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때 2.7억을 신용대출? 직장인들 10월만 기다린다

안효성 2021. 9.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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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33)씨는 토스뱅크(토뱅)가 문을 여는 10월 초만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카뱅)에서 개설한 한도 1억원의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지난 6월 연 2.6%에서 3.6%로 훌쩍 올라서다.

김씨는 “카뱅이 최근 금리를 지나치게 올려 다른 은행 대출로 갈아타고 싶은데 한도나 금리가 마땅치 않다”며 “토스뱅크는 시장 안착을 위해 초기에 대출 한도나 금리 조건이 좋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가 10월 초 출범하며 인터텟전문은행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사무실의 모습. 연합뉴스


케이뱅크(케뱅)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가 다음 달 5일 공식 출범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시대의 막이 오르게 됐다. 신용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이 주력인 인터넷은행의 대출 빼앗기 경쟁 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압박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토뱅 홈페이지에 게시된 신용대출 상품 설명에 따르면 신용대출 한도는 2억7000만원이고, 금리는 연 2.75~15%이다. 신용대출 한도만 놓고 보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토스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등 다른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에게 금리 혜택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대출 한도나 금리는 정식 상품 출시 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신용대출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토뱅은 신생 은행인 만큼 대출 증가 총량 규제나 각종 자본 건전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다. 출범 후 낮은 금리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할 가능성도 높다.

이베스트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토스뱅크는 영업개시 이후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소비자의 금리 민감도가 높고, 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가격과 편의성을 앞세운 신규 진입자의 출현은 기존 은행권의 수익성에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금융당국의 규제다. 신용대출 한도 등에 제한을 받을 경우 카뱅 등 인터넷은행의 성장 토대가 됐던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확보가 어려워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토뱅이 현재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대출 한도에 대해 “신용대출은 각 시중은행도 연 소득 이내로 관리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동참을 에둘러 권한 듯한 모양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계획.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케뱅도 토뱅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케뱅은 카뱅을 비롯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관리에 따른 풍선효과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케뱅은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최대 2억5000만원)와 마이너스통장 한도(1억5000만원)를 아직 조정하지 않고 있다.

높은 한도가 입소문이 나며 대출 잔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케뱅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조9900억원에서 지난달 말 5조7200억원으로 1년 사이 91.3%(2조73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케뱅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카뱅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카뱅은 금융위에 지난해 말 10.2%였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올해 안에 20.8%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인 카카오의 금융권 신사업 진출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

카뱅은 목표치 달성을 위해 고신용자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대출 금리를 올렸다. 일반 신용대출 한도를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마이너스 통장대출은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였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1월에 연 2.77%(신용등급 1~2등급)에서 7월 연 3.31%로 올랐다.

토스뱅크가 다음달 출범을 앞두고 이용자들을 미리 모집하는 ‘사전신청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연 2%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은 5일 만에 65만명에 사전접수를 했다. 토스뱅크


문턱이 높아지는 고신용자 대출과 달리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는 고객 확보를 위한 인터넷은행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케뱅은 중·저신용자 대출은 한도를 1억원으로 유지하고, 지난 16일부터 10월 말까지 새로 대출받는 중·저신용자의 두 달 치 대출이자를 대신 내준다. 케뱅은 6월 말 현재 15.5%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21.5%로 맞춰야 한다.

토뱅은 출범 첫해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4.9%로 높게 잡았다. 토뱅 관계자는 “그동안 간편결제 등으로 쌓인 데이터 등을 토대로 신용심사를 정교화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박선지 선임연구원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평균 대출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이자 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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