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판사님 도대체 왜!"..'6살 조카 살해 부부' 징역25년에 시민들 '분통'

이배운 2021. 9. 1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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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 부부, 조카 갈비뼈 16개 부러뜨리고 살해 혐의..검찰은 징역 30년 구형
"친자녀보다 더 잘 보살폈다" 혐의 전면 부인했지만..학대·살인 '유죄'
주저앉아 통곡·탄식한 피고인 가족들..'형량 너무 적다' 분노한 시민들
"아이의 상처 입은 몸을 증거로 채택..살인 혐의 인정은 그나마 다행"
아동학대 ⓒ게티이미지뱅크

6살 조카를 갈비뼈 16개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외삼촌 부부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선고 공판을 지켜보러 온 시민들은 부부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더욱 무거운 처벌을 가해야 마땅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외삼촌 A(39)씨와 그의 아내 B(30)씨에게 징역 25년 형을 선고했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 회원들은 선고 공판을 앞두고 오전부터 인천지법 앞에 모여 피해 아동 C양(사망 당시 6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가해 부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 나선 대아협 회원 최씨(41·여)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내 아이만 돌봤는데 뒤를 돌아보니 학대당해 죽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미안함을 느꼈다"며 "아이들의 억울함을 널리 알리고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를 근절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법원에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송씨(43)는 "아이가 사망한 사건인데 구형량 30년은 조금 적다고 본다. 법원이 더 강력하게 엄벌하면 좋겠다"며 "이 와중에도 가해 부부는 계속 혐의를 부인만 하니 너무 괘씸하고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17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6살 조카를 학대 살해한 혐의를 받는 외삼촌 부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법정 앞은 대아협 회원 등 방청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20여명 넘게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지침 탓에 일반인 방청객은 단 2명만 허용됐고 남은 시민들은 복도에 남아 발을 구르며 아쉬워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피고인석에 선 외삼촌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다는 듯 재판석을 향해 시선을 꼿꼿이 고정했다. 함께 피고인석에 선 아내 B씨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 붉게 상기된 얼굴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부부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 C양에 대해 "친자녀보다 더욱 잘 보살폈다" "시신의 멍은 친아들이 때린 탓이다" "양육 과정에서 엔돌핀을 받으면서 최선을 다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또 C양의 몸 곳곳에 난 상처와 멍에 대해서는 스스로 넘어지거나 가구에 부딪혀서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재판부는 "C양 사망 당시 머리, 몸통, 팔, 다리 등 신체 곳곳에 멍과 상처가 있었다"며 "머리에 난 출혈 외상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가구 모서리에 부딪힌 경우와는 크기와 형태 등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C양의 상처들은 일상생활 과정에서 우연히 넘어지거나 놀이 과정에서 접촉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누군가 반복적인 외력을 행사해서 상처를 발생시켰다"고 학대 혐의를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들은 C양의 건강 상태가 매우 악화돼 약한 충격에도 출혈이 발생하고 치명적인 사망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미필적으로 알았으면서도 머리에 충격을 가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시종일관 재판석을 응시하던 A씨는 비로소 고개를 떨궜고 B씨는 눈이 붉게 충혈됐다.


17일 인천지법에서 6살 조카를 학대·살해한 혐의를 받는 외삼촌 부부의 선고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법원 앞에 부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데일리안

결국 재판부는 "아이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가치로,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는 아동을 살해해 더욱 죄책이 무겁다"고 질타한 뒤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25년 형을 선고했다.


부부는 형량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무덤덤한 걸음으로 법정을 떠났지만, 공판 내내 두 손을 꽉 쥐고 간절하게 기도하던 피고인의 가족들은 충격을 금치 못한 듯 "아!~" 탄식을 터뜨렸다.


피고인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졌고, 방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법정을 빠져나왔다. 가족들은 법정을 나와서도 좀처럼 충격을 씻어내기 어렵다는 듯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통곡했다.


복도에서 노심초사하며 판결을 기다리다가 선고 결과를 들은 시민들은 "왜 구형량보다 또 줄었느냐" "판사님 도대체 왜 그러셨느냐" "아이를 죽였는데 겨우 그 정도냐"며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회원들은 흐느끼며 법정을 빠져나오는 피고인 가족을 향해 "너희들도 똑같은 공범 아니냐" "미안한 줄 알라!"고 목청을 높이다 방호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다만 부부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와중에도 모든 혐의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날 공판을 보러 서울에서 온 최씨(41·여)는 "검찰의 구형보다 형량이 낮아져 다소 실망스럽다"면서도 "아이의 상처 입은 몸을 증거로 채택하고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이 부부는 항소장을 제출하고 계속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어지는 항소심 재판도 모두 방청해 부부가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공혜정 대아협 회장도 형량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뒤 "아동학대죄 처벌이 엄해질수록 다른 부모들도 '아동학대를 하면 안 된다'며 위기의식을 갖는 억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처벌이 더욱 엄해져 아동학대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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