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커피 맛의 결정적 차이, '그라인더'에 달렸다

2021. 9.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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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원두 그라인더
미뇽 스페셜리타

에스프레소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다. 커피를 분쇄하는 그라인더다. 원두를 얼마나 고르게 분쇄되었느냐에 커피의 맛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물론 원두 구매처에서 곱게 갈아놓은 원두를 사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지켜온 홀빈을 막 갈아 추출한 커피의 신선함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나만의 커피 취향에 꼭 맞는 그라인더가 필요한 이유다. 에스프레소 추출용 그라인더로 미뇽 스페셜리타에 최고점을 주는 이유는 성능은 상업용 못지 않으면서, 비슷한 스펙의 그라인더에 비하면 가격도 착하기 때문이다.

커피 맛은 원두의 품질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좋은 원두라 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갈아주느냐가 맛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점에서 그라인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미뇽 스페셜리타의 분쇄도를 조절하는 다이얼. 파인(FINE) 방향으로 갈수록 원두가 더 곱게 갈리고, 반대로 돌리면 굵게 분쇄된다. [사진 윤석준]

Q : 어떤 제품인가요.
이탈리아 유레카 사의 미뇽 스페셜리타(이하 미뇽)는 원두를 분쇄해주는 그라인더입니다.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예요.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비하고 있다면 욕심내보셔도 좋아요. 미뇽은 상업용 에스프레소 그라인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플랫버(분쇄날)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원두의 입자가 균일하게 분쇄돼 수준급 카페에서 제공하는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분쇄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조절판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편의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홈카페에 하나쯤 있으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Q : 언제 어떻게 구입했나요.
원두 세일즈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고객은 카페 사장님들이었어요. 신규 고객과 연락이 닿으면 원두 샘플을 보내고 계약을 진행했어요. 바리스타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카페 사장님들이 샘플 원두를 받아 테이스팅하는 게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먼저 두 가지 원두가 섞일 수 있기 때문에 그라인더에 남은 원두와 커피 가루를 없애야 해요. 그리고서 샘플로 받은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합니다. 보통 세 번 정도 추출을 진행하면서 원두에 맞는 최적의 분쇄 정도와 조건을 찾아야 해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까다로운 작업이죠.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저는 샘플 원두에 맞춰 세팅된 그라인더를 들고 직접 카페에 방문했어요. 그럼 테이스팅에 걸리는 시간과 원두 소모량을 줄일 수 있고, 또 정확한 샘플 가이드를 줄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어요. 그런 용도로 올해 초 마련했습니다. ‘홈바리스타 클럽’이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중고거래로 50만원에 구입했어요(새 제품의 소비자가는 68만원입니다). 업무상으로 샀지만, 집에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한 전용 그라인더가 없었던 차라 집에 두고 매우 잘 쓰고 있어요.

미뇽 스페셜리타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 콤팩트한 크기에 비해 터치 스크린을 채용하고, 분쇄 성능이 탁월해 60만원대 그라인더 중에서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다. [사진 윤석준]

Q : 여러 그라인더 중 미뇽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구매 당시엔 들고 다녀야 해서 이동이 편해야 했어요.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에스프레소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는 스펙의 그라인더여야 했죠. 미뇽은 높이 35cm, 길이 12cm, 너비 18cm로 그라인더 중에서도 콤팩트해요. 무게도 5.6kg으로 가벼운 편이죠. 원두별로 최적의 상태로 분쇄해주기 때문에, 원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또 보통 상업용 그라인더는 작동할 때 분쇄 소음이 큰 경우가 많은데, 미뇽은 매우 조용해요. 그것도 장점이죠.

