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함께 있기도 싫어했다.. '아-하'의 숨겨진 이야기들

이학후 2021. 9.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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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아-하: 테이크 온 미>

[이학후 기자]

 
▲ <아-하: 테이크 온 미> 영화 포스터
ⓒ (주)컨텐츠 썬
1985년은 '아-하'의 해였다. 노르웨이 출신의 모튼 하켓, 마그네 푸루홀멘, 폴 왁타 사보이로 구성된 3인조 밴드 아-하의 첫 번째 앨범 <헌팅 하이 앤 로>는 전 세계적으로 1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수록곡 '테이크 온 미'는 빌보드 1위를 올랐다. '테이크 온 미'는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신디사이저 사운드, 보컬 모튼 하켓의 감미로운 음색, 단순하나 멋진 가사 등 매력이 넘친다. 무엇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한 뮤직비디오가 놀라웠다. 아-하는 '테이크 온 미'의 돌풍에 힘입어 1986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최우수 비디오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휩쓸었다. 

19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아-하'와 '테이크 온 미'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아-하'를 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원 히트 원더' 가수로 오해하곤 한다. 히트곡의 숫자가 적지 않음에도 말이다. '테이크 온 미'의 인기가 엄청났던 탓이다. 아-하가 1980년대 이후 발표한 앨범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공연을 계속한다는 사실도 대부분 모른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하면서 낯선 존재가 아-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하: 테이크 온 미>는 아-하의 탄생과 성공, 음악으로 연대하는 이들의 무대 안과 무대 밖의 이야기를 담았다. 줄곧 밴드가 앨범을 제작하는 여정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 원했던 토마스 롭삼 감독은 2009년 아-하의 멤버 마그네에게 새 앨범을 만들게 되면 그 과정을 담고 싶다고 물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 그런데 아-하가 해체하는 바람에 프로젝트는 좌초되었고 몇 년이 흘러 재결합을 한 후에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아-하가 새로운 앨범을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하: 테이크 온 미>의 첫 장면에서 감독은 세 사람에게 "조만간 신곡이 나올까요?"라 묻는다. 폴은 "저는 이미 준비 다 끝났어요.", 모튼은 "음반 작업에 석 달 정도 투자해서 어디 갇혀 있다가 나올 수 있다면 그때는 나온다고 믿죠."라 대답한다. 반면에 마그네는 "아니"라 말한다. 그는 "벌집을 쑤시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마지막엔 결국 서로 죽이려 들 거예요."라 주장한다. 아-하는 왜 새로운 앨범을 만들기 힘들까? <아-하: 테이크 온 미>는 그 이유를 보여준다.
 
▲ <아-하: 테이크 온 미> 영화의 한 장면
ⓒ (주)컨텐츠 썬
 
영화는 1974년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처음 만난 폴과 마그네를 시작으로 모튼 하켓과의 인연, 아-하의 결성, '테이크 온 미'의 대성공, 이후 '스캔드럴 데이스(1986)', '스테이 온 디즈 로드(1988)', '이스트 오브 더 선, 웨스트 오브 더 문(1990)', '메모리얼 비치(1993)', '마이너 어스 메이저 스카이(2000)', '라이프라인(2002)', 아날로그(2005)', '풋 오브 더 마운틴(2009)', '캐스트 인 스틸(2015)'까지 앨범 발표와 거기에 담긴 음악적 실험, 해체와 재결합 등 아-하가 걸었던 궤적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다양한 영상 자료 중에 마그네가 자신이 소유한 카메라로 찍은 2집 녹음 과정을 찍은 부분과 영회 곳곳에 사용된 '로트스코핑' 기법이 눈길을 끈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테이크 온 미'가 만들어진 과정이 가장 재미있다. 폴이 15세 무렵에 리프를 쓴 '테이크 온 미'는 1981년 '더 쥬시 푸르츠 송'란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나 처참하게 묻혔다.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한 다음 모튼 하켓이 보컬을 맡아 1984년 발표한 싱글 '테이크 온 미'는 노르웨이에선 성공했지만, 다른 나라에선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아-하는 앨런 타니를 프로듀서로 영입해 곡을 다시 만들고 워너 브라더스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충력을 기울여 1985년에 우리에게 친숙한 지금의 '테이크 온 미'를 내놓았다.

<아-하: 테이크 온 미>는 모튼, 폴, 마그네와 인터뷰 외에 멤버들의 여자친구와 아내, 아-하 전기 작가, 매니저, 프로듀서, 음반사 관계자, 아-하 사진 담당 등 아-하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는다. 영화의 대부분 분량은 모튼, 마그네, 폴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음악적 견해를 포함해 밴드의 노력, 성공이 가져온 명암, 서로의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특히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가 인상적이다. 마그네와 폴의 작사, 작곡의 정의에 대한 시각차는 크다. 마그네가 초기 곡에 기여를 했음에도 작사, 작곡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에 서운함을 토로한다. 이와 달리 폴은 곡 만드는 과정을 '책상 만들기'에 비유하며 "책상을 컵과 꽃으로 장식할 수는 있지만, 책상은 제가 만든 걸요."라고 반문한다. 
 
▲ <아-하: 테이크 온 미> 영화의 한 장면
ⓒ (주)컨텐츠 썬
 
토마스 롭삼 감독은 <아-하: 테이크 온 미>가 "어린 날 거대란, 불가능한 꿈을 함께 가지는  것,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문제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영화라 설명한다. 그리고 "밴드가 어떻게 성공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얘기"란 부연을 덧붙인다.

아-하의 세 멤버는 녹음, 공연장, 행사 등 밴드의 공식 일정을 제외하곤 한 방에 함께 있기조차 꺼리는 모습이다. 영화의 인터뷰도 따로 진행했다. 아-하가 지금까지 유지된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들을 불편한 관계라 보아선 곤란하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일을 겪었기에 깨달은 적당한 거리를 둘 줄 아는 '관계'이며 자신의 재능을 믿고 서로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는 예술가의 '관계'다. 또한, 같은 꿈을 꾸며 음악으로 연대하며 발전하는 '관계'다. 이들은 아직 아-하의 최고의 음반은 나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단지 남들보다 창작의 과정이 더디고, 어려울 따름이다.

<아-하: 테이크 온 미>는 밴드의 최고 히트곡인 '테이크 온 미'로 시작한다. 마지막 장면도 '테이크 온 미'로 문을 닫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테이크 온 미'의 가사가 갖는 의미가 한층 풍성해진다. 사랑의 이야기를 넘어서 마치 아-하가 최고의 음악을 찾는 여정 같다. 서로를 대하는 입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을 통해 아-하의 음악을 검색하여 듣고 싶게 만든다.

"말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어쨌든 말할게. 오늘은 널 찾아 나섰으니 날 피하는 네 사랑을 찾으러 왔거든. 날 받아줘. 날 데려가. 하루 이틀 지나면 난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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