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아들' 유승민의 TK 상륙작전.."큰 희망을 발견했다"
"내년 3월 정권교체를 위해 힘 합쳐야"
"비난하는 분들과 화해하기 위해 TK 찾겠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현재 당내 대선경선에서 3위권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사이의 양강 구도 속에서 1중으로 분류되는 식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데다, 중도보수·개혁보수의 이미지 등을 확고히 갖췄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대구·경북(TK) 민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이 평가가 천형(天刑)처럼 그를 따라다닌다.
실제 본선 양강 구도로 갈 경우 중도층에서 확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강한 후보임에도,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정책 역량이나 토론 실력, 지향성 등에서 경쟁당에서는 최악의 맞상대가 되겠지만, 정작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쉽지 않은 셈이다. 특히, TK 민심이 만만치 않은 숙제다. 당내 당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이곳인 터라, TK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승산이 없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공식 대선 출마 선언 후 26·27일 TK 일대를 방문한 뒤, 29·30일 다시 이 지역을 찾았다. 이어 13일에도 대구를 찾았다. 추석에 다시 이 지역 일대에 머무르는 것을 고려하면 대선 출마 선언 후 4번째 방문이다. 대구 출신으로, 오랜 기간 대구 동구을 지역을 지냈던 TK 출신 정치인인 탓에 어쩌면 그의 TK행은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과 다른 것은 언제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가령 19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을 때, 우리공화당원 등 보수 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을 맞아야 했다. ‘배신자가 왜 왔냐’고 이들을 외쳤다. 추모관까지 가는 데 1시간이 걸리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막상 추모관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사가 유 전 후보를 향해 돌진해 공격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추모를 마친 뒤 "경찰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죄송하다", "자주 찾아오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찾아와 많은 소란이 있었다. 그래도 참배를 드리게 되고 생가 안에 사진들을 둘러보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를 하기 오래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는 말과 "양심과 소신에 따라 탄핵에 찬성했다"는 말을 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두 메시지에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오랜 가난을 극복하게 만든 데 기여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뜻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고향에서 돌팔매질 당하게 된 정치적 결정도 모두 떳떳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분열되고 시민들 사이에 이렇게 분열이 되고 시민으로서 또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각에 참배하는 것 이것조차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현실이 지금 이런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탄핵 이후에 보수가 분열된 데 대해서는 늘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비난과 욕설을 하는 저 시민들하고 화해하기 위해 대구 경북에 자주 찾아오고 있다"며 "저분들께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다 똑같으실 거로 생각하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국민들이 정말 환멸을 느끼고 좌절하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 어떤 정치적인 선택을 했든 이제는 내년 3월 대선을 위해 다 합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측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을 공격한 이에 대해서는 처벌을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다행히 후보가 안 다치셨고, 설사 후보가 다치셨더라도 형사처벌을 할 사람도 아니다"며 "다 나라 걱정하는 분들이니 저희도 다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닥 정서는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위협을 받았던 이날 대구 시내 젊은이들의 메카인 동성로에서 유 전 의원은 젊은이들로부터 환대받았다. 시장에서도, 거리에서도 그는 비판받기보다는 격려를 받았다. 탄핵의 강을 이야기했던, 그에게 어쩌면 강 건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앞서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유 전 의원을 비판하는 이들은 시장 일대에서 큰 목소리를 내며 행사를 방해했다. 욕설을 퍼붓는 반대자들을 향해 그는 웃으며 "식사하이소"라고 인사를 건넸다.
캠프 한 관계자는 당시 "큰 희망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뭔가 공격적인 반응이 있었는데 그런 반응이 사라졌다"면서 "당시 큰 소리로 비난하는 유튜버들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시민들은 저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그는 "한 시민은 그래도 대구에서 나고 자란 애는 유승민이다. 아이가"라고도 했다고 소개했다. 바닥 민심에서는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막상 가서 보니 반기고 애틋해 하는 모습이었다"면서 "일부러 유 전 의원 만나겠다고 오시는 이들도 있었고, 젊은 층 반응이 계속됐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TK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확인되면 중·수·청(중도층, 수도권, 청년)의 지지율이 따라 오르고, 중·수·청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TK도 따라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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