마켓에는 직접 명품 쇼핑백을 리폼할 수 있는 DIY 키트도 여럿 판매되고 있다.
판매 업체에 쇼핑백 리폼 후기를 올린 한 네티즌은 “생각보다 괜찮고 쓸 만하다.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손잡이 끈을 제거하는 게 힘들더라”며 “놀러 갈 때 짐 가방으로 잘 쓸 것 같다”고 만족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놀러 갈 때나 장 볼 때 잘 사용할 것 같다”, “새 가방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한 블로그에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시간을 보낼 겸 만들어 봤다”며 “만들어 놓고 보니 뿌듯하긴 한데 들고 나가면 사람들이 다 쳐다볼 것 같다. 이걸 들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한 패션업계 종사자는 “최근 수년 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를 통해 명품에 입문하는 등 확산 중인 명품 열풍이 코로나19로 인한 여가시간 확대를 만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명품 열풍이 저렴한 쇼핑백으로도 한 브랜드를 소비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급화를 추구하는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이미지 소모가 가속화될 수 있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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