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에서 국민 12만명 밥 먹인다 .. 브루나이 국왕의 명절 플렉스
한 입 세계여행 - 브루나이 하리라야 축제
이슬람 최대 명절은 ‘하리라야(Hari Raya)’다. 금식월 ‘라마단(Ramadan)’이 끝나면 무슬림은 잔치를 벌인다. 집마다 친척과 친구를 초청해 음식을 대접한다. 한 달이나 이어지는 이 축제를 하리라야라 한다. 가장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통하는 브루나이에서도 하리라야는 최대 명절이다.
브루나이에선 아예 국왕이 나선다. 신과 같은 존재로 통하는 국왕이 왕궁을 개방해 국민을 대접한다. 왕궁이 열리는 사흘간 만찬을 베풀고, 국왕을 비롯한 왕족이 한 줄로 서 국민과 악수를 한다. 이태 전 그 현장에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끼 식사였다. 국왕 앞에 서기 위해 평생 딱 한 번 이슬람 전통 복장을 갖춰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왕궁이 사흘간 준비하는 음식은 12만 명분이다. 하루에 4만 명씩 밥을 먹고 간다는 뜻이다. 최대 5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이벤트홀에서 뷔페가 제공되는데, 왕궁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왕궁 안팎으로 긴 줄이 늘어선다. 남녀가 한 테이블에서 같이 식사할 수 있지만, 음식을 받는 줄은 남녀가 구분된다. 음식은 물론 할랄(Halal) 식이다. 돼지고기는 없고, 소고기·양고기·닭고기가 주재료였다.
식사를 마치면 선물을 준다. 브루나이에선 국왕이 세뱃돈을 준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어 은근히 기대했었다. 그러나 궁전에서 받은 상자에는 카스텔라가 들어 있었다. 주브루나이 대사관 이상훈 영사가 “세뱃돈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국왕이 이따금 소외 계층에게 현금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명절날 밥을 나누고 선물 주고받는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다. 왕궁을 가득 채운 브루나이 국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접시 한가득 음식을 받았고, 즐거운 표정으로 깨끗이 비웠다. 물론 내 접시도 금세 깨끗해졌다.
글ㆍ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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