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4년 DATA] 최저임금 35% 오르자 '키오스크'가 경쟁자로

조인영 2021. 9.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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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4년간 35% 급등..국민소득 증가율 3배 웃돌아
2019년·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역대 최고치..인건비 폭탄에 줄폐업 가속화
'소주성' 4년째 역풍.."최저임금 1만원 공약 눈치 보느라 영세업자 부담↑"
2020년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에 사는 자영업자 A씨는 고민 끝에 데리고 있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제 더 이상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본인이 일하는 시간을 늘려 최대한 손실을 메꿔볼 생각이나 이마저도 잘 되지 않을 경우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임기 4년 내내 역풍을 맞았다.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생산이 늘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최저임금 손질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년간 최저임금이 총 35%나 뛰자 비용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은 속속 폐업했고, 구직자들의 취업 문은 더욱 좁아졌다. 아르바이트가 담당해왔던 자리는 그마저도 무인기기가 대체했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2018년 7530원으로 16.4% 급등하더니 다음해엔 10.9% 뛴 8350원을 기록했다. 급격한 인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2년은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결국 2.9%, 1.5% 인상되면서 2021년엔 8720원까지 올라섰다.


최저임금이 이렇게 폭등한 것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공약 포기를 선언하긴 했지만 첫 2년은 인건비 폭탄을 안게된 직접적 당사자인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동결 요청을 무시한 채 '공약'을 밀어부쳤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추이를 보면 '인상을 위한 인상'일 뿐, 전체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근로자 임금총액 인상률과 비교하면 괴리가 더욱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6.4% 올랐던 2018년의 근로자(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전체근로자) 임금총액 상승률은 5.3%에 불과했다.


10.9% 인상된 2019년 임금총액 상승률은 3.4% 오르는 데 그쳤다.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임금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10년간 최저임금 추이(출처 최저임금위원회)ⓒ한국경제연구원

국민소득 증가율을 봐도 그렇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인 2016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3411만원과 2020년 3762만원을 비교하면 4년간 10.3% 상승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1인당 GNI를 3배나 웃돈다는 것은 소주성 효과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최저임금이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319만명(최저임금 미만율 15.6%)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역대 최고치는 338만6000명으로, 현 정부가 최저임금을 10.9% 올렸던 2019년이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64만8000명 중 36.3%인 132만4000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것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소득) 대비 62.4%로, G7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건비 폭탄은 정부가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이 아닌 고용 축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6.4% 올랐던 2018년엔 일자리 15만9000개가, 10.9% 인상된 2019년엔 27만7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18년 인상은 음식숙박서비스 부문과 청년층, 정규직 일자리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음식숙박서비스업의 경우 최대 11만개, 청년층 11만6000개, 정규직 6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최소 12만5000개에서 최대 30만4000개까지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남석 교수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수요 감소와 더불어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의 일자리 감소 효과를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G7 국가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추정(2020)ⓒ한국경영자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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