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따분해? 힙하고 자랑스러워! 범 내려오듯 기세 오른 국악 열풍을 타다

한은정 2021. 9.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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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발전하는 ‘우리의 소리’ 국악과의 만남

김나윤(서울 구룡초 5·왼쪽) 학생기자·이서정(서울 언북초 5) 학생모델이 국립국악원을 방문하고, 국악인 김준수를 만나 국악을 제대로 알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악, 국악(國樂)은 수많은 변화 과정을 거쳐 왔음에도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음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국악과 타 장르 간 컬래버레이션한 음악이 호평을 받고, 젊은 국악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젊은 세대에게 힙하고 자랑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전통 국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퓨전 국악에 흥미를 느꼈다면 그 근원인 전통 국악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국악의 시대가 왔다
대중음악과 국악을 접목하는 시도는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발표되고, 국악에 대한 관심이 반짝 커진 적이 있었어요. 그 후 아리랑이 월드컵 응원가로 쓰이는 등 여러 흐름을 거쳐 지난해 이날치의 곡 ‘범 내려온다’에 현대무용그룹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를 입힌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홍보영상이 온라인을 강타하면서 국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커졌습니다. 판소리 ‘수궁가’를 펑키한 리듬의 곡으로 재해석한 ‘범 내려온다’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1일 1범’ 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BTS 멤버 슈가도 국악 열풍에 힘을 보탰는데요. 지난해 5월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두 번째 믹스테이프의 타이틀곡 ‘대취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보유자 정재국 명인의 연주를 샘플링했습니다. 조선시대 관리들의 공식 행진 음악인 대취타를 모티브로 삼은 곡으로 태평소·꽹과리 등 전통악기 소리가 반복적인 랩 가사와 함께 흥을 돋우죠. 뮤직비디오는 9월 7일(한국시간) 유튜브 조회 수 2억8700만 뷰를 돌파,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국악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지난달엔 스트레이키즈가 정규 2집 ‘노이지(NOEASY)’를 발매했는데, 타이틀곡 ‘소리꾼’에 화려한 전통 국악과 웅장한 브라스 악기에 여러 소리를 더해 듣는 재미를 극대화했죠.

이서정(서울 언북초 5·왼쪽) 학생모델·김나윤(서울 구룡초 5·왼쪽) 학생기자가 국립국악원을 방문하고, 국악인 김준수를 만나 국악을 제대로 알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퓨전 국악, 신(新) 국악, 조선팝이라고 불리는 장르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국악의 현대화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음악인들이 있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이희문은 경기민요와 팝·록·재즈·EDM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남자’ ‘씽씽’ ‘날’ 등의 프로젝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민요 록 밴드 씽씽은 2017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대표 프로그램 ‘작은 책상 콘서트’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했고, 해당 영상이 유튜브 400만 뷰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씽씽에 이어 국악밴드 고래야도 지난해에 출연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죠. 서도민요를 전공한 추다혜는 추다혜차지스란 이름으로 정규 1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냈죠. 무당이 굿을 할 때 부르는 무가와 펑크·레게·재즈·힙합 등을 접목한 것이 특징입니다. 9인조 밴드 ‘악단광칠’은 북한의 민요인 서도 민요와 황해도 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록 음악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를 선보이죠.

[관련기사] 소리꾼 김준수 “국악은 신기한 것 아닌 우리 음악, 대중에 더 다가가고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6623

새로운 문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세대 취향과 맞아떨어진 국악은 더이상 옛것이 아니라 지금의 음악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K팝과 트롯에 이어 국악을 소재로 한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들도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죠. 지난달 14일 첫 방송한 퓨전 국악 서바이벌 오디션 MBN ‘K-소리로 싹 가능, 조선판스타’는 최고의 소리꾼들이 모여 록·발라드·힙합·재즈·팝·트로트·성악 등 장르를 아우르는 미션에 도전하며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9월 첫 방송되는 JTBC ‘풍류대장’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국악이 가진 멋과 매력을 선사하는 국악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국악인 출신 트롯가수 송가인과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이적·박정현·성시경 등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고,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과 ‘즐기는 국악’이 무엇인지 보여줄 국악계 실력자들이 다수 참가할 예정이죠.

