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가족들과 싸우지 않는 비결, 엄청 간단합니다

이은영 2021. 9. 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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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사랑하기 위해 모였다' 이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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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다 같이 모여 추수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 pixabay
 
곧 있으면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온다. 한가위는 추석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매년 음력 8월 15일이다.

한가위에 대해서는 여러 유래가 있지만, 우선 의미적으로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란 뜻의 '가위'가 합쳐져 일 년 중 가장 크고 중요한 날이라고 해석한다.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다 같이 모여 추수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이러한 연유로 "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인심과 정을 나누는 추석을 앞두고, 몇 해가 지났지만 그날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잔소리 폭격을 맞던 그날, 조카의 한마디 

"어휴~! 쟤랑 어디 한 번 나가려면 속 터져. 쟤 놔두고 우리끼리 나가자!"
"11시까지 준비하면 된다면서, 아직 11시가 안 됐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성격 급한 아버지는 화장대 앞에서 느긋하게 준비하는 나를 향해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과거에는 가족과 한 번 어디를 가려면 루틴처럼 이렇게 꼭 한 번씩 입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마다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예컨대, 아버지는 출국 4시간 전부터 공항에 도착해서 밥을 먹어야 안심하는 부류였고, 나머지 가족은 그런 아버지를 따라나서기만 하면 되기에 몇 시 비행인지 공항에 도착해서 확인하는 그런 부류였다.

가족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적잖이 받는 스트레스를 외부인은 알 리 없다. 수십 년의 세월을 같이 산 지금이야 내공이 쌓여서 괜찮지만, 서로가 마음의 평온을 찾는 과정은 제법 힘들었다.

오죽하면 기타노 다케시 작가는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까지 표현했을까. 화목한 가정이라는 보기 좋은 타이틀은 담 넘어 이웃집 타인이 부여하는 훈장이라는 것쯤은 굳이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날도 가족과 외출 전 기분이 조금 상한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혼자 방에 남아 단장을 하고 있었다. 다들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 누군가가 내 방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온다.

"고모 정도라면 기다려줄 수 있는데..."

내 허리보다도 키가 작은, 친오빠 아들인 조카 진욱이었다. 작고 조그만 아이는 혼잣말인 듯 툭 던지고는, 내 옆을 스쳐지나 그대로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순간 내 두 귀를 의심하며, 거울 보는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다가가 되물었다.

"진욱아~ 고모 정도라면 기다려줄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크고 동그란 두 눈동자를 빛내며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음~ 그건 말이죠. 고모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말 한마디에 불쾌했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진욱이는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의식하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침대 위에 누워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더욱더 사랑스러워 아이를 꼭 끌어안자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감동의 눈물이 글썽거렸다.

'화목한 가족'으로 사는 법
 
 가족과 있으면 마냥 행복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린 함께 하는 것이다.
ⓒ pixabay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진욱이는 그때보다 더욱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멘트를 날리며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자상한 성격으로 다정다감한 행동만큼은 로맨티시스트다. 단지, 안타깝게도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그런 스타일이다. (웃음)

이렇듯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주고받는 상처와 아픔, 화해와 위로의 순간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살아온 세월의 크기만큼 커지는 공동 작품을 우리는 '화목'이라고 부르며, 가족이 함께 따뜻하게 지어 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멋 부리지 않고 쉽게 말하자면, '화목한 가정'이란 징그럽게도 지지고 볶으면서도 끝끝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결과 그뿐인 것 같다.

추석 명절, 좋은 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을 순수한 아이들은 동화 곰돌이 푸우의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해서 함께한 게 아니야.
더 사랑하려고 함께 하는 거야.

-곰돌이 푸우

가족과 있으면 마냥 행복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린 함께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좋은 순간만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은 버려야 한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화가 나는 순간에도 부지런히 서로 사랑하면서 이해하는 가운데 행복이 무엇인지 배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운 가족을 통해 인간관계를 깨달으면서, 올바로 화해하는 방법까지 자연스럽게 터득해 나가게 된다.

이실직고하자면, 그날이 추석인지 평일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대가족(사촌 식구 오 남매가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 살고 있다)은 수시로 만나 놀러 다니기 때문이다.

그날도 가족끼리 모여서 느꼈던 분위기의 스토리만 추억 속에 남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었는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내 삶에 있어서는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더 사랑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 충만했다는 느낌이 든다면, 나에겐 그날이 일 년 중에 가장 크고 중요한 한가위다.

이번 추석에는 아버지 칠순을 맞아 오빠네 가족이 온다고 연락 왔다(원래 추석에는 오지 않고 새언니 친정이나 여행을 간다). 다행히 가정 내 8인까지는 모임이 가능하다고 하니, 아무래도 집에서 파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부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동욱이와, 자신은 부회장 선거에서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진욱이 모두의 삶을 축하하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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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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