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노리는 TV②] 소재·포맷 한계 벗어나니 '달라진' 중년들

장수정 입력 2021. 9.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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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를 끝으로 사라진 아침드라마
'도시어부' 시리즈,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등 각광

‘미스트롯’ 시리즈와 ‘미스터트롯’을 통해 중, 장년들도 젊은 시청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트로트라는 장르는 이미 중, 장년들에게 익숙했지만, 그들도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방식을 즐기고, 또 적극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보여준 것이다.


ⓒSBS, KBS

현재 SBS에서 오전 8시 35분 방송되는 아침드라마 ‘아모르파티’는 두 여자의 치열한 한판 승부와 절망의 순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순종적인 아내였던 한 여성이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악녀에게 복수를 가하는, 전형적인 통속극이다.


대부분의 아침드라마는 이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침 시간 주부들을 겨냥하는 이 드라마들은 ‘설거지하면서 소리만 들어도 다 파악이 가능’하게끔, 복잡하진 않지만 자극적으로 극을 전개하곤 했다.


시청률은 6~7%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것이 화제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SBS는 이 드라마를 끝으로 아침드라마를 폐지한다. 현재 유일하게 아침드라마를 송출하고 있었던 SBS가 이를 폐지하면서 아침드라마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의 중, 장년층 타깃 드라마들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토, 일요일 오후 8시 방송되는 KBS 주말드라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는 부모의 이혼 소송 중 벌어진 엄마의 피살 사건에 가족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시작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 ‘오케이 광자매’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KBS 주말드라마에서 접하기 힘든 장르를 결합했다고 예고했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들끼리 갈등하고, 또 화해하는 그 과정을 시끌벅적하게 담은 홈드라마의 범주에서 극이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불륜과 출생의 비밀, 각종 음모와 거짓말 등은 당연하게도 등장한다.


교양, 예능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 장년층의 메인 선호 프로그램인 건강 관련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나 중년 부부 이야기를 담은 부부 예능은 포맷이 다소 한정적이었다. 정보 프로그램들은 스튜디오에서 누군가의 사례를 접하고, 전문가의 조언이 더해지며 여기에 연예인들의 리액션과 경험담이 곁들여지는 패턴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중년, 노년 남성들의 살림 도전기를 다루는 KBS2 ‘살림남’(살림하는 남자들) 시리즈는 항상 부부 혹은 고부 갈등과 화해 과정을 담는 것으로 이야기가 귀결되곤 한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또한 코미디언 부부라는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부부의 갈등을 자극적으로 담은 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종영했다.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 프로그램들은 중, 장년층 시청자들을 소극적인 시청자로만 머무르게 했다. 그러면서 시청률은 나오지만, 의미 있는 구매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을 변방에 머무르게 했었다.


ⓒ채널A, TV조선

그러나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나면서 중, 장년층을 향한 기존의 편견들도 깨지고 있다. 중년 남성들의 낚시 여정기를 다룬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는 의외의 성공을 거두며 현재 시즌3까지 방영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 2017년 9월 ‘도시어부’의 첫 시즌 방영 당시 낚시용품 판매량과 낚시 인구가 증가하는 등 중년 겨냥 프로그램들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트로트라는, 중, 장년층에 익숙한 소재에 약간의 변주를 가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미스트롯’ 시리즈와 ‘미스터트롯’의 활약도 있다. 서바이벌 오디션은 그동안 아이돌 또는 젊은 스타 가수를 발굴하는 데 주로 쓰였지만, 이것을 트로트에 접목하면서 그들의 숨은 열정과 행동력을 끌어낸 것이다.


방송가도 이제는 중, 장년층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KBS 고찬수 PD는 “콘텐츠를 소극적으로 소비한다고 생각한 분들이 트로트 프로그램을 거치며 폭발력이 있는 소비층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방송가에서 중년이나 나이가 든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필요가 생겼다. 새로운 시장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관련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작년 말과 올해부터 새롭게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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