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유엔헌장 찢었다..文 나설 올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시작되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임기 중 마지막 연설이자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 구상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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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회원국이라면 누구나, 아무 거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회원국이라면 어느 나라든, 어떤 주제와 관련해서든 연설할 수 있다. 연설 시간은 15분 정도로 권고하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 사실상 각국 대표의 자유 발언이다.
기조연설은 유엔 총회의 ‘일반토의(General debate)’ 기간에 이뤄진다. 유엔은 매 회기의 첫 일정으로 1주일 정도 일반 토의를 진행하는데, 해당 회기에 유엔이 다뤄나갈 현안과 의제를 전반적으로 논의한다.
②왜 항상 브라질이 1번?
각국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모이다보니 누가 먼저 연단에 서는지도 관심이다. 관례상 첫 세 국가는 고정인데, 브라질→미국→의장국 순이다.
브라질이 첫 주자인 건 1950년대부터 굳어진 전통이다. 유엔 창립 초기 미국은 유엔을 쥐락펴락 하는 것처럼 보일까 염려해 총회 첫 연설자로 나서는 걸 꺼렸다. 다른 회원국들도 미국 대표의 연설이 사실상 하이라이트라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굳이 먼저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이때 유엔 총회의 첫번째 특별회기 등을 주재한 경험이 있는 브라질이 나섰다. 그게 관례가 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1955년 이후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곤 브라질 대표의 연설로 시작했다.
미국은 유엔 본부가 위치한 뉴욕이 속한 나라로서, 미국의 대표는 두번째 연설을 맡는다. 그 다음은 매해 달라지는 총회 의장국의 대표다.
이렇게 세 나라를 제외하곤 각국 대표의 급에 따라 기조연설 순서가 정해진다. 통상 의전서열을 따르는데 국가원수인 국왕과 대통령이 먼저이고, 다음으로 총리, 외교장관 등 순서다. 사상 최초로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섞어서 진행되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도 이 원칙은 거의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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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막말, 돌출행동 ‘관종’ 정상들도
각국의 지도자들이 대표로 나와 자유발언을 할 수 있으니, 과거 유엔 총회 연단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종종 빚어졌다.
1960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나섰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총리는 무려 약 4시간 30분에 걸쳐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아직도 그가 세운 최장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2006년에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연단에 서서 “(지옥의) 유황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앞서 연설했던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을 ‘악마’에 빗댄 것이다.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지난 2009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테러 이사국’이라 비난하며 100분 가까이 장광설을 펼쳤다. 유엔헌장 사본을 들고 나와 “우리는 이 문서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서 찢어버리기도 했다.
2010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이란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실질적으로 9ㆍ11 테러 공격의 배후에 있었다”고 주장해 미국과 영국 등 대표단이 총회장에서 즉각 퇴장하기도 했다.
2012년엔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가 폭탄이 그려진 판넬까지 들고 나와 이란의 핵 개발 위험과 관련한 프레젠테이션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최근 들어 거의 사라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13년 9월 “이제 전 세계 독재자가 거의 사라져, 유엔 총회가 모처럼 진지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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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올해 관전포인트는?
미얀마와 아프간 정세가 이번 총회의 주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두 나라의 대표로 누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미얀마의 경우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선 이슬람 극단 무장 세력 탈레반이 미군 철수 뒤 정권을 장악했다.
현재로선 양국 모두 축출된 전 정부가 임명했던 대사가 유엔에 주재하고 있는데, 미얀마 군부나 아프간 탈레반이 새 대사를 임명하려 할 경우 이를 유엔이 인정할지 문제가 남아 있다. 새 대사를 승인할 경우 곧 유엔, 더 나아가서는 국제사회가 해당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곤경에 빠진 유엔 :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누가 목소리를 내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이 세계 최대의 외교 행사에 난제를 던졌다. 각국을 대표할 정당성 있는 대사를 누구로 정할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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