전통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만 구독자 수가 1만 명 이상 늘었다고 해요. BTS 슈가의 영향으로 ‘대취타’ 소개 영상이 32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상설공연인 ‘토요명품’의 관객 구성을 보면 구매력 있는 주 소비층인 30대의 비중이 2019년 12%에서 지난해는 18%로 뛴 것으로 나타났죠. 전통 국악에 대해 제대로 알고 관심을 가진다면 지금의 국악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성장·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악 전문 박물관에서 살펴보는 국악

국악을 제대로 알고 본연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해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을 방문한 이서정 학생모델(가운데)·김나윤 학생기자가 이승재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 장악과 관객개발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국악을 좀 더 제대로 알아보고 본연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을 찾아갔습니다. 이승재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 장악과 관객개발팀장이 안내했죠. 처음 들어서면 ‘국악뜰’이라는 공간이 나오는데요. 궁중 왕실에서 썼던 악기들이 양 옆으로 전시가 돼 있었습니다. “편종과 편경이라는 악기가 보이죠. 각각 16개의 종과 돌이 매달려 하나하나 다른 음을 냅니다.” 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서로 다른 음이 난다는 게 신기했어요. “다른 나라의 악기들은 크기가 작고 크면서 소리가 다른데 우리나라 악기는 두께를 가지고 음의 높낮음이 정해져요.” 돌이 두꺼우면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음이 나고, 돌이 얇으면 낮은음이 난다고 했죠.

나무채를 들었다가 내리면 절구를 찢듯이 쿵 소리가 나는 악기 축. 하늘과 땅을 열어 음악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음악을 시작할 때 연주한다.

신기한 모양의 악기들이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절구통처럼 생긴 ‘축’이란 악기는 사각 나무상자 가운데 구멍을 뚫어 나무채를 들었다 내리면 절구를 찢듯 쿵 소리가 나죠. 하늘과 땅을 열어 음악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음악을 시작할 때 연주해요. 동쪽의 빛깔인 청색을 칠하며 악대의 동쪽에 배치합니다. ‘어’는 호랑이 등에 부착된 톱니부분을 긁어 소리를 내며 음악이 끝날 때를 알려줘요. 서쪽의 빛깔인 흰색을 칠하며 악대의 서쪽에 배치하죠. “대나무 채로 호랑이 머리를 탁탁탁 세 번 치고 등을 드르륵 긁어줘요. 호랑이 머리가 많이 맞아서 까진 게 보이죠.” 서양 음악에 지휘자가 있듯이 국악에도 집박이라고 박을 폈다 닫았다 하면서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 쓰는 박을 비롯해 방향‧특종‧특경‧응고‧건고 등 조선왕조 역대 임금의 제사를 지낼 때 쓰던 음악인 종묘제례악과 왕실 연회에서 쓰인 여러 악기가 전시돼 있었죠.

호랑이 등에 부착된 톱니 부분을 긁어 소리를 내며, 음악이 끝날 때를 알려주는 악기 어. 음악을 시작할 때 연주하는 축과 쌍을 이룬다(위 사진). 박은 6개의 나무판을 엮어 만들며, 부채처럼 폈다가 오므릴 때 나무판이 부딪히면서 소리 낸다.

2층으로 올라가면 소리품이라는 공간이 나오는데요. 풀‧물‧바다 등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음악은 자연의 소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죠. 옆쪽으로는 악기실이 쭉 이어졌습니다. “여긴 공자를 비롯한 대표적인 유학자들을 모시고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문묘제례악에 쓰이는 악기들이 많아요. 노도‧노고‧영도 쭉 둘러보세요.” 고대악기 섹션에서는 옛날에 출토된 유물들을 바탕으로 어떤 악기가 변형‧제작되었는지 추측해볼 수 있었죠. 다음으로 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관악기도 있었습니다. “피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대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악기예요.”

진고(맨 오른쪽)는 배불뚝이 형태의 북통을 받침대에 올려놓고 한쪽 북면만 채로 두드려 연주한다. 조선 초기부터 아악 중 제례악에 편성돼 음악의 시작과 끝, 또는 악구와 악절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나각(가운데)은 소라로 만든 관악기로 대취타와 불교의례 등에 사용된다. 소라의 크기에 따라 음높이가 다르며 취구에 입김을 불어 넣어 입술의 진동으로 연주한다. 운라(맨 오른쪽)는 접시 모양의 작은 징(동라) 10개를 나무틀에 매달아 만든 악기다. 동라는 크기가 같으나 두께가 달라 다른 음을 낸다.

