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도 침몰..인구5000명 그린란드 빙하 마을의 위기 [이 시각]

최정동 2021. 9.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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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4일 깊은 밤,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는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했다. 20만톤에 달하는 빙산이 배의 우현에 충격을 가해 2200명 이상이 탄 배는 빠른 속도로 침몰하고 말았다.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던 타이타닉호의 첫 항해를 마지막 항해로 만든 유빙은 그린란드 일루리삿 빙하에서 북대서양으로 흘러간 빙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란드 일루리삿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거대한 빙산들이 16일 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도시는 그린란드 제3의 도시인 일루리삿.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최근 그린란드에서 촬영한 사진을 연속으로 타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빙하 등을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한 해가 다르게 그린란드의 자연환경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루리삿 앞바다에 떠 있는 빙산들. 지난 14일 풍경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빙산이 녹은 물이 빙산에 고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위 69도, 그린란드 일루리삿은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빙산으로 떨어져 나가는 곳이다. 2004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일루리삿 빙하는 150년 넘게 이어져 온 지구의 기후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빙하는 만년빙에서 흘러나와 40여㎞를 흘러 일루리삿에 도착한다. 하루 이동 거리가 무려 '40m'에 이른다. 빙하가 흐르는 속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10년 전보다 두 배로 빨라졌는데, 빙하가 흐르는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난 14일 그린란드 캉거루수악 지역의 항공사진. 얼음층이 녹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린란드 남부에 위치한 수도 누크(Nuuk)주변의 풍경. 얼음층이 녹아 흙이 드러났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고 있다. 9월 7일 수도 누크 주변 풍경. 로이터=연합뉴스

빙하는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다가 부서져 빙산이 된다. 평평한 얼음의 대지가 칼로 자른 듯이 떨어져 나간다. 이 빙붕 지점이 일루리삿 빙하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15㎞ 이상 상류로 후퇴했다. 이 거리는 1900년 이후 100년간 후퇴한 거리와 맞먹는다. 물론 이런 현상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일루리삿 빙하의 빙붕 지점. 이 빙붕 지점이 빠른 속도로 빙하 상류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관광객들이 15일 일루리삿 앞바다에서 빙산이 부서지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얼음 절벽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산더미 같은 빙산이 만들어진다. 폭 6㎞, 두께 수백m인 빙하가 매일 40m씩 바닷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빙산은 말 그대로 ‘산’(山)이다. 해수면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빙산은 압도적이지만 바닷속에는 그 크기의 9배가 감춰져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일루리삿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이 석양을 배경으로 바다에 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푸르고 깨끗해 보기 좋은 빙산보다는 흙이나 자갈을 포함해서 좀 지저분해 보이는 빙산이 생태 연구에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 흙 속에는 지구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빙산은 대체로 푸른 빛이 도는 깨끗한 흰색이지만 간혹 흙이 포함된 부분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빙하 입구에 위치한 일루리삿은 인구가 5000명 남짓이지만 그린란드 제3의 도시다. '일루리삿'은 그린란드어로 ‘빙산’이라는 뜻이다. 이 작은 북극권 마을이 이름에 걸맞은 풍경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린란드 수도 누크 남쪽 80km 지점의 세메크 빙하의 지난 11일 모습. 얼음이 녹아 강처럼 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일루리삿 빙하도 언젠가는 이런 모습으로 녹아 사라질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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