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도국 온실가스 줄여 'NDC 40%' 달성..국외 감축 확대 검토

권해영 2021. 9. 18. 07: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계부처, 2030년 NDC 정부안 탄중위 제출
NDC 40% 이상 수립시, 국내 32.8%·국외 7.2% 이상 감축안 담겨
日·스위스도 NDC 상향하며 국외 감축 인정.. "국내 감축 목표 충분, 해외 감축 늘려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오는 2030년 국가 탄소 배출 목표를 정하면서 국외 감축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개발도상국에 친환경 기술을 이전하거나 나무심기 등을 통해 탄소 감축 노력을 기울일 경우 온실가스 저감 실적으로 인정받는데, 이 규모를 늘려 전체 탄소 감축 목표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수송·발전 부문의 탄소 감축만으로는 청와대가 요구하는 공격적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정부의 고심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NDC를 법에서 규정한 35% 보다 5%포인트 높은 최소 40% 이상으로 지시한 상황에서 경쟁력 훼손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코너에 몰린 산업계를 더욱 몰아붙이기 보다는 일본, 스위스처럼 해외 탄소 감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 "국외 감축 2%→7% 확대 필요"=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은 2030년 NDC를 2018년 대비 35~40% 이상 낮추는 내용이 담긴 정부안을 범부처 탄소중립 컨트롤타워인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했다. 정부안에는 NDC를 40% 이상으로 수립할 경우 국외 감축분을 일본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일본은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감축하기로 했는데, 친환경 기술과 자본 등을 개도국에 이전하는 방식을 통한 국외 감축분을 전체 감축량의 약 6분의 1 수준인 7% 이상으로 설정한 상태다.

정부안에 따르면 NDC를 35%로 정할 경우 국내 감축분은 32.8%, 국외 감축분은 2.2%다. 당초 목표보다 높은 40% 이상으로 NDC를 상향시 국내 감축분은 종전과 같은 32.8%, 국외 감축분은 7.2% 이상으로 정해 목표를 맞춰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가 국외 감축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은 NDC 32.5%가 산업계의 인위적인 감산 없이 탄소 감축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산업계는 30% 초반 목표치도 엄청난 투자를 해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해 업계의 애로가 크다는 점을 전했다.

다탄소 배출 업종인 철강업계 중심으로 산업계가 느끼는 부담은 매우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 수요는 현재 7200만t에서 2030년 7500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석탄 대신 수소로 쇳물을 뽑아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2050년 상용화가 목표인 만큼 사실상 단기간에 탄소 감축을 달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최근 탄중위에 "2030년까지 추가 감축 여력은 극히 낮다"며 NDC 상향의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일본, 스위스도 NDC 국외 감축 인정=일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있다. 국내에서 탄소 감축 노력 없이 기술력 우위와 자본력을 동원해 개도국에서 손쉽게 감축 노력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탄중위에 제출한 정부안을 토대로 단순 계산할 경우 2030년 국내 탄소 감축량 목표치는 기존 1억5175만t에서 2억3865만t으로 8690만t 증가한다.

일본, 스위스 등 해외 주요국도 NDC에 국외 감축분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2030년 NDC를 2013년 대비 26% 감축에서 46% 감축으로 상향했는데 이 중 국외 감축분을 7% 이상으로 정했다. 양자협력사업(JCM)은 일본의 대표적인 국외 탄소 감축 프로젝트다. 저탄소 녹색기술의 개발도상국 보급 및 해외 감축 실적 확보를 목적으로 2013년부터 시행했으며 올해 4월 기준 개도국 17개국과 65건의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일본은 지난해까지 총 93만9150t의 탄소를 감축했고 일본과 해당 개도국이 각각 감축량에 산입, NDC 달성에 활용 중이다.

스위스도 앞서 2030년 탄소 감축 목표(1990년 대비 30% 감축)의 12.5%를 해외감축으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위스 연방의회는 지난해 탄소 배출량의 75%를 국내, 25%를 해외에서 감축하는 내용의 탄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2030년 NDC 구속력의 기반이 된 파리협정도 제6조에서 양자협력 및 지속가능발전 매커니즘(SDM)을 활용한 국외 감축을 인정하고 있다.

공은 탄중위로 넘어갔다. 탄중위는 정부안 등을 바탕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달 2030년 NDC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NDC 수치와 국외 감축분 등 모두 탄중위 결정에 달렸다. 문 대통령은 11월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2030년 NDC 최종안을 발표한다.

탄중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는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감축 노력 없이 해외에서 자본, 기술 이전을 통해 손쉽게 NDC를 달성하려 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국내에서 최대한 감축 노력을 이행한 이후에는 국제협력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며 "해외 기술 이전, 재정 지원을 통한 개도국 탄소 감축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취지에도 맞기 때문에 국외 감축분 확대를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