Q : 분쇄된 커피를 사지 않고 집에서 그라인더를 쓰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에스프레소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보다도 커피를 분쇄하는 그라인더의 성능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라인더는 분쇄 입자의 분포도가 얼마나 균일한지가 성능의 지표가 되는데요, 균일한 분쇄도는 균일한 커피 맛을 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두를 구입하실 때 구매처에 에스프레소 용으로 분쇄해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급적이면 그라인더를 구비해 그때그때 분쇄하는 걸 추천합니다. 분쇄된 상태의 원두는 상미 기한(맛이 유지되는 기한)이 매우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혹시 분쇄된 지 오래된 커피에서 혹시 종이박스 같은 향과 텁텁한 맛이 느껴본 적 있나요? 홀빈은 분쇄된 이후 휘발성 성분인 향이 빠르게 손실됩니다. 또 공기와의 접촉면이 많아져 원두 내부의 유기물들이 산패되면서 맛이 변질되기 시작하죠.
그라인더를 쓰면 좋은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집집마다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죠. 원두 구입처에서 동일한 사이즈로 분쇄해도, 어떤 머신에서는 에스프레소가 콸콸 쏟아지듯 추출되어 너무 연한 에스프레소가 추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천천히 나와서 과한 농도와 쓴맛이 강한 에스프레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라인더가 있다면 머신과 원두의 상태에 맞게 세팅하여 내 취향에 맞는 에스프레소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미뇽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는 모습. [사진 윤석준]
미뇽의 디스플레이에는 분쇄시간이 14초로 설정돼 있다. 14초 동안 분쇄할 때 몇 g의 분쇄 원두가 담기는 지 확인하려고 에스프레소 추출용 포터필터를 저울에 올려 확인해 보았다. [사진 윤석준]

Q : 일반적으로 홈카페용 그라인더를 고르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여러 전동 그라인더와 핸드밀(수동 그라인더)을 사용해 본 결과 선호하는 커피 음용 방법에 따라 그라인더를 고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커피 음용 방식은 크게 에스프레소와 브루잉커피(핸드드립, 프렌치 프레스, 콜드 브루, 커피메이커 등)로 나눌 수 있는데요. 내가 어떤 커피를 선호하는지를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전용 그라인더를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두 가지 방식에 모두 적합한 그라인더도 있습니다. 대신 가격이 비싼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요.
미뇽은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미뇽은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이기 때문에 핸드 드립이나, 콜드 브루 등 다른 추출방식에는 적절하지 않아요.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용도라면 ‘바라짜 버추소’ ‘페이마600시리즈’ 등이 더 적합해요. 가격은 20만원 중후반으로 저렴한 드립용 그라인더를 구매하는 것이 가격측면에서나, 결과물의 맛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Q : 미뇽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터치 디스플레이의 편의성과 디자인이에요. 비슷한 가격대의 같은 성능의 그라인더 중에서는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분쇄량 셋팅이 편리합니다. 터치 디스플레이 때문에 디자인도 더 돋보여요.

저렴한 가격대의 그라인더는 원두를 분쇄할 때 정전기로 인해 원두 입자가 서로 덩어리지면서 뭉치는 경우가 많다. 원두 입자가 뭉치면 추출이 균일하게 되지 않아 맛의 편차가 생긴다. 미뇽은 같은 가격대의 그라인더에 비해 원두의 뭉침없이 고르게 담긴다. [사진 윤석준]

Q : 사용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그라인딩 시 정전기로 인해 다소 뭉치고, 분쇄 날의 사이즈가 작아 그라인딩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지만 10점을 주고 싶습니다. 미뇽은 저 같은 바리스타가 아닌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편리해요. 비교적 사용 후기가 많고 매뉴얼이 쉽고 자세하거든요. 60만원대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인데도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든지, 마감이 견고한 점은 가성비가 훌륭한 거예요. 이보다 저렴한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용 그라인더는 분쇄할 때 정전기가 생겨 원두 가루 날림이 심한데 미뇽은 그 부분이 개선돼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Q : 개선점은 없을까요.
원두를 담아두는 호퍼의 재질이 너무 약해요. 실제로 금이 가거나 깨지는 사례를 종종 봤어요. 좀더 강한 재질의 호퍼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 누구에게 추천해줄 수 있나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홈카페를 만들어보려는 분께 추천드려요.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과 조합해본 결과 어떤 기종을 사용해도 편차 없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었어요.

Q : 마지막으로 그라인더 관리법이 알려주세요.
그라인더를 오래 사용하면 분쇄 날과 주변에 원두의 잔량이 남거나 찌드는 경우가 생깁니다. 매번 열어서 브러시로 털어주시면 좋겠지만, 꽤 번거롭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원두를 교체할 때 충분히 갈아주시거나, 쌀가루를 넣고 종종 갈아주세요. 이렇게만 해도 커피 맛의 변하는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절대 분쇄 날을 물로 세척하지 마세요. 원두는 로스팅이 되면서 대장균이나 식중독균이 전부 제거되기 때문에 위생에 대한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물이 닿아 녹이 생길 수 있으니 브러시 등을 이용해 털어만 주세요.

■ 민지리뷰는...

「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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