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과학자 암살범, 이스라엘 '얼굴 인식' 킬러로봇이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이 부착된 원격 조정 로봇을 이용해 이란 최고의 핵 과학자를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첨단 기술이 암살 공작에 활용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7일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향해 기관총 공격을 한 것은 저격수가 아니라 그의 얼굴을 인식해 공격한 인공지능(AI) 로봇이었다.
사건 당일 파크리자데는 카스피해 별장을 떠나 테헤란 동쪽 압사르의 시골집에서 주말을 보내려 승용차에 부인을 태워 이동 중이었다. 파크리자데는 이란 국방부 연구ㆍ혁신기구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날 그는 이란 정보국으로부터 암살 가능성을 경고받았지만 경호원들의 무장차량에 타는 대신 직접 비무장한 자신의 차를 몰았다. 대신 그의 앞뒤로 경호차량들이 따라붙었다. 이는 보안규정 위반이었다고 한다.
오후 3시30분 쯤 그의 차가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압사르의 길로 들어서자 정차해 있던 파란색 닛산 트럭에서 총격이 시작됐다. 1분 이내에 총 15발이 발사됐고 3발 이상이 파크리자데를 겨냥했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조수석에 있던 그의 부인은 살았다.
NYT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있던 트럭에 적재된 방수포와 건축 자재 사이에 7.62㎜구경 저격용 기관총이 달린 원격 제어 로봇이 있었다. 이 로봇은 1609㎞가량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조정됐으며, 파크리자데의 얼굴을 정확하게 인식해 조준 사격을 했다.
신문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무게가 약 1톤에 이르는 기관총과 로봇, 부속품을 분해해 이란으로 밀반입한 뒤 비밀리에 재조립했다”며 “트럭은 임무 수행 후 자동 폭파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2004년 이후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기 위해 정보기관 모사드를 활용해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벌여왔다. 2007년 이후 5명의 이란 핵 과학자도 암살됐다.
NYT는 “과거에는 요원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한 계획이 필수였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라며 “킬러 로봇의 등장은 모사드의 첩보 셈법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의 성공은 모사드의 광범위한 계획과 감시, 파크리자데의 보안규정 위반 등도 역할했지만, 동시에 인공지능과 다중 카메라 눈을 가진 첨단 컴퓨터 명사수의 데뷔였다고 NYT는 덧붙였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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