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4년 DATA] 청년 일자리 사라지고 정규직은 철밥통..MZ세대 '좌절'

박영국 2021. 9.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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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4년간 구직단념자 13.5% 늘어..양질의 일자리 없어 구직 포기
대기업 일자리 비중 선진국 대비 낮아..중소기업 고용 비중 86.1%
정규직 과보호가 청년취업 더 힘들게 만들어..세대갈등 심화
채용박람회에서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는 구직자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최모 씨(29세, 남)는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도 마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신세다.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을 나와 꽤 좋은 ‘스펙’을 쌓았음에도 원하는 대기업은 물론, 웬만한 중견기업 입사조차 줄줄이 낙방하며 사실상 구직을 포기했다. 예전엔 그나마 기업들이 상‧하반기로 나눠 정기공채를 실시하는 이른바 ‘공채시즌’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수시모집으로 소수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취업문은 더 좁아진 느낌이다.

지난 4월 7일 재보궐선거 결과를 받아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단지 서울과 부산시장 자리를 내주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전체적인 숫자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참패했을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사전출구조사를 통해 20대와 30대의 민심이 대거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여 왔던 2030세대의 이탈 배경 중 하나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꼽혔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양질의 일자리’는 오히려 더 줄었고, 그 자리를 차지한 이들의 기득권은 강화됐으며, 이른바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로 인한 불공정 논란은 취업준비생들의 박탈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와 통계청 데이터 등을 활용해 우리나라 고용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청년(15~29세) 고용률은 42.2%로 G5국가(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평균인 56.8%보다 14.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를 하회하는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은 46.4%에 불과해 G5국가 평균인 62.5%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은 25.1%에 달해 청년층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남성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특성상 청년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을 수는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격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청년 구직단념자 추이. ⓒ한국경제연구원(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더 심각한 문제는 앞선 최모 씨의 사례와 같이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청년 구직단념자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년 구직단념자수는 21만9000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19만3000명) 대비 무려 13.5%나 증가했다.


주요한 구직단념 이유로는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33.8%)였다. 한경연은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구직단념 청년들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수가 줄어드는 반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가별 기업 1만개 당 대기업 수는 미국이 62개, 독일이 44개, 일본이 39개, 영국이 30개, 프랑스가 14개인데 반해 한국은 9개에 불과했다.


대기업 수가 적다 보니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도 높았다. 한국의 중소기업 고용 비중은 86.1%로 미국(42.1%)의 두 배를 넘어섰고, G5국가 평균(53.6%)도 크게 상회했다.


한경연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까지 성장하기 위해 총 275개의 규제에 직면한다”면서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 규제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해고규제 유연성 순위(37개국 대상). ⓒ한국경제연구원(OECD 2019년)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이들을 보호하는 데 치중된 노동법도 청년 취업문을 좁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정규직 해고규제 유연성 순위는 OECD 37개국 중 20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G5 중 우리보다 유연성이 낮은 국가는 프랑스가 유일하다.


반면 법적 해고비용은 1주일 급여의 27.5배로 G5 평균에 비해 크게 높아 정규직 해고가 가장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과보호는 청년층과 4050세대 간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뜩이나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힘든 가운데,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과도한 제도적 보호와 강성 노동조합의 득세로 구직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실제 한경연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거주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무려 69.5%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고,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노동시장 유연화’(22.4%)를 꼽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발표한 ‘지난 10년간 주요 고용지표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 노동법은 이미 일자리를 가진 사람을 보호하는 데 치중돼 있어 청년·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각하다는 점은 외부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OECD는 지난해 8월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한국 상용직 근로자의 개별해고가 다른 국가들보다 어렵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생산성에 부합하는 노동력 재배치가 저해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총은 “향후 노동정책은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완화해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 보상의 공정성을 제고하며,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기업들이 시장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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