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도 침몰..인구5000명 그린란드 빙하 마을의 위기 [이 시각]
1912년 4월 14일 깊은 밤,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는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했다. 20만톤에 달하는 빙산이 배의 우현에 충격을 가해 2200명 이상이 탄 배는 빠른 속도로 침몰하고 말았다.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던 타이타닉호의 첫 항해를 마지막 항해로 만든 유빙은 그린란드 일루리삿 빙하에서 북대서양으로 흘러간 빙산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그린란드에서 촬영한 사진을 연속으로 타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빙하 등을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한 해가 다르게 그린란드의 자연환경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위 69도, 그린란드 일루리삿은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빙산으로 떨어져 나가는 곳이다. 2004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일루리삿 빙하는 150년 넘게 이어져 온 지구의 기후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빙하는 만년빙에서 흘러나와 40여㎞를 흘러 일루리삿에 도착한다. 하루 이동 거리가 무려 '40m'에 이른다. 빙하가 흐르는 속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10년 전보다 두 배로 빨라졌는데, 빙하가 흐르는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빙하는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다가 부서져 빙산이 된다. 평평한 얼음의 대지가 칼로 자른 듯이 떨어져 나간다. 이 빙붕 지점이 일루리삿 빙하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15㎞ 이상 상류로 후퇴했다. 이 거리는 1900년 이후 100년간 후퇴한 거리와 맞먹는다. 물론 이런 현상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얼음 절벽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산더미 같은 빙산이 만들어진다. 폭 6㎞, 두께 수백m인 빙하가 매일 40m씩 바닷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빙산은 말 그대로 ‘산’(山)이다. 해수면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빙산은 압도적이지만 바닷속에는 그 크기의 9배가 감춰져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푸르고 깨끗해 보기 좋은 빙산보다는 흙이나 자갈을 포함해서 좀 지저분해 보이는 빙산이 생태 연구에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 흙 속에는 지구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빙하 입구에 위치한 일루리삿은 인구가 5000명 남짓이지만 그린란드 제3의 도시다. '일루리삿'은 그린란드어로 ‘빙산’이라는 뜻이다. 이 작은 북극권 마을이 이름에 걸맞은 풍경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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