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던 카카오, 정부·여당에 발목 잡히나

부애리 2021. 9.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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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금융, 쇼핑, 모빌리티 등 각종 사업에서 종횡무진 질주하던 카카오가 정부·여당의 계속된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카카오는 10월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무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카카오 겨누는 정부·여당

20일 국회·업계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올해 국감에서 김 의장을 상대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 독점적 시장 구조에 따른 이용자 수수료 상승, 계열사 신고 누락, 경쟁 계열사 인수합병(M&A) 등에 대해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공정' 가치 회복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카카오가 첫번째 타자가 됐다. 민주당은 송갑석·이동주 의원실 주최로 지난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 주제부터 카카오를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도 축사를 통해 카카오의 시장 지배 문제를 지적하면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도 전방위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찌감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을 입법예고하고 규제에 나섰다. 온플법은 플랫폼사업자와 입점업체간의 분쟁 예방을 위해 의무적으로 계약서 작성·교부하도록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는 항목에 ‘재화 등의 정보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순서, 기준’ 등이 포함되면서 빅데이터가 핵심 경쟁 수단인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영업비밀을 공개하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네이버 등이 운영하는 금융플랫폼의 상품 비교·견적 등이 불법적 금융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내놨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앱 '카카오T'와 관련 "규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카카오에 대해 규제 압박을 가하면서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성장의 싹이 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성장하면 규제해야한다는 구시대적 답습을 계속하면서 국내에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규제 공화국'의 면모가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런식의 규제가 계속되면 제조공장도 없는 플랫폼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IT기업들이 사업이 크면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데는 정부의 법률만능주의식 규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성장 전략 바꾼다

카카오는 정부·여당의 공세에 납작 엎드린 모습을 보였다. 기존의 성장 방식을 과감히 개선하고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카오는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위해 5년간 3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일부 사업은 철수하기로 했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회의를 통해 기존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그동안 가장 큰 약점이었던 내수기업 꼬리표 떼기에도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무기로 금융, 모빌리티 등 국내에서만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글로벌 매출 비중이 10%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일본에서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의 매출이 대다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향후 콘텐츠, 게임, 블록체인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와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웹툰 사업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계열사 중에서 글로벌 성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 중 하나다. 최근 출시한 글로벌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이 3개월 만에 매출 1위에 올랐다. 카카오웹툰은 동남아, 북미,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싱가포르에 자회사 '크러스트'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김 의장의 최측근인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이 대표를 맡았다. 확장성이 큰 게임 사업 역시 글로벌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김 의장은 "지난 10년 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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