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택시 '블랙캡', 어쩌다 제주도에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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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 기자]
영국 런던의 명물 '블랙캡'이 제주도에서 '택시' 표시를 달고 있고,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전기자동차인 '아이오닉5'를 타고 서귀포 바닷가를 한 바퀴 돌아볼 수도 있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만난 풍경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완성차 업체가 차량을 출품하지 못했던 지난해 엑스포와는 다르게, 올해에는 한국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여러 차량과 시스템 전시가 이어져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매년 열린 전기차 포럼 역시 올해에도 변함없이 진행되는 등, 이번 엑스포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스마트 모빌리티, 수소자동차 등 여러 신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올해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이번 엑스포를 찾은 여러 차량과 신기술 중 돋보이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엑스포를 통해 만난 차량과 기술을 정리했다.
▲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 전시된 LEVC의 TX 모델. 영국 런던의 택시 '블랙캡'으로 알려진 모델이기도 하다. |
ⓒ 박장식 |
영국 런던에서 볼 수 있는 명물 택시 '블랙캡'이 제주도에 왔다. 그런데 모습이 남다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한 것. 이번 엑스포를 찾은 영국계 기업과 주한영국대사관이 공동으로 꾸린 영국관에서 블랙캡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제주도를 찾은 LEVC의 TX 모델. 일반적인 택시로 쓰이는 승용차와는 다른 점이 돋보이는데, 6명까지 한 번에 앉아서 갈 수 있는 좌석과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승하차가 가능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비장애인 승객이 휠체어를 탄 승객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목적지로 갈 수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LEVC 코리아의 관계자는 "VIP를 수송하는 것 외에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소규모 그룹이 택시로 여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할 때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장애인들 역시 편리하게 차량에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소개하기도 했다.
더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PHEV)을 채용한 만큼 장점도 많다. 시내를 오가거나 짧은 거리를 운행할 때에는 전기 배터리만을 사용해 운행하고, 먼 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휘발유 발전기가 구동돼 부족한 전력을 보강한다. 환경을 챙기면서도, 전기차의 아쉬운 점인 주행거리 역시 보강할 수 있는 실리를 함께 얻은 것.
블랙캡을 처음으로 국내 대중 앞에 전시한 LEVC 코리아를 비롯해, 영국관에서는 미래 자동차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 4곳도 참여했다.
▲ 서귀포에서 열린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현대자동차의 이동식 수소 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이 전시되어있다. |
ⓒ 박장식 |
현대자동차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수소자동차를 위한 이동식 충전소인 'H 무빙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커다란 윙 탑차 트럭에 수소 충전을 위한 큼지막한 설비가 마련된 H 무빙 스테이션은 한 번에 수소 80kg을 저장할 수 있다. 넥쏘 차량의 경우 20대에서 25대까지 충전이 가능하단다.
이렇듯 육중한 크기의 이동식 충전 설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수소자동차의 충전 인프라는 투자 대비 부족한 상황에 머물러 있었다. 전기차 충전소에 비해 많은 설비가 필요한데다, 충전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탓에 충전소 설치를 두고 주민과 수소차 소유자 사이에 갈등도 적잖았다.
하지만 H 무빙 스테이션은 수소차 충전소가 없으나 고정식 충전소를 설치하기 어려운 음영 지역, 또는 충전소 수요가 높아 충전을 위해 긴 줄을 서야 되는 지역에 트럭을 가져다놓는 것 하나만으로 간단하게 배치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수소전기차 외에도 수소트램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를 충전할 수 있는 것도 장점.
현장 관계자는 충전소 설치를 두고 안전 우려로 갈등이 빚어지는 지역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계자는 "H 무빙 스테이션을 통해 수소차 충전소가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먼저 체험하고, 그 이후에 고정식 충전소를 개설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다"며 설명했다.
이미 수도권에 2대의 '움직이는 충전소'가 마련된 H 무빙 스테이션은 내년 초 제주도에서도 도입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국제전기차엑스포를 통해 전기자동차 아이오닉5, 수소자동차 넥쏘 등의 시승행사 역시 진행하면서 서귀포 바닷가를 전기차나 수소차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 KAIST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에서 개발한 3D프린터로 만든 자율주행셔틀의 모습. |
ⓒ 박장식 |
제주도에서 열리는 특성을 반영한 전시도 선보였다. KAIST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은 이번 박람회에서 실제 도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셔틀을 선보였다. 다른 제조사, 연구기관에서 만든 자율주행셔틀이 전시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자율주행셔틀은 특이하게 3D프린터로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
현장의 장기태 교수는 "모터나 배터리 역시 기존의 자율주행차량보다 더욱 힘이 강한 모터를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3D 프린터로 차량을 만들었으니만큼 안전성 걱정은 없을까. 장 교수는 "탄소섬유 복합재를 활용해 인쇄를 했다. 다른 차량 못지 않게 튼튼한 것이 특징"이라며 차를 몇 번 두드려 보이기도 했다.
차량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고 안면인식을 통해 자율주행셔틀에 오르니 널찍한 차 내부가 눈에 띄었다. 박람회장 내에서 실제로 주행을 할 수는 없지만, 차량 내에 비치된 내비게이션이 서귀포 곳곳의 목적지를 안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자율주행은 레이더와 카메라를 복합적으로 활용해서 사람이나 다른 자동차, 장애물 등을 인식해 운행된다.
핸들과 같은 요소가 없는 탓에 현행법상 정식 번호판을 갖추고 수시로 운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현재도 사유지 내에서는 운행이 가능하다는 자율주행셔틀. 장 교수는 "향후 인포테인먼트(정보 전달 기능에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넣은 것) 부분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람회장 다른 한쪽에서도 스마트 모빌리티와 관련된 청사진을 선보인 곳이 있었다. 서귀포와 서귀포 혁신도시 인근의 부족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인 '혼디랩'은 빠르면 올 가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주행 이동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현장의 모습. |
ⓒ 박장식 |
올해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실제 차량이 전시되고, 제주도의 특성을 살린 부스가 마련되는 등 현재 전기차 관련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두 차례가 연기돼 실제 차량의 전시가 되지 않았던 지난해 엑스포에 비해 활기를 띠는 분위기도 이어졌다.
다만 당초 예정됐던 5월보다 4개월이 늦춰져 개최되는 등 코로나19의 후유증이 현재도 남아있음이 아쉬웠다. 특히 전기차 관련 행사는 상반기에 개최되는 것이 B2C, 즉 소비자 대상 박람회에 적합하다. 전기 완성차의 경우 지자체 보조금 소진이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엑스포 관계자는 "올해 행사의 경우 영국에서 신규 차량을 가져오고, 네덜란드 캠버 사의 초소형전기차 역시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되어 볼거리 면에서 더욱 보강됐다"고 말했다. "또 2년 가까이 자동차 업계에서 시승 행사를 치르지 못했다가, 이번 엑스포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시승 행사를 치르게 됐으니 지난해에 대비했을 때 나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아직 코로나19 탓에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전시를 꺼리는 면이 아쉽다"면서 "내년에는 예정대로 5월에 정상개최가 되어 엑스포의 특화점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내년 계획은 어떨까. 관계자는 "올해부터 해외의 전기차 브랜드를 직접 전시케 하려는 방침을 세웠다"면서 "그런 부분을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유럽 등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망이 좋은 전기차 메이커의 차량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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