줄을 튕겨 연주하는 현악기 부분에는 서양의 하프와 비슷하게 생긴 비파, 선비들이 마음을 다스리고 명상하며 쓰던 거문고, 채를 들고 줄을 쳐서 연주해 타악기 같은 소리가 나는 양금도 있었죠. “뒤에 있는 건 금이고, 앞에 화려한 악기는 슬이에요. 부부가 사이 좋은 모습을 보고 금슬이 좋다고 말하죠. 바로 이 금과 슬을 두고 하는 얘기예요. 이 두 악기는 항상 같이 붙어서 편성되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가야금도 볼 수 있었는데, 가야금은 양반들이 쓰는 정악가야금과 일반 서민들이 쓰는 산조가야금으로 나뉩니다. “옛날에는 신분에 따라 음악도 구분이 됐어요. 왕실에서 쓰는 음악과 풍류 음악을 정악이라고 했고 민속악은 민간에서 전해 내려와 서민적이며 한국적인 토속 음악을 말하죠. 판소리‧민요‧산조 음악을 들 수 있죠.” 정악은 양반들이 주로 연주했는데, 연주를 위해서는 악기가 커야 했어요. 정악가야금을 보면 큰 게 특징이죠. 민속악은 서민들이 현란하고 화려하게 연주를 뽐내는 특징이 있어서 악기 크기가 작은 편이에요. 산조가야금도 화려한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국악박물관 악기실에서는 고대악기·관악기·현악기·타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김나윤 학생기자가 “국악에는 정악과 민속악 두 종류만 있나요?”라고 질문했죠. “최근에는 창작 국악이라고 해서 현대 음악, 현대적인 작곡법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곡이 있어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라든지 국악 관현악과 국악 오케스트라 이런 것들이 창작 국악에 해당할 수 있죠. 정악‧민속악‧창작 국악 크게 세 가지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이서정 학생모델이 그럼 국악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이 팀장은 우리말 한글이 있듯 음악에도 우리 것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죠. “우리만의 슬픔과 기쁨, 한스러운 감정을 음악적으로 풀기에는 국악만 한 게 없습니다. 현대 음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우리 것을 잃지 않고 가지고 왔던 국악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점을 해결하고 자리를 이동하니 깜찍하고 우아하게 생긴 해금도 보였습니다. 소리가 아름다워 요즘 해금 연주하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에 이서정 학생모델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해금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죠. 두드리는 타악기를 모아놓은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북‧장구‧징‧꽹과리 등을 살펴봤습니다.

고종이 51세 때 기로소에 입소하는 의식 절차 및 이를 기념하는 잔치를 그린 열 폭 병풍 ‘임인진연도병’에는 각종 국악기가 등장한다.

다음 공간인 문헌실에서는 ‘임인진연도병’ 고종이 51세의 나이로 기로소(조선시대에 나이가 많은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에 입소하는 의식 절차 및 이를 기념하는 잔치 장면을 그린 열 폭 병풍을 볼 수 있었어요. 국악뜰에서 봤던 편경‧편종‧건고 등도 그려져 있었죠. 인상적인 건 왕의 자리가 있는데 왕의 모습은 없었던 겁니다. 왕의 얼굴은 함부로 그릴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그림에 왕을 그리지 않았다고 해요. 세종대왕이 만든 악보 정간보도 살펴봤습니다.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칸을 질러놓고 1칸을 1박으로 쳐서 음의 시가를 표시하고, 그 정간 속에 음의 고저를 나타내는 율자보·오음약보·합자보·육보 등을 써넣죠. 조선의 음악 이론서인 『악학궤범』까지 살펴본 후 나오니 도우미로봇 큐아이가 보였어요. 김나윤 학생기자가 “하이 큐아이! 태평소가 뭐야?”라고 물어보자 태평소 악기 정보를 들을 수 있었죠. 이서정 학생모델이 “국악의 역사를 알려줘”라고 얘기하자 큐아이가 “이쪽으로 저를 따라오세요!”라며 역사 도표가 그려진 곳을 데려가 국악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줬어요.

명인실에서는 명인들의 악기·의상을 전시한다. 조선의 마지막 무동이었던 심소 김천흥의 춘앵전 무복.

