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떠난 사람들③] 김관영 "文, 땜질식 처방 치중..편 가르기로 나타나"

정계성 2021. 9. 19.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민주주의 단계 개척 못해"
"선거법 무력화, 역사의 평가 받을 것"
"대선주자들, 개헌에 대한 비전 제시해야"
"제3지대 실험 실패, 안타깝고 죄송"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떠났던 김관영 전 의원이 한국공공정책연구소를 설립하고 대선에 맞춰 ‘어젠다K 2022’를 내놨다. 정치와 외교는 물론이고, 경제와 노동 및 복지, 여성과 청년 등 시대적 화두에 대한 정책 비전을 담았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정치개혁 방안이다. 양당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현행 선거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념과 진영 대결의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가장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도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았다.


특히 21대 총선을 앞두고 시행된 선거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스스로 무력화한 것이 독선의 시작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혹독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양당이 고착화된 지금 20대 국회에 비해 나아진 게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으로 이어지는 ‘제3지대’의 실패로 다당제가 멀어진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김 대표는 “거대 양당의 원심력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만큼 새로운 구심력을 키웠어야 했다”며 “다당제의 씨앗을 다시 자라게 하려면 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안타깝다”고 했다.


다음은 김관영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와의 일문일답.


Q. 국민의당에서 함께 했던 김성식·채이배 전 의원 등과 함께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를 세웠다. 다시 뭉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여야, 이념, 진영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직시하며 정책 공론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해 설립했다. 정치적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와 시대를 향한 비전과 정책이라 생각했고 시대적 화두에 대해 실질적 해법을 추구해왔다.”


Q.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이기에 국민적 기대가 높았다. 복지 확대나 민주주의 회복, 한반도 평화 노력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대한민국 혁신에서는 국민을 실망시켰다.


시대적 난제를 정면돌파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보다 땜질식 처방, 단편적 처방에 치중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실패, 검찰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편 가르기식 접근은 큰 실책이었다.


특히 새로운 단계를 개척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민주주의 회복의 목표는 성군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권력을 분산하고 ‘청와대 정부’라는 기형적 시스템을 개혁해서 행정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민주적 협의와 연합정치를 완성해가는 것이어야 한다. 선거제 개혁도 이 맥락에서 중요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좌초됐다.”


Q. 다당제 정착을 위해 선거제도를 바꿨는데 역설적으로 양당제가 더 강화됐다. 당시 선거제 개편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인데, 제도적으로 결함이 있던 것은 아닌가.


“선거제도는 여야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역사 발전의 한 단계 전진이라고 생각해 제1야당의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위성정당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물거품이 됐는데 그 부분에 대해 역사적으로 혹독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민주당이 특히 그 부분에 잘못된 결정을 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180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 고쳐야 한다. 지금은 대선 정국으로 빨려 들어가서 쉽지 않은데,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매듭지어 22대부터는 다양한 국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문재인 정부는 대의제가 민의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게 빠지기 쉬운 오류다. 현대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선출한 의회가 국민 전체를 대변하면서 나라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는데 야당이 반대하니 ‘발목을 잡는다’면서 국민 앞에 나와 직접 호소를 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팬덤 정치,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가 득세한다. 민주주의 본래의 모습들을 대단히 훼손하고 정상적인 국회가 기능하는 것을 막는 원인이다.”


Q. 민주당은 리버럴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보여지는 모습은 다른 것 같다. 독선과 오만, 전체주의적인 면모로 비판을 많이 받는다. 민주당에 한때 몸담았었는데 왜 그런가.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많은데, 민주화는 우리만 한 것이라고 독점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룬 데에는 산업화 세력도 대단히 큰 역할을 했다는 공감대가 있는데, 산업화 세력을 지나치게 폄훼하고 가치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존중하려는 생각이나 자세가 약하다 보니 검찰개혁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은) 자기 지지층에 호소하고 집착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것들이 결국 국민 편 가르기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으로도 땜질식·단편적 처방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자면.


