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없는 대표팀 주축이 될 박정아의 각오
김연경(33·상하이) 없는 여자 배구 대표팀이 현실로 다가왔다. 주축이 되어야 할 박정아(28·도로공사)는 덤덤하게 내일을 바라봤다.
한국 여자 배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다. 박정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올림픽에서 김연경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을 성공시키는 등 '클러치 박'이란 별명에 걸맞는 활약을 했다. 김천 도로공사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박정아는 "좋은 뜻으로 불러주시는 거라 좋다"고 했다.
박정아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 경기는 역시 조별리그 한·일전이다. 5세트 12-14에서 연속 공격 득점을 올린 데 이어 15-14에선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당시 상황을 묻자 박정아의 표정은 환하게 바뀌었다. 그는 "점수가 타이트한 상황이라 정말 '내 할 일 생각하기에 바빴다. 리베로가 없는 상황이라 수비 신경을 쓰면서, (김연경이 후위라)공격을 해야했다"며 "사실 마지막 득점을 낸 공격은 한국 리그에선 하면 (로컬룰에 따라 인정되지 않아서)안되는데… 하나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극마크의 무게는 정말 무겁다. 첫 올림픽에서 아픔을 겪었던 박정아에겐 더욱 그랬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그런 박정아에게 격려의 말을 했다. 박정아는 "감독님께서 '너는 자신을 너무 낮게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한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2인 리시브 시스템을 쓰기 때문에 박정아는 레프트지만 서브 리시브를 많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김연경, 리베로 오지영과 함께 리시브를 책임졌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서브가 이어졌지만 박정아는 이겨내고, 이겨냈다. 박정아는 "잘 했다기보다는 생각한 것보다는 잘 버틴 것 같다. 옆에서 언니들이 도와줬으니까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원 팀'이 되어 세계적인 강호들을 물리쳤다. 주장 김연경의 리더십, 그리고 공수에 걸친 활약이 컸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과 함께 팀을 이끌었던 베테랑 김수지(34·IBK기업은행)과 양효진(32·현대건설) 역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자연히 배구계, 그리고 팬의 시선은 박정아에게 쏠리고 있다. 내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김연경 없는 대표팀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염혜선(30·KGC인삼공사), 김희진(30), 표승주(29·이상 IBK기업은행)와 함께 고참급이 된 박정아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특히 공격에 있어선 박정아가 주포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박정아의 표정은 차분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항상 하는 대답이지만 '나 혼자서 책임질 수 없다. 좋은 어린 선수들도 많고, 새로 들어온 선수들도 있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 결정 이후 "누구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한 김연경의 말과도 같았다.
물론 책임감은 갖고 있다. 박정아는 "올림픽 덕분에 배구 인기가 많아졌다. 이 인기를 유지하고 더 좋아지려면 선수 각자가 노력해야 한다. 희진 언니, 혜선 언니, 지영언니,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박정아는 이번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강서브'다. 박정아는 지난해 팀내에서 가장 정확한 서브를 넣었다. 하지만 올해는 범실을 각오하고, 강하게 때릴 생각이다. 박정아는 "나는 범실을 줄이고 싶은 스타일이라 완벽하게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코치님들이 범실을 해도 강타를 때리자고 했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범실이 늘어나더라도 좀 더 힘있는 서브를 넣을 것 같다"고 했다.
김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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