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오판 참사..드론 사망 아프간인 車엔 생수만 있었다
바이든, 아프간 미군 철수 정당화 주장
원거리 드론 공격 대테러 전략 약점 노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막바지였던 지난 8월 29일 아프간인 10명을 숨지게 한 미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은 오폭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을 노린 자살폭탄 테러를 막은 "정당한 공격"이었다는 미 국방부의 당초 주장도 틀린 것이 됐다.
미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용 폭발물이 실린 것으로 오인해 아프간 민간인 차량과 주택을 잘못 공격한 것을 시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앞서 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미군이 당시 공습으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 지부(IS-K) 요원이 아닌 민간인 10명을 숨지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케네스 매킨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그 공격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최대 10명의 민간인이 비극적으로 살해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매킨지 사령관은 "해당 차량과 숨진 사람들이 IS-K와 관련 있거나 미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참담한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당시 드론 공격 직후 미 국방부는 해당 차량이 IS-K 안가로 의심받는 곳에서 나왔으며, 몇 시간을 추적한 결과 차 안에 임박한 공격에 사용될 폭발물이 적재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차량 운전자 자메라이 아흐마디가 폭발물을 수집해 차량에 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 결과 아흐마디는 오랜 기간 미국 구호단체 '영양 및 교육 인터내셔널'에서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폭탄 테러범이 아니라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탈출시켜야 할 대상이었던 셈이다.
폭탄으로 의심받았던 트렁크 적재물은 가족이 마실 생수로 추정되고, 2차 폭발을 일으킨 물품 역시 폭탄이 아니라 프로판 가스 또는 가스 탱크로 보인다고 NYT가 전했다.
오폭 사흘 전 카불 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170명 이상이 숨지고, 철군 시한(8월 31일)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긴장감이 불러온 참사로 보인다. 아흐마디와 그 자녀·조카 등 어린이 7명과 다른 성인 2명이 숨졌다.
이번 오폭으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해도 테러를 막는 데 문제가 없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략에 결함이 드러났다고 WP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이유를 설명하면서 드론 등 군사 기술과 정보 수집 능력 발달로 원거리에서도 아프간 내 테러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기도 전에 원거리 드론 공격이 실패한 사례가 나타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테러 수행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카타르 등 인접국에서 출격하는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 공격은 부정확한 정보와 지휘관들의 과신으로 민간인의 평범한 행동도 테러리스트의 악의적 의도로 잘못 해석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고 WP는 지적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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