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동영상에 빠진 금쪽이, 오은영은 왜 걱정했을까

김종성 2021. 9. 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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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김종성 기자]

유튜브로 한글과 영어를 혼자 터득하고, 한자까지 습득한 7살 금쪽이의 부모가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를 찾았다. 언어 천재 아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 오은영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걸까. 그들은 아들에게 특별하고 은밀한 취미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어떤 취미일까. 영상 속에서 금쪽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를 켰다. 그리고 이마트 주차장 리뷰 동영상을 시청했다. 

주차장 리뷰? 금쪽이는 왜 마트 주차장 내부를 운행하는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있는 걸까. 금쪽이는 흥미로운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았다. 걱정이 된 엄마가 그만 보고 같이 놀자고 제안을 해봤지만 금쪽이는 단호히 거부했다. 금쪽이는 그밖에도 주차장의 출차 동영상, 지하철 동영상도 찾아서 봤다. 분명 독특한 취미였다. 

그것 말고도 금쪽이의 특이한 취미는 더 있었다. 차에 관심이 많은 금쪽이는 지나가는 차의 차종을 다 외우고 있었다. 또, '특정 (번호의) 버스'에 꽂혀 있었다. 엄마는 금쪽이가 그 버스를 보고 싶어해서 매일같이 버스 정류장을 찾는다고 털어놓았다. 금쪽이는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버스가 들어오자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췄다. 그리고 버스의 '검은 손잡이'를 발견하고 기뻐했다. 

금쪽이는 다른 장난감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동차만 찾았다. 또, '터널'과 아파트 '계단'을 좋아했다. 터널이 없는 길로 가면 화를 냈고, 계단으로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려고 했다. 한편, 주차 타워 놀이를 하던 금쪽이는 수시로 눈을 찡그렸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째려봤다. 엄마도 금쪽이의 평소 습관을 알고 있었다. 아빠가 못 하게 해봤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은영은 어린아이들이 자동차를 좋아할 때 보통 '엠블럼'에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마다 특징이 다른 앞면부에 관심을 기울인다. 마치 '얼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차량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고, 도색 등에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분명 금쪽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독특한 포인트가 있을 터였다. 아마 그건 특정 번호의 버스와 검은 손잡이였을 것이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그렇다면 마트 주차장에서는 무엇을 본 걸까. 오은영은 천장에 배열된 하얀 전등을 봤을 거라 분석했다. 터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전등의 규칙성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아파트 계단을 좋아하는 까닭은 시각적으로 일렬로 배치된 모양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시각 정보에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그것이 '집착'으로도 보인다고 우려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관심 있어 하는 동영상들이 공통점을 찾아냈다. 바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쪽이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다. 엄마와 얘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엄마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놀이터에 가거나 유치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떨어져서 혼자 놀았다. 아빠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금쪽이는 일견 언어 천재처럼 보였지만, 오은영은 오히려 언어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쪽이는 요구, 거절, 질문하는 용도로만 언어를 사용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포함된 대화가 없었다. 화용 언어가 부족했다. 오은영은 이런 경우 언어 발달보다 상호 작용의 문제가 원인이라 설명했다. 금쪽이는 성장 과정에서 상호작용의 긍정적 경험이 적었다.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빠는 일이 바빠 항상 퇴근이 늦었고, 금쪽이가 서너살까지 말을 해본 적이 거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육아에 거의 참여를 하지 않았다. 엄마는 그저 금쪽이가 조용한 아이라고 여겼다. 육아 스트레스가 컸던 엄마는 배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금쪽이 때문에 화가 나서 배변을 손에 들고 얼굴 앞에 들이민 채 냄새를 맡아보라고 윽박지른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나중에 잘못된 훈육 방법이라는 걸 알고 사과했지만,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었다. 자신의 그런 행동들이 지금의 금쪽이를 만든 게 아닐까 자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은영은 부모도 사람이기에 불완전하고 부족하다고 전제하며 위로했다. 자식을 키울 때 한번도 실수를 안 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말과 행동이 영향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감각의 부적절함이 있어요."

오은영은 금쪽이가 옆으로 째려보는 듯한 행동을 '피핑(peeping)'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서니라 선을 눈으로 흘겨보며 시각적인 선에 집착하는 경향을 뜻한다. 그밖에도 사람에 대한 무관심, 사회적 언어 사용 미숙 등을 미루어 보면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 과정에서의 후천적 원인도 영향을 줬겠지만, 선천적 원인의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금쪽이는 언제나 똑같은 경보등 소리, 동일한 톤의 내비게이션 기계음은 좋아했지만, 사람의 다양한 감정이 섞인 목소리를 부담스러워 했다. 괴로워하며 귀를 막아버렸다. 또, 한결같은 버스의 얼굴과 달리 매순간 변하는 사람의 얼굴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전형적인 자폐 스펙트럼과는 다르지만,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금쪽이가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금쪽이는 놀이터에서 왜 놀지 않았냐는 질문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는데, 머리를 벅벅 긁으며 괴로워하다 "나도 친구랑 놀고 싶어"라는 진심을 꺼내놓았다.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오은영은 특정 상황에 필요한 반응을 금쪽이에게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호작용에 대한 학습이 필요했다. 

금쪽 처방은 '학교 생활 시뮬레이션'이었다. 친구와 인사하기, 물건 빌리기 등 다양한 상황들을 학습했다. 또, 이해가 되지 않아도 어떤 상황들은 그냥 외워나갔다. 이렇게 한 겹 한 겹 쌓일수록 금쪽이는 당황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사회성을 높이기 위해 문장 완성 놀이도 진행했다. 엄마는 학교를 전부 영상에 담아 금쪽이가 낯설어하지 않게 도왔다. 

하나씩 배워나간 금쪽이는 조금씩 사회성을 갖춰나갔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족의 웃음꽃도 커졌다. 사회성 발달은 모두 후천적 획득을 통해 이뤄진다. 금쪽이는 사회성에 기초가 부족했던 것이다. 부모의 노력을 통해 금쪽이가 두려움을 떨치고 한걸음씩 담대히 나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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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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