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주유소' 시그너스.. 올해 굵직한 '007 작전' 큰공 세웠다

김성훈 2021. 9. 1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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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전력화 뒤 작전반경 넓혀
아프간 귀국·백신 수송 등 활약상
軍고위층 '자가용 비행기' 논란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원 귀국 작전인 ‘오아시스 작전’, 아프가니스탄 조력자 이송 작전인 ‘미라클 작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코로나19 백신 수송까지 시그너스가 함께 했다.

시그너스는 우리 공군이 처음으로 보유한 장거리 전략 수송기로 전세계 어디든 직항할 수 있다. 애초 공중급유를 목적으로 도입했으나 커다란 동체를 무기로 ‘하늘의 주유소’ 역할뿐만 아니라 인력과 화물 수송, 환자 후송 등 여러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300여명의 인원과 37t에 달하는 화물을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다.

공군 관계자는 17일 “시그너스가 작전 운용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며 “재외국민보호와 해외재난시 구호 등 긴급 임무를 위해 24시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상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험난했던 도입 과정

시그너스의 도입은 쉽지 않았다. 1993년 도입을 결정한 이후 2015년 에어버스사와 실제 구매계약 체결까지 22년이 걸렸다. 당시 작전반경이 크지 않은 한반도 안보환경에 필요 없는 전력이며, 평시에는 역할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군 당국은 공중급유기 전력화로 전투기들이 독도,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원활한 작전 수행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재외국민 이송과 물자 수송이 가능하다는 ‘다목적성’도 강조했다.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의 경우 임무 수행이 가능한 시간이 독도 상공에서 작전을 펼칠 경우 약 30분, 이어도에선 약 20분에 불과하지만 공중급유를 받을 경우 체공시간이 1시간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우발상황에 대처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도 있다.

진통 끝에 정부는 1조48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시그너스 1호기는 2018년 11월 국내 도착했다. 이듬해에 나머지 3대가 연이어 도입됐다. 공군 장병 공모로 이름 지어진 시그너스는 ‘백조자리’라는 뜻으로, 기체를 뒤따르는 전투기들의 모습이 마치 백조가 무리 지어 날아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정부는 애초 시그너스를 공중급유기로 불렀으나 군 고위인사의 출장 당시 ‘자가용 비행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MRTT·Multi-Role Tanker Transport)로 부르고 있다. 시그너스는 용도에 따라 귀빈 수송기로도 내부 구조를 바꿀 수 있으며 환자용 이동침대 130개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이송작전 주역


시그너스는 우리 역사상 처음이었던 대규모 외국인 국내 이송을 위한 ‘미라클 작전’의 주역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아프간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시그너스 1대와 C-130J(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2대를 현지에 급파했다. 시그너스는 민간 여객기에 바탕을 둔 항공기 구조 특성상 미사일을 재빠르게 피하는 전술 기동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전술 비행이 가능한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만 카불 공항에 투입해 아프간인들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수송했다. 이후 파키스탄에 대기 중이던 시그너스가 391명의 아프간인들을 우리나라로 이송했다.

시그너스의 활약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임무에서도 빛났다. 청산리·봉오동 전투 101년, 서거 78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홍 장군의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이송했다. 지난해엔 미국 하와이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147구를 봉환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을 후송한 ‘오아시스 작전’을 위해 아프리카로 날아간 것도 시그너스였다. 기장으로 위 작전들을 이끈 공군 제261공중급유비행대대 비행대장 조주영 중령(진)은 “100여명의 영유아를 포함한 391명의 아프간 조력자를 나흘 만에 이송한 것과 코로나19 중등도 증상을 보이던 청해부대원을 신속한 교신을 통해 후송한 작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조종사로서 중요한 임무들을 동료들과 함께 완수할 수 있었던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그너스는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된 이라크 파견 근로자 귀국, 아랍에미리트(아크부대)·레바논(동명부대) 파견 교대, 미국으로부터의 101만명분 얀센 백신 수송, 연합공중훈련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 지원 때도 투입돼 제 역할을 해냈다.

시그너스의 활약상이 이어지면서 공군 수송기 추가 도입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군은 2022~2026년 국방중기계획에서 장거리 항공수송능력 향상을 위해 대형수송기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대형수송기 2차 사업에 484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후보 기종으로는 공중급유가 가능한 유럽 에어버스 A400M을 비롯해 미국 록히드마틴 C-130J-30, 브라질 엠브리어 C-390 등이 거론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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