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가 불러일으킨 남성들의 '이것'..PTSD가 뭘까
이처럼 과거에 받은 정신적 충격이 되살아나 환자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정신 질환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신체적인 손상이나 생명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에 주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주로 전쟁을 겪은 군인들에게 많이 나타났다. 전쟁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군인들이 전후에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재해, 교통사고, 테러, 강도 등 각종 사건이나 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유제춘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연령,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사고를 경험한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본 경우에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PTSD 증상은 크게 ‘재경험’ ‘회피 반응’ ‘각성 상태’ 등 세 가지로 나타난다.
‘재경험’은 과거 충격적인 기억이 꿈이나 환각을 통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느끼게 되는 증상이다.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듯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회피 반응’은 과거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반응을 말한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사람이 다시는 차에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나 말,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환경으로부터도 필사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심하면 외부와 소통을 아예 차단하고 사는 등 극심한 정서적 위축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 과도한 ‘각성 상태’도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화벨만 울려도 심하게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이 안 되는 상태다.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증상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때로는 유별나게 신경질적이 되기도 한다.
PTSD 치료는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를 병행한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불안과 우울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본래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쓰이는 약물인데,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다.
정신 치료는 주로 인지 치료와 행동 치료, 또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인지행동 치료를 활용한다. 인지 치료는 환자가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현실적 믿음과 비논리적 추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가르치고 돕는 대화 치료법이다. 행동 치료는 환자가 자기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한 뒤 문제 행동을 바꿔나가도록 돕는다. 정신건강에 바람직한 행동은 늘리고 부족한 행동은 더 하도록 가르쳐서, PTSD를 유발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대처 방법을 익히게 하는 방식이다.
PTSD도 예방이 가능하다.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에 차이가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양상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평소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이 PTSD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유제춘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고통은 보통 수개월 이상 지속되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심하면 평생 동안 고통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 조기에 치료할 경우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질환이다. 심각한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후 PTSD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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