아카이브실에서는 국립국악원 대표 작품들의 자료 및 무대 의상과 소품을 살펴볼 수 있고, 전통음악‧춤‧연희를 기록한 음향‧동영상 자료를 비롯해 기록의 과정을 보여주는 실린더, 민요 녹음 릴테이프, 8mm 슬라이드 필름 등을 만날 수 있었어요. 명인실에는 국악 관련 인물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원하는 인물을 클릭하면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날치를 선택했어요. 최근 국악 열풍을 일으킨 이날치 밴드가 조선 후기 8명창 중의 하나로 꼽히는 판소리 명창 이날치에게서 이름을 따온 것 알고 있었나요. 젊어서는 줄타기를 했는데 날치처럼 날쌔게 줄을 탄다고 하여 날치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해요. 영상을 통해 서편제 제일 명창으로 꼽히며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했던 소리꾼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여기는 이날치 선생님처럼 예전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명인 선생님들의 악기나 의상들을 전시해놓았어요.” 장삼과 고깔을 걸치고 북채를 쥐며 추는 민속춤인 승무 의상과 궁중 무용을 할 때 입은 의상도 눈에 띄었죠. 궁중무용‧민간무용‧장구춤 등을 따라 배울 수 있는 ‘나도 춤꾼’ 코너에선 이서정 학생모델이 장구춤에 도전했습니다.

체험실에서는 다양한 국악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방향을 직접 쳐보며 두께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를 듣는 소중 학생기자단.

체험실에서는 전시실에서 봤던 국악기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원하는 풍류곡을 골라 마음대로 악기를 편성해보기도 하고, 영상 속 악기를 만져 그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도 있죠. 주사위를 던져 산조 합주곡도 완성해봤어요. 철편을 사용한 타악기 방향과 서양의 실로폰 소리를 비교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서양 악기는 크기로, 우리 악기는 두께로 소리 차이가 난다고 했죠. 실제로 그런지 한번 쳐 봅시다.” 우리나라 편종과 중국의 편종도 비교해봤죠. 우리나라 편종이 두께가 두꺼울수록 높은 음을 내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크기와 모양이 다른 북을 가지고 북의 크기에 따라 음색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쳐보기도 했죠. 관악기의 경우 길이에 따라 음높이가 달라지는데요. 관이 길면 낮은음, 관이 짧으면 높은음이 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단소는 짧은 편이라서 음도 높으며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난다고 했죠.

우리나라와 중국의 편종을 비교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편종은 총 16개의 종을 쳐서 소리 내는데, 16개의 종이 16음을 내며 종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높은 음을 낸다.

장구도 배치되어 있었는데요. 장구의 조이개를 풀었다 조였다 움직여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들어봤어요. “장구채는 두 종류인데 끝이 둥글게 돼 있는 건 북편, 날카로운 건 채편이에요. 북편은 묵직하고 낮은 소리가 나고, 채편은 높고 가는 소리가 나죠.” 가야금은 오른손으로 줄을 뜯고 왼손으로 현을 누르고 떨면서 소리를 냅니다. 이 팀장의 지도로 소중 학생기자단도 직접 소리를 내봤어요. “12줄을 받친 나무토막 있죠. 기러기의 발 모양을 닮았다고 안족이라고 해요. 끝에 갈색실은 부들이라고 하는데 줄을 끝까지 당겨서 팽팽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해요. 악기의 발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래서 가야금을 세워둘 때는 부들을 아래로 향하게 해야 제대로 잘 세운 겁니다.” 악기 체험을 하고 나니 국악과 제법 친해진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국악 접하게 돕는 국립국악원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은 어떤 곳일까요. “악기를 연구하고 보존하며, 역사적인 기록물을 복원하는 국악 연구, 국악 관련 극장과 연주 단체를 운영하는 공연 사업도 하죠. 체육 하는 사람들이 국가대표가 되듯 국악 하는 분들은 국립국악원 연주 단원이 되는 게 꿈인 사람들이 많아요. 또 진흥 사업이라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국악으로 만들어 알리고 교육을 한다든지, 지하철 환승역을 지날 때 국악으로 만든 음악 소리가 나오는 등 사람들이 생활 속 국악을 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국악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부산과 남원, 진도에 지방 분원도 있죠.”
국립국악원 야외 공연장 연희마당은 전통 마당놀이 공간처럼 객석과 무대를 구분하지 않고 예인과 관객이 더불어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한다.

