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실행 의혹 인사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 논란
[성하훈 기자]
▲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경 |
ⓒ 세종문화회관 |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을 내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문화예술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예술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은 20일 임기가 만료된 세종문화회관 사장 공모에 참여해 후임으로 내정된 후 신원조회를 거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단체들은 19일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이 박근혜정부 시기 블랙리스트 실행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면서 "사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블랙리스트 실행 의혹 인사 사장 임명 반대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단체들이 모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19일 성명을 통해 "안호상은 2017년 6월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지금도 문체부 산하, 유관 기관장에 부역자와 공모자가 잔존한 상황을 아느냐'며 실명 거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라고 지적했다.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이 국립극장장 재임 시절 손진책 연출가의 <마당놀이 춘양이 온다>(2015.11.)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되어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 심의과정에서 발생한 블랙리스트 사건과도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의 주장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손진책 연출가가 국립극단 감독 시절 기획했던 공연 <개구리>가 '노무현 대통령은 미화하고, 박정희와 박근혜 두 대통령은 비하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대상이 됐다"면서 "손진책 연출이 국립극장에서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를 공연하려고 하자, 당시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에서 '위에서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는 손진책 연출의 교체 가능 여부를 안호상 당시 극립극장장과 상의하였던 사건으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알려졌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이 "예술현장에서 블랙리스트 실행 의혹으로 크게 문제가 된 것은 문화예술위원회 관련 사건"이라며 "2017년 6월 감사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에 널리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년 10월 27일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 등에서 일부 친 정부성향의 심사위원들이 담당 직원들과 블랙리스트 명단을 사전 공유하고 블랙리스트 배제 방법까지 협의했다고 밝혔다.
▲ 지난 2018년 11월 3일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면서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문화예술인들 |
ⓒ 권우성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우리는 아직까지 공연장 지원사업에서 불법적으로 배제된 저 많은 피해자들에게 안호상이 '나는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는 변명 이외에 다른 진실을 말하거나 사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특정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고, 분명한 진실은 안호상이 바로 그 범죄 현장에 있었으며, 아직도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문화예술계 공공기관의 권력을 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동안 유례없이 3번이나 국립극장장을 연임하고,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사업에 심의위원으로 참여하였던 안호상이 그 시기를 성찰하거나 반성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자신이 직접 심의위원으로 참여하였던 사업에서 실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하여 아무런 성찰도 반성도 보이지 않았던 안호상이 공공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또 다시 임명되는 것은, 서울의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세종문화회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당한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안호상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복귀는 오세훈 시정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면서 "우리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과거 국정농단세력들이 서울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들이 아직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종문화회관 사장 임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문화예술계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립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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