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함께 있기도 싫어했다.. '아-하'의 숨겨진 이야기들
[이학후 기자]
▲ <아-하: 테이크 온 미> 영화 포스터 |
ⓒ (주)컨텐츠 썬 |
19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아-하'와 '테이크 온 미'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아-하'를 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원 히트 원더' 가수로 오해하곤 한다. 히트곡의 숫자가 적지 않음에도 말이다. '테이크 온 미'의 인기가 엄청났던 탓이다. 아-하가 1980년대 이후 발표한 앨범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공연을 계속한다는 사실도 대부분 모른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하면서 낯선 존재가 아-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하: 테이크 온 미>는 아-하의 탄생과 성공, 음악으로 연대하는 이들의 무대 안과 무대 밖의 이야기를 담았다. 줄곧 밴드가 앨범을 제작하는 여정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 원했던 토마스 롭삼 감독은 2009년 아-하의 멤버 마그네에게 새 앨범을 만들게 되면 그 과정을 담고 싶다고 물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 그런데 아-하가 해체하는 바람에 프로젝트는 좌초되었고 몇 년이 흘러 재결합을 한 후에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아-하: 테이크 온 미> 영화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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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74년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처음 만난 폴과 마그네를 시작으로 모튼 하켓과의 인연, 아-하의 결성, '테이크 온 미'의 대성공, 이후 '스캔드럴 데이스(1986)', '스테이 온 디즈 로드(1988)', '이스트 오브 더 선, 웨스트 오브 더 문(1990)', '메모리얼 비치(1993)', '마이너 어스 메이저 스카이(2000)', '라이프라인(2002)', 아날로그(2005)', '풋 오브 더 마운틴(2009)', '캐스트 인 스틸(2015)'까지 앨범 발표와 거기에 담긴 음악적 실험, 해체와 재결합 등 아-하가 걸었던 궤적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다양한 영상 자료 중에 마그네가 자신이 소유한 카메라로 찍은 2집 녹음 과정을 찍은 부분과 영회 곳곳에 사용된 '로트스코핑' 기법이 눈길을 끈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테이크 온 미'가 만들어진 과정이 가장 재미있다. 폴이 15세 무렵에 리프를 쓴 '테이크 온 미'는 1981년 '더 쥬시 푸르츠 송'란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나 처참하게 묻혔다.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한 다음 모튼 하켓이 보컬을 맡아 1984년 발표한 싱글 '테이크 온 미'는 노르웨이에선 성공했지만, 다른 나라에선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아-하는 앨런 타니를 프로듀서로 영입해 곡을 다시 만들고 워너 브라더스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충력을 기울여 1985년에 우리에게 친숙한 지금의 '테이크 온 미'를 내놓았다.
<아-하: 테이크 온 미>는 모튼, 폴, 마그네와 인터뷰 외에 멤버들의 여자친구와 아내, 아-하 전기 작가, 매니저, 프로듀서, 음반사 관계자, 아-하 사진 담당 등 아-하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는다. 영화의 대부분 분량은 모튼, 마그네, 폴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음악적 견해를 포함해 밴드의 노력, 성공이 가져온 명암, 서로의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 <아-하: 테이크 온 미> 영화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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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롭삼 감독은 <아-하: 테이크 온 미>가 "어린 날 거대란, 불가능한 꿈을 함께 가지는 것,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문제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영화라 설명한다. 그리고 "밴드가 어떻게 성공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얘기"란 부연을 덧붙인다.
아-하의 세 멤버는 녹음, 공연장, 행사 등 밴드의 공식 일정을 제외하곤 한 방에 함께 있기조차 꺼리는 모습이다. 영화의 인터뷰도 따로 진행했다. 아-하가 지금까지 유지된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들을 불편한 관계라 보아선 곤란하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일을 겪었기에 깨달은 적당한 거리를 둘 줄 아는 '관계'이며 자신의 재능을 믿고 서로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는 예술가의 '관계'다. 또한, 같은 꿈을 꾸며 음악으로 연대하며 발전하는 '관계'다. 이들은 아직 아-하의 최고의 음반은 나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단지 남들보다 창작의 과정이 더디고, 어려울 따름이다.
<아-하: 테이크 온 미>는 밴드의 최고 히트곡인 '테이크 온 미'로 시작한다. 마지막 장면도 '테이크 온 미'로 문을 닫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테이크 온 미'의 가사가 갖는 의미가 한층 풍성해진다. 사랑의 이야기를 넘어서 마치 아-하가 최고의 음악을 찾는 여정 같다. 서로를 대하는 입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을 통해 아-하의 음악을 검색하여 듣고 싶게 만든다.
"말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어쨌든 말할게. 오늘은 널 찾아 나섰으니 날 피하는 네 사랑을 찾으러 왔거든. 날 받아줘. 날 데려가. 하루 이틀 지나면 난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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