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소수자를 불안하게 하는 건, 성 정체성이 아닙니다
살면서 차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기획 '차별금지법과 나'에서는 시민기자들이 주변에서 보고 직접 경험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 많은 시민기자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정용림 기자]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이다. |
ⓒ 정용림 |
"10대 때 당신이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했던 혐오와 차별의 장면이 있나요?"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아래 띵동)이 외부 강의를 나갔을 때 교육 참여자들에게 종종 하는 질문이다.
다양한 시대에 각자의 10대를 지나보낸 교육 참여자들은 몇몇 기억들을 찾아내 포스트잇에 쓴다. 여자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사실은 '이유 없이' 겪었던 일들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마우스에서 잠시 손을 떼 스크롤을 잠시 멈춘 뒤 그때의 말들, 그때 느꼈던 감정에 대해 떠올려보면 좋겠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청소년 성소수자 중 98.0%가 교사나 학생들로부터 혐오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었고, 54.0%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모욕 등 괴롭힘을 겪었다. 37.5%는 아웃팅/아웃팅 위협을, 14.5%는 신체적·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말한다. "성소수자인 학생들이 본인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런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단지 내 정체성을 교실에서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에 충분치 않다. 그 시점에서 나는 이미 '없는' 존재로서 깊은 내상을 입기에.
청소년 성소수자는 찬성과 반대라는 토론의 주제로서가 아니라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 존재가 묵인되고 배제될 때 청소년 성소수자의 고립감과 불안감은 내면으로 향한다. 앞서 인용한 조사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청소년 성소수자 중 80.6%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고, 19.4%는 자살 시도, 16.1%가 자해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띵동의 '청소년 성소수자의 탈가정 고민과 경험 기초조사(2021)'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성소수자 적대적 환경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도 위클래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을 '알고 있지만 이용해보지 않았'거나, 해봤어도 '도움이 안 되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어려움을 이해할 것 같지 않아서(이해하지 못해서)', '무지하거나 혐오적인 발언을 들어서' 등이라고 답했다.
결국 청소년 성소수자 개인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가해 환경을 그저 무시하거나 다른 지지 자원을 찾아나서는 것, 학교와 가정이라는 '주어진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탈학교는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한 길 중 하나지만, 그것이 '유일한' 길이 되는 순간 그것은 명백한 교육권, 생존권의 침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가 혐오를 용납하지 않고, 차별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선언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방파제나 다름없다. 인용한 서울특별시의 사례처럼 성소수자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일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는 학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표현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거주 지역에 이러한 조례가 없거나, 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처음으로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교육 강화'와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가졌다. 지난 5월 8일 한국여성학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온라인 유튜브 중계 '차별금지법과 함께 전진하는 페미니즘'에 참석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당시 "세계가 겪어야 할 혼란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차별"이라고 말했다. 즉 차별에 맞선다는 것은 개개인이 '마음을 굳게 먹고' 자신을 잘 감추거나, 주어진 '자리'를 잃어버리는 고립되고 외로운 선택지를 뛰어넘어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차별금지법이 있으면 큰일난다고?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최근 2년간 학교, 군대 등 성소수자들이 순수하게 열망하고 노력해온 공간들에서 정체성을 이유로 거부당하는 것을 보고 큰 낙담과 슬픔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나이대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의 모습이 부재할 때 자신의 미래를 그리기란 쉽지 않다.
결국 불안과 혼란은 내 성 정체성이 아니라, 나를 부인하는 사회 속에서 더디게 살아간다는 데서 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차별금지법은 현재의 차별에 제동을 건다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버텨내는 것을 넘어 그 다음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차이와 차별을 말하고 싸우는 것은 언뜻 매끄러워 보이는 이 세상을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면 큰일이 날까? 아니, 나는 그렇게 균열이 간 세상에서 우리가 '걱정 없이 뭐든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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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성소수자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 채널을 통해 상담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상담 전화: 02-924-1227 카카오톡 ID : '띵동119' 검색, 친구 추가 후 말을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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