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이 100세에도 '팔팔'..'다산왕 기린' 장순이의 추석 [영상]
소식, 순한 성격에 장수..자녀·손주와 생활
동갑내기 사육사 "내년 추석에도 함께 하길"
"큰할머니라 먼저 먹긴 할 텐데...조금만 먹을 걸요?" 14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로스트밸리'. 박준영(35) 사육사는 동료들과 함께 기린들을 위한 추석 특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 사육사는 "달 모양의 추석 상에 좋아하는 음식들을 잔뜩 차려주려고 한다. 양배추, 당근 등과 함께 알파파라는 수입산 건초를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5번째 추석을 맞은 장순이가 좋아하는 아카시아, 버드나무 잎도 충분히 준비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장순이는 기린들의 '대모'이자 최연장자다. 이 동물원에 있는 기린 11마리는 모두 한 가족이다. 새끼 18마리를 낳아 세계 최다산(最多産) 기린이 된 '장순이'와 그의 자녀 4마리, 손주 6마리가 함께 산다. 나머지 자녀 14마리는 전국 곳곳의 다른 동물원에서 지낸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한국에서 기린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건 사실상 장순이 덕분이다. 한국 기린들의 큰 어른인 셈"이라고 말했다.
━
무리 이끄는 '큰할머니', 세계 최장수 됐다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난 장순이는 올해 만 35세가 됐다. 그를 관리하는 박준영 사육사와 동갑이다. 하지만 기린 평균 수명이 25~30세인 걸 고려하면 사람 나이로 100살이 넘는다.
백세장수 노인인데도 타고난 건강 때문인지 풍채가 좋다. 몸무게는 암컷 평균보다 조금 마른 1500㎏이다. 하지만 일가족 11마리 중 키가 4m로 가장 크다. 등 색깔도 눈에 띄게 진하다. 전 세계 동물원 기린 중 최고령으로 알려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동물원의 힐디(1973~2007·34세)를 뛰어넘었다.
━
장수 비결은 '연한 잎만 조금씩'
이날 장순이는 사육사가 통에 채워준 사료를 먹다 3분의 1 정도 남기고 뒷걸음질 쳤다. 사육사들은 '장순이가 다른 기린보다 식탐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특식이나 간식을 줘도 늘 정해진 양만 먹는다.
2주 전 장순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만든 35번째 생일 케이크도 대부분 남겼다. 덕분에 다른 가족들이 포식했다고 한다. 박 사육사는 "주식인 나뭇잎을 먹을 때도 연한 부분만 골라서 먹는다.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사람으로 치면 식단관리를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히 맞아 떨어졌지만 장순이는 이름처럼 목이 길고, 오래 살고, 순하죠."
━
19번째 임신, 사육사가 막았다
실제로 장순이는 18번째(막내) '천린이'를 출산한 2013년 후에도 임신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장순이의 건강을 고려한 사육사들이 남편 장다리와 분리했다고 한다. 이후 장순이에게 양질의 사료를 챙겨주고 운동을 시키는 등 '특별관리'를 했다. 다만 유난히 금실이 좋았던 남편 장다리는 6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동물원 보물이자 사육사 꿈 도와준 친구"
박준영 사육사에게 장순이는 '운명' 같은 특별한 존재다.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2008년, 보조 사육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 장순이를 만났다. 장순이를 아기 때부터 맡아온 김종갑 사육사와 함께 일하다가 2013년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보조 사육사 시절부터 13년간 기린들을 돌봤다. 동갑인 장순이와의 추억도 그렇게 쌓여왔다.
박 사육사는 그래서 장순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자는 꿈과 함께….
"장순이는 우리 동물원의 보물이고 내가 사육사의 꿈을 꾸게 해준 친구죠. 내년 추석에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우리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문준용, 작년 양구군서도 7000만원 예산 배정받았다
- 추석 연휴 일가족의 비극…노모·아들 부부 유서 남긴 채 숨져
- [속보] 북한 "남측 SLBM 효과적 공격수단 될 수 없다"
- '대장동' 늪 빠졌나...지지율 1위 윤석열에 내준 이재명
- 조씨, 국고 7000만원 안 갚고 마세라티…'회수불가' 면죄부까지
- 洪 "오늘 대장동 간다…법조 카르텔, 서민 피빠는 거머리들 잡아야"
- 지방대 위기에 '개명' 나섰다...지역·종교 빼는 대학들
- 정용진 인스타에 보름간 운동화 4켤레… 주식보다 재밌는 ‘스니커테크’
- 예능서 "나에게 추미애란" 묻자 윤석열이 한 답변
- “간수치 뚝, 감기도 안걸려” 맨발로 숲길 걷는 일흔의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