원래 국악은 실내 작은 방에서 연주했던 문화가 있다고 해요. 국립국악원에는 실내 공연장 3개와 야외 공연장 하나가 있는데, 그중 풍류사랑방은 옛 선비들의 풍류방을 본떠 만든 실내 공연장입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130개의 방석 의자가 마련돼 있죠. “마이크와 스피커를 쓰지 않고 순수하게 악기의 울림과 소리꾼의 육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야외 공연장 연희마당은 전통 마당놀이 공간처럼 객석과 무대를 구분하지 않고 예인과 관객이 더불어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줄타기도 해요. 양쪽 끝에 보면 줄타기 할 때 받침대를 고정하는 장치가 있죠.” 매년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가족 단위 관객들이 즐겨 찾는 야외 공연이 펼쳐집니다. 현장엔 스태프들이 내일 저녁 공연 준비로 바빠 보였어요.

국립국악원에서 제일 큰 공연장인 예악당 천장엔 방패연 모양의 음향 반사판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국악원에서 제일 큰 공연장인 예악당도 둘러봤습니다. 좌우 무대의 폭보다 앞뒤가 깊은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종묘제례악이라든지 우리나라 국악은 앞과 뒤쪽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아서 무대 앞뒤가 깊습니다.” 극장 위를 올려보자 방패연 모양의 음향 반사판이 멋지게 펼쳐져 있었어요. 좌우측에는 전통 창호 무늬로 디자인한 흡음재가 있죠. 음향이 너무 울리지 않게 흡수하는 거예요. “국악기가 음향이 큰 편이 아니라 여기서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데, 극장이 너무 크면 소리에 왜곡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곳은 700석 규모로 국악기에 확성했을 때 듣기 적절한 공간으로 지어졌죠.”

정환희(오른쪽) 학예연구사가 악기연구소에서 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이서정 학생모델이 공연 관람과 박물관 이외에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해했죠. 박물관 위층에 있는 국악 자료실에선 다양한 책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췄지만 가족 단위로 주말에 국악을 배우는 가족 국악 체험, 방학 시즌 어린이를 위한 푸르미르라는 국악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요. 악기연구소에서는 국악기 제작 아카데미도 열렸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공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재개될 것 같아요.”

악기연구소에선 정환희 학예연구사가 소리를 측정하는 장비, 악기 재료를 측정하는 공간 등을 직접 안내했죠. “국악기를 연구하는 곳이에요. 과학적으로 악기들의 소리를 측정하거나 제작해 좀 더 좋은 소리를 내게끔 하고 있고요. 유물들을 복원‧관리하는 작업도 하죠. 또 현대 사람들이 편하게 연주할 수 있게 새로운 형태로 개량도 합니다.” 국악기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지는데요. 건조장에는 대나무‧오동나무 등의 나무들을 실험하기 위해 건조 작업을 하고 있는 기계도 보였죠. 가야금에 쓰는 명주실이 잘 끊어지는 지 안 끊어지는 지 확인하는 장비도 있었어요. 실을 당기면서 얼만큼 늘어나고, 어느 정도 힘에서 끊어지는 지 등을 측정하죠.

한켠에는 해금의 재료들이 다 분해되어 있었는데요. “악기를 만들 때 어떤 단계를 거치나요?” 김나윤 학생기자가 질문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대나무 뿌리 부분을 가공해서 울림통을 만들고요. 외부를 까맣게 칠합니다. 줄을 얹는 입죽을 대나무로 만들어 꽂고, 이음새는 감잡이로 고정해요. 몸체에 명주실 재질의 줄을 걸고, 나무 활대에 말총을 매어 활로 쓰죠.” 악기연구소의 발자취와 측정 도구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제작했거나 복원했던 악기들을 전시해 둔 상태인데, 지금 아쟁을 연구하고 있어요.” 악기를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나 간단한 시제품을 제작하고, 녹음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측정하는 작업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국악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 소중 학생기자단이 마지막으로 이 팀장에게 국악 열풍이 불 거라고 생각하는지,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질문했습니다. “이날치 밴드로 인해 열풍은 이미 시작됐고, 방송사에서도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며 바람을 탔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노래가 뜨면서 잠깐 반짝했던 적은 있었지만 이런 관심이 조금 길어졌으면 좋겠고, 단순한 흥미거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안에 담겨있는 좋은 가치들이 제대로 소개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팀장은 순수 예술과 대중화라는 말이 조금 거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왕실의 음악과 종묘제례악을 대중화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맞는다는 건데요. 귀한 가치를 전달할 때는 대중적인 요소를 섞기보다는 정말 귀하게 소개하는 것이 대중에게 파급력은 더욱 클 것 같다는 거죠. “예를 들면 고궁에 가서 궁중 악기들을 멋스럽게 연주해 영상에 담아 격식 있게 소개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찬란한 문화가 있었구나 다시 깨닫게 되고, 해외에서 알려지면 오히려 역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더 관심 갖고 볼 거예요. 귀한 가치는 제대로 깊이 있게 소개해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대중적인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 국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