“경제정책이 엉망이었다. 첫해 최저임금을 16.9% 인상해 시장의 충격이 너무 컸다. 추가 상승분을 정부가 보전한 것도 역사상 처음이다. 충격이 크니 다음 해에 2~3%로 내렸다. 아이러니한 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낮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니 그런 후유증이 나오는 거다.


둘째는 부동산이다. 과감한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데 땜질식 처방으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부추기고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렸다. 청년들의 좌절과 절망감이 근로 의욕을 상실시키고 암호화폐와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게 만드는거다. 숫자로 계량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손실이다. 인치와 언치에 의해 이뤄지는 국정이 얼마나 허약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Q.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차기 대선은 여야 양강 구도다. 국민의힘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민생과 개혁, 코로나 이후 새 시대를 대비하는 정치세력으로 보기 힘들고, 반문의 정치에 포박되어 있는 것 같다. 반문은 또 다른 증오의 정치전략이다. 정권만 잡는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권력을 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시대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후보들이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대선 국면에서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책무다.”


Q. 다당제와 합의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 국민의당·바른미래당 같은 제3지대 실험은 결국 실패했다. 국민들은 다당제에 대해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게 아닐까.


“3당이 굳건했다면, 캐스팅 보트 정당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면 거대 양당의 적대적 대결 정치를 넘어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3지대 실험의 좌초는 스스로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거대 양당의 원심력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새로운 구심력을 키웠어야 했다. 3당을 계속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고난의 길이다. 그것이 열매를 맺으려면 선거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쉬운 것은 2016년 국민의당과 그 이후 과정에서 어렵게 만들어진 3당을 지켜내지 못한 점이다. 국민께 죄송스럽다. 그런 씨앗과 결실이 다시 맺어지려면 또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쉽고 안타깝다. 책임을 느낀다.”


Q. 결국은 개헌인데, 정권 말기가 되면 여야를 불문하고 목소리가 분출되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는 이슈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어려운 게 아닌가.


“정치인들에게 물어보면 의원내각제에 공감대가 크다. 정치인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게 대통령의 결단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하면 더 설득력이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DJP 연합 같은 일이 자주 반복되고 국민이 효능감을 느끼면 헌법을 바꾸는 과정으로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의회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경험은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고, 국정운영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국회 경험이 없다는 게 아쉽다.


각 정당의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면 후보들이 개헌과 선거제 개혁에 대한 각자의 제안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헌법은 대한민국 시스템의 블루프린트다. 새로운 대한민국 비전을 논하고자 한다면 그 블루프린트를 국민 앞에 제시할 책무가 있다.”


Q. 얘기가 나온 김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의 유력 예비후보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복지정책 혁신을 위한 제안으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축적해온 복지제도의 틀을 바탕으로 혁신하고 발전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다. 기본소득은 재원의 문제도 제기되고, 기존 복지 수혜층의 혜택을 증진시키느냐 문제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하나의 정책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


이 지사의 경우 시장 8년에 경기도지사도 했기 때문에 공감 능력은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번 날치기 발언과 국책 연구기관(KDI) 분석에 아주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엄청난 권력을 가지는 대통령이 됐을 때 부작용이 걱정된다. 의회와 상당한 긴장 관계를 형성할 공산이 크다. 이 지사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대선과 관련해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선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지 문제를 넘어, 향후 5년 대한민국과 국민의 미래를 선택하는 장이다. 대선 과정에서 비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이 다시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후보들에게 있어 정책은 경쟁의 수단이기 이전에 국민에게 미래를 제시할 책무임을 다시 새겼으면 한다.


또한 대선은 5년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갈 길을 후보들에게 물으셔야 한다. 지난 5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미래를 어떻게 이끌지 물으셔야 한다. 그동안 왜 못해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내겠다는 것인지 솔루션을 묻고 보고받으셔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을 어떻게 나누고 협의를 통한 연합의 정치를 펼치고자 하는지 후보의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정쟁의 안개가 드리워도, 주인들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요구하고 또 투표해서 주인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해 달라.”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