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받은 한 여성의 사랑이야기.. 왜 우울하지 않을까

김준모 2021. 9. 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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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새 로맨틱 코미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김준모 기자]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주)
 
2021년, 넷플릭스는 변화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대표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였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키싱 부스>가 둘 다 시즌3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의 만족을 위해 넷플릭스는 빠르게 다음 시리즈를 선정했다. 이탈리아에서 큰 인기를 끈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작년 10월 이탈리아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며 드라마로 시즌3까지 제작이 확정되었다. 이에 넷플릭스는 세계 주요 국가의 판권을 획득해 지난 8월 자체 플랫폼에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가 아닌 극장 개봉의 형태로 공개된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여러모로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 및 <키싱 부스>와 비슷한 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학교 킹카인 남주인공과 평범한 여주인공의 로맨스를 다루고 여주인공의 실수나 과감한 행동으로 로맨스의 연결점이 생긴다는 게 그렇다.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는 짝사랑만 하던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쓴 부치지 못한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되고, <키싱 부스>는 졸업파티에 설치한 키싱 부스에서 우연한 기회에 두 주인공이 키스 타임을 가지면서 로맨스가 시작된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역시 이런 설정을 지니고 있다. 마르타는 희귀병에 걸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멋진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던 그녀는 부모를 잃은 후 절친한 두 친구이자 보호자와 함께 살고 있다. 마르타가 킹카 아르투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어차피 얼마 살지 못할 인생 정말 멋진 남자한테 차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마르타는 스토커처럼 아르투로의 주변을 돌아다닌다.

배경만 학교에서 사회로 옮겨왔을 뿐 <내사모남>과 <키싱 부스>의 커플 설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토리노를 배경으로 화려한 전경을 선보인다. 이탈리아에서 기대할 수 있는 풍경을 모두 담아낸다. 시한부와의 사랑이란 점에서 다소 우울할 수 있는 분위기는 독특한 마르타의 캐릭터를 통해 밝은 분위기로 표현하고자 한다.

마르타의 캐릭터 때문에 이 영화를 이탈리아판 <아멜리에>라 부르는 게 아닌가 싶다. <아멜리에>는 독특한 캐릭터와 만화 같은 미장센에 마법 같은 시나리오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멜리에 역의 오드리 토투가 보여준 사랑스런 연기는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회자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비해 이 영화는 사랑스럽지 않다. 알리체 필리피 감독은 마르타의 캐릭터에 과몰입한 듯한 전개를 선보인다. 시한부 인생인 마르타가 스토킹을 하니 아르투로가 관심을 보이며, 아르투로가 창피를 주기 위해 초대한 식사자리에서 다소 저급한 언어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걸 당당함으로 포장한다. 그 당당함에 아르투로가 반해서 매달리듯 사랑을 말하는 장면도, 갑자기 사라진 마르타에 애가 타는 아르투로의 모습 등은 감독이 마련한 판타지로 보인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아멜리에>가 보는 사람도 즐거운 판타지라면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마르타를 위한 즐거운 판타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는 게 다소 허술하고 급작스러운 감정표현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힘으로 넘어갈 수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구성이 허술하다. 마치 주문에 걸린듯 갑작스럽게 마르타에게 마음을 여는 아르투로의 모습은 감독이 너무 쉽게 영화를 대하고 있진 않은지 의문을 품게 한다.

마르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됨에도 불구 그녀에게 깊게 감정을 이입하기 힘든 이유는 마르타의 주변 친구들에 있다. 아코포와 페데리카 캐릭터가 둘 다 동성애
자면서 아기를 가지려 하는데 이들의 존재감을 마르타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구성을 택하면서 서브 캐릭터와 플롯을 강하게 반영했기에 스스로 개성을 지워버리는 우를 범한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에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심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각 한 편으로 완결된 구조였다. 반면 이 작품은 속편을 기대할 만한 이야기 구성이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라는 점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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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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