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서른 맞는 수능, 일타강사는 왜 '수능 붕괴'를 말했나
“수능 체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7~8년 안에 붕괴 조짐이 보인다” (현우진 수학 강사) "대학과 수능의 중요도가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이지영 사회탐구 강사)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강의로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일타강사'들이 수능 붕괴를 예고하며 화제를 모았다. 대학 입시의 상징과도 같은 수능은 내년이면 서른살을 맞는다. 여전히 대입의 핵심 요소인 수능은 왜 붕괴론에 휩싸였을까.
고교학점제, 공통과목으로 치르는 수능과 '모순'
입시 전문가들은 다양한 교과를 운영하는 고교학점제와 국영수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치르는 수능이 공존하기 어렵다고 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을 그대로 두면 다양한 과목을 만들어도 일부 과목에 학생이 몰린다"며 "꼭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려 하면 수능을 폐지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전교조 "수능 폐지해야"…교육부, 서술형 수능 검토
현 정부의 역점 정책인 고교학점제를 지지해 온 진보 교육계도 수능 폐지에 힘을 싣는다.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수능은 폐지하거나 자격고사로 만들고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를 모든 과목으로 확대해야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논·서술형 수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에 따라 대입 제도는 바뀔 수밖에 없다”며 "오지선다형으로는 한계가 있어 논술·서술형 시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부터 논·서술형 수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교육계에서는 논·서술형 수능은 사실상 자격고사화를 의미한다고 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채점 기준이 모호하고 공정성 논란이 생기기 쉬운 논술형 시험 특성상 난이도는 아주 쉬워야 한다"며 "정상적인 답변을 써내면 합격하는 절대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능이 자격고사화하면 대입에서 영향력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입시 전문가 "수능·내신 영향력 축소, 학종 확대될 듯"
고교학점제는 수능뿐 아니라 대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이 준 대신 비교과 활동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영향력 확대가 점쳐진다.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려면 내신 평가도 상당 부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듣게 하기 위해서다.
이만기 유웨이평가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는 수능의 자격고사화, 내신 절대평가 전환과 한 묶음으로 운영해야 하는 제도"라며 "수능과 내신 모두 변별력을 잃으면 학생을 뽑는 대학 입장에서는 비교과 활동을 보는 학종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4년에 고교학점제에 맞춘 대입제도를 확정해 발표한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치르는 2028년 입시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방향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수능 자격고사화 가능성을 높게 본다.
수능 지지 여론이 변수…교사 절반 이상 "수능 확대·유지해야"
수능 영향력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월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7%가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22.8%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영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31.8%에 그쳤다.
수능에 우호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학종 때문에 화가 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폐해가 있어도 여론은 대체로 수능에 우호적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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