「 서울돈화문국악당(서울 종로구 율곡로 102)

창덕궁의 얼굴인 돈화문의 이름을 딴 국악 전문 공연장.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 양식이 혼합된 곳에서 관객들이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우리 전통의 멋을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최민호 실장은 “음향기기 사용을 지양하는 자연음향 공연장이라 국악기 본연의 소리를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들을 수 있고, 기획공연의 경우 연령제한을 두지 않아 어릴 때부터 우리음악과 가까이할 수 있는 열린 공연장으로 운영 중입니다”라고 소개했죠. 최 실장은 볼거리(창덕궁, 종묘 등)와 먹거리 가득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추천한다고 했죠.

서울우리소리박물관(서울 종로구 율곡로 96)

향토민요를 모으고 다듬어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건립된 민요전문 박물관. 김승은 학예연구사가 박물관에서 놓치지 않고 봐야 할 곳으로 지하 1층 상설전시실을 꼽았죠. 보통 박물관에 ‘눈으로만 보세요’ ‘만지지 마세요’ 안내판이 있는 것과 달리 만지고 열어보고 체험을 통해 우리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1층 음원감상실에서 소박한 음악을 들으며 힐링하고, 지하 2층 영상감상실에서는 편안한 빈백에 누워 우리 소리를 눈과 귀로 감상해 보세요.” 김 학예연구사는 우리 민족의 흥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 우리 조상들은 휴대전화도 SNS도, 유튜브도 없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무료함과 지루함을 달랬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방문을 추천한다고 했죠.

영동국악체험촌(충북 영동군 심천면 국악로 1길 33)

전통음악을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체험·체류형 국악타운.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우리소리관과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국악누리관, 악기 연주 및 명상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소리창조관이 있습니다. 청명하고 웅장한 소리가 하늘에 닿으면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북 ‘천고’가 있는 천고각도 만날 수 있죠.

난계국악박물관(충북 영동군 심천면 국악로 9)

난계 박연은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손꼽히죠. 난계국악박물관 영상실과 난계실에서 난계의 삶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국악실에서 다양한 국악기를 만나볼 수 있고, 민속자료전시실에선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월북한 국악인들의 녹음 자료와 국악 공연 실황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등 귀한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김나윤(서울 구룡초 5·왼쪽) 학생기자·이서정(서울 언북초 5) 학생모델이 국립국악원을 방문하고, 국악인 김준수를 만나 국악을 제대로 알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국립국악원을 방문하고 소리꾼 김준수님을 만났는데, 모두 공통된 말씀을 하셨어요. 국악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친근한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죠. 대중음악과 달리 국악을 어렵고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국악은 우리의 온전한 역사가 담겨있는 뿌리 깊은 음악인데 말이죠. 국립국악원과 김준수님처럼 국악이 사람들에게 재밌고 유쾌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더욱 필요할 것 같아요. 여러분도 국립국악원을 방문하고, 9월 15일부터 21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흥보전’을 보며 국악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면 좋을 듯하네요. 김나윤(서울 구룡초 5) 학생기자

해금을 배웠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국악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에서 해금을 만드는 부품을 봤는데, 금방 조립하면 해금이 될 줄 알았는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해서 놀랐어요. “국립국악원에 어떤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나요?”라고 물었을 때 “모든 사람이 다녀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해 주셨죠.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우리 국악의 매력에 모두 빠졌으면 좋겠어요. 국악인 김준수님이 “국악은 신기한 음악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음악이에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순간 뜨끔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죠. 신기하다는 건 많이 접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익숙하다면 신기하지 않겠죠. 앞으로 해금도 더 열심히 하고, 국악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서정(서울 언북초 5) 학생모델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국립국악원·서울돈화문국악당·서울우리소리박물관·영동군청·난계국악박물관, 동행취재=김나윤(서울 구룡초 5) 학생기자·이서정(서울 언북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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