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0년 김정은①] 정치 위상 다졌으나 불안요소 남아

강현태 2021. 9. 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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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지도체제 공고화 지속
잦은 지도부 교체 배경
"안정화 과정" vs "불안정 요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초비서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계기로 당 총비서라는 직함을 하나 더 갖게 됐다.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만 사용했던 직책을 자신의 이름 뒤에 붙이며 확고한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올해로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지위 공고화 작업에 공들여왔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확립한 '선군정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부 힘을 빼고 당 중심 통치체계를 확립해왔다. 이 과정에서 주요 인사들을 대거 숙청하며 자신만의 '이너서클'을 모색했지만, 반복되는 지도부 교체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권력승계 직후 김 위원장의 권력은 불안정했다"며 "2008년 말 후계자로 등장할 때까지 공식적 당직을 맡은 적이 없었고, 아무런 정치경력도 없었다"고 밝혔다.


오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서 정치적 업적을 쌓지도 못했다"며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집권 초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김 위원장이 △백투혈동 부각 △김일성 따라하기 △친(親)인민적 지도자 이미지 구축 등을 통해 '유일지배체제 구축'에 힘쓰는 한편, △엘리트 감시 △지배구조 재구성 △절대적 충성 요구 등을 통한 '엘리트 통제·관리 전략'으로 "권력안정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버지가 구축해준 '후견체제'를 완전히 재구성하며 "대대적 숙청을 통해 충성스러운 인물을 토대로 지배구조를 새롭게 꾸려 권력 안정화를 꾀했다"고 밝혔다.


오 연구위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고모부인 장성택 등 약 260명을 숙청했다. 집권 초 4년 동안 권력서열 상위 50명 가운데 64.4%가 새롭게 충원되기도 했다.


오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은 지배구조 구성·재편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엘리트를 제거하고 충성심을 검증한 엘리트를 발탁해 지배구조의 응집력을 강화했다"며 "대대적 숙청이나 공포정치에 나서지 않았다면 권력이 상당히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 권총을 치켜든 군 지휘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경제적 이권 변동에 따른
엘리트 간 권력 투쟁 가능성"

일각에선 잦은 지도부 교체가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김정일 시대엔 급격한 엘리트 변동이 많지 않았다"며 "김정은 시대 들어선 최룡해를 제외하곤 사실상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잦은 숙청과 공포정치의 의미가 김정은 정권의 성공요인이라기보다 실패요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에서 당으로의 권력 교체, 장성택 숙청 등의 이면에 경제 이권 구조 변화라는 '엘리트 간 권력 투쟁'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 영향으로 경제적 이권을 쥐고 있던 군(軍)이 장성택에게 자리를 내주고 △장성택 처형 이후엔 조직지도부가 △대북제재 영향이 본격화된 뒤로는 노동당 39호실이 차례로 부상한 만큼, 김정은 시대 지도부 변화는 엘리트 간 권력 암투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입법조사관은 북한 지도부의 잦은 교체가 "겉으로는 권력구조 안정성으로 비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권력구조 불안정 요인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 역시 "2016년 7차 당대회와 올해 8차 당대회를 비교해보면 상무위원 중 남아있는 사람은 최룡해밖에 없다"며 "너무 인적 교체를 많이 해 인재 고갈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새로운 측근들을 어떻게 형성해나길 지에 대한 과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관련 견해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 요인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며 "대대적 숙청 과정에서 갈등과 불협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지금 남아있는 엘리트 중 김 위원장에 반기들 수 있는 세력이 있느냐'하면 적어도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 한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정권이 지금 무너질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볼 때, 안 무너질 것 같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 열병식에서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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