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지망생 데려다 극기훈련? 꼭 필요했을까
[이준목 기자]
▲ 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
ⓒ MBC |
MBC 새 예능프로그램 <극한데뷔 야생돌>(아래 <야생돌>)이 베일을 벗었다. 17일 방송된 <야생돌> 첫 회에서는 참가자 45인의 첫 등장과 체력 평가 과정이 그려졌다. 차태현-김종욱-이현이-이선빈-브레이브걸스 유정 등이 스튜디오 MC로 출연했다.
<야생돌> 참가자들은 개인 프로필 소개 없이 번호만으로 동시에 첫 등장했다. 탑 아래에 모인 참가자들은 '순위가 곧 생존이고, 순위로 자신을 증명해야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체력-실력 미션으로 참가자들의 생존력을 검증받으며 순위가 결정된다. 총 14인을 선발하고 이 중 최종 7인이 데뷔조에 들 수 있다.
첫 워밍업 미션은 저 멀리 바다에 설치해놓은 깃발에서 자신의 번호가 적혀있는 것을 찾아 선착순으로 탑으로 다시 돌아온 14명 만이 보너스 점수 50점(1등은 100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난이도의 미션에 서로의 체력 격차까지 드러나면서 참가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미션을 완수했다. 워밍업 미션 1등 자격으로 45번 허승진이 참가자 중 가장 먼저 자신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3개조로 나뉘어 본격적인 체력미션을 진행했다. 근력훈련 교관으로 등장한 줄리엔강은 엄청난 피지컬을 과시하며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으나 카리스마를 무너뜨리는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반전 웃음을 자아냈다.
첫 번째는 스톤푸시업 대결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40호가 37호를 제치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스톤스쿼드 대결에서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과 리액션으로 '시크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14호가 예상을 깨고 마의 60kg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하여 MC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스톤투포환 대결에서는 푸시업에서 물근육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3호가 1등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근력 영역 종합 1등은 푸시업 2등-스쿼드3등-투포환 2등으로 세 미션에서 고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37호 장주나가 선정되며 자신의 이름을 공개했다.
B조는 아크로바틱 전문가인 최하늘 교관이 맡아 유연성 훈련을 진행했다. 김종국과 비슷한 외모의 2호는 강인해보이던 분위기와 달리 의외의 저질체력과 엉뚱한 발언으로 체력 대신 예능 분량을 뽑아냈다. 김종국은 "저런 얼굴들은 몸이 좋아야 한다. 그게 대중과의 약속이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프로그워크 1등과 프론트 워크 오버 만점을 기록한 23호 백중훈이 1등을 차지하며 이름을 공개했다.
C조는 유도 국가대표 출신인 조준호-조준현 형제가 교관으로 등장하며 지구력 훈련코스를 진행했다. 유쾌한 분위기였던 앞선 두 조와 달리 조준호는 경쟁과 의지를 강조하며 다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 훈련의 목적은 힘든 걸 버텨낼 수 있는 의지와 끈기를 기르는 것이다. 조금 힘들다고 멈추고 남들이 그만둔다고 나도 그만두면 발전이 없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 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
ⓒ MBC |
MBC가 야심차게 선보인 새 예능 <야생돌>은 기존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 예능의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눈길을 모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원자들이 스튜디오 무대가 아닌 야생에서 체력과 실력, 가능성을 평가받으며 아이돌을 향한 데뷔 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예고 영상에서부터 극기훈련에 가까운 체력 단련을 강조하며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군대 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야생돌>의 규칙상 참가자들은 서로의 이름-나이-과거를 물을 수 없이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며, 프로그램의 규칙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중도포기가 가능했다. 미션은 총 7개 영역으로 진행되며 체력 3개 영역 300점, 실력 4개 영역 600점, 온라인 사전인기투표 100점 등 총점 1000점으로 구성됐다. 각 영역 1등은 더블 점수를 획득하고 자신의 이름을 먼저 공개할수 있는 베네핏이 주어졌다.
<야생돌>은 오디션 과정에서부터 색다른 서사가 있는 아이돌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최근의 아이돌 연습생들이 대형 연예 기획사가 주도하는 시스템 속에서 연습실-숙소만을 오가며 독자적인 개성이나 스토리없이 철저하게 설계된 공산품처럼 생산되는 게 현실이다.
한영롱 PD는 제작발표회에서 "기존의 여리고 청량미 넘치는 아이돌보다는, '거칠고 뾰족뾰족한 아이돌을 탄생시켜 보자'고 생각하다가 실제로 야생으로 나오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공간에서 연습해서 무대에 오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야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미션을 체험하며 자신의 캐릭터와 스타성을 증명해야 한다.
참가자들의 각양각색 캐릭터도 세련된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느낌보다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고 불안정한 평범한 청춘들에 가까웠다. 꿈을 이루고 싶다는 절박함으로 미션마다 최선을 다하는 참가자들의 열정, 체력적으로 우수한 참가자가 있다면 허당기와 반전 매력으로 분량을 뽑아내는 예능형 인재들의 활약까지 다양한 출연자들의 개성도 돋보였다. 기존의 오디션 예능에 비하여 시작부터 색다른 그림을 제시하겠다는 목표에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변수는 앞으로도 가학성에 대한 우려와 야생 서바이벌의 개연성에 대한 의구심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아무래도 프로그램 콘셉트 상 몸을 쓰는 미션이 많다보니 자칫 참가자들을 혹사시킨다거나 부상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옛날의 학교 체력장이나 <아육대>(아이돌육상선수권) 등과 가까운 성격이라고 설명했지만, 엄연히 서바이벌을 위한 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데뷔가 절박한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압박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첫 회에서 공개된 체력 미션들은 가학상 논란을 일으킨 <가짜 사나이> 정도의 혹독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바닷가 셔틀 런이나 통나무 굴리기, 프로그 워크 등은 관련 운동을 전문적으로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만만한 수위도 아니었다. 굳이 보여주기식 연출 이상으로 과연 아이돌을 진지하게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꼭 '극기훈련'이라는 콘셉트가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앞으로 공개될 체력 미션들의 난이도는 물론이고, 보컬-랩-댄스 등을 평가해야하는 실력 미션에서도 야생이라는 배경이 주는 부조화를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공감시킬 수 있을지가 제작진의 관건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차장 동영상에 빠진 금쪽이, 오은영은 왜 걱정했을까
- '야생돌' 연습생의 절박함, 어른이 악용하지 말았으면
- 냉장고에 있던 '잘린 손', 이민 노동자의 현실
- 또 아이돌 오디션? '극한데뷔 야생돌'의 기상천외 콘셉트
- "'영웅' 뛰어넘을 곡"... NCT 127의 특별한 자부심
- 막 내린 '슬의2', 이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어졌다
- '홍콩·민주주의·현대사',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
- 할리우드 '괴짜 감독'이 만들어낸 가장 낭만적인 괴물
- '세상의 끝'으로 향하는 14살 소녀들의 여행
- 'D.P.' 감독 "조 일병, 꼭 조현철이어야 했던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