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지팡이 찔러넣자 쑥..'kg당 110만원' 송이 명당 여기였네 [e즐펀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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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 올릴 자연산 송이 찾아 7시간
“송이다. 여기 송이다” 지난 16일 오전 9시쯤 강원 춘천시 사북면 용화산(龍華山). 소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송이버섯을 캐기 위해 산행에 나선 지 3시간30여분 만에 첫 송이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송이를 찾은 주인공은 27년째 가을마다 송이 채취에 나서는 박모(65)씨. 박씨의 환호성이 터진 곳으로 다가가자 낙엽 사이에 송이 머리 부분이 살짝 올라와 있었다. 조심스럽게 쇠지팡이를 땅속에 밀어 넣어 송이를 캐자 길이 10㎝, 곧고 길쭉한 송이버섯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씨는 “길이가 10㎝를 넘고 갓이 펴지지 않은 송이는 1등급이어서 비쌀 땐 1㎏당 100만원이 넘는 귀한 버섯”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균사를 보호해야 다음에도 이곳에서 송이를 채취할 수 있다”며 송이를 캔 부분의 흙으로 그대로 다시 덮었다.
1등급 1㎏, 비쌀 땐 100만원 넘어
이날 송이 채취는 오전 5시30분에 시작해 낮 12시30분까지 진행됐다. 7시간 동안 자식도 안 알려준다는 이른바 ‘송이밭’ 20여곳을 돌아다녔는데 전부 길이 없는 험한 곳이다. 산행을 하는 동안 땅꾼이 뱀을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과 멧돼지가 목욕하는 웅덩이 등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채취한 송이는 1개가 전부였다.
송이는 재배가 불가능하다 보니 수확량을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9월 중순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채취하는데 일명 ‘송이꾼’들은 길게는 하루 12시간씩 산을 탄다. 송이는 20년 이상 자란 소나무 숲의 양지바르고 바람이 잘 통하며, 물기가 잘 빠지는 흙에서 자란다. 깊은 산속의 비탈면에서 자라다 보니 어지간한 송이꾼들도 채취에 애를 먹는다.
토양과 기후 등 어느 하나만 맞지 않으면 자라지 않을 정도로 생장 조건도 까다롭다. 비가 내리지 않아 너무 건조하거나 비가 많이 내려 늘 축축한 경우도 송이가 자라지 않는다. 또 송이는 주변에 반드시 소나무, 박달나무, 참나무, 철쭉꽃 등 4가지 식물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는 게 송이꾼들의 설명이다.
동행 기자, 털썩 주저앉자 나타난 능이버섯
박씨는 “마을마다 송이를 캐려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도 심하다”며 “수십년간 다닌 사람들은 자신만 아는 지름길을 만들어 채취에 나선다”고 했다.
이날 산행에서 채취한 버섯은 송이 1개만은 아니었다. 예로부터 버섯 하면 ‘1능(능이), 2표(표고), 3송(송이)’이라고 불리는데 이날은 능이도 1㎏을 채취했다. 참싸리 버섯 1㎏과 영지버섯 등도 이날 수확물이다.
능이는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도 발견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여기가 ‘능이밭’입니다. 버섯은 앉아서 봐야 잘 보여요”라는 말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2m가량 떨어진 곳에 능이가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직접 채취한 버섯의 무게를 달아보니 500g 정도였다. 현재 능이는 1㎏당 15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양양송이 역대 최고가 132만원
송이의 주산지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강원 강릉·양양과 경북 울진·영주·봉화 등이다. 비타민D와 향이 풍부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일부 지역 송이 가격은 1㎏당 100만원을 넘겼다. 양양속초산림조합이 지난 13일 진행한 양양송이의 공판 결과 1등급 1㎏의 공판가는 110만원을 기록했다. 매일 공판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양양송이의 역대 최고 공판가는 2019년에 기록한 132만원이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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