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야홍'에 자극?.. 여야 후보들, 2030 표심 공략에 사활

백상진,박재현 2021. 9. 1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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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선판 중간점검


내년 3월 대선에서 2030세대 표심이 판세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정치적 존재감이 도드라지지 않았던 이들은 4·7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크게 주목받았고,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이준석 돌풍’을 주도하며 기성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세대별로 보면 현 정부 지지층이 많은 4050세대와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6070세대의 팽팽한 맞대결 속에 2030세대 몸값은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여야 후보들도 2030세대에 어필하기 위한 맞춤형 공약과 메시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청년이 불안한 미래로 죽는 일 없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청년층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30세대가 향후 본선에서 이 지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지사는 40대(39.3%)와 50대(38.4%)의 지지율에 비해 20대(14.1%)와 30대(23.3%)에서는 약세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캠프 관계자는 17일 “2030세대의 지지율이 고민인 건 사실”이라며 “캠프 내 청년특위의 활동과 새로운 청년정책을 발표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에게 100만원의 추가급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학점비례등록금제’ ‘자발적 이직 구직급여’ 정책도 발표한 바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일찌감치 2030 여성 지지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5주기 희생자를 추모했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여성의 안전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스마트 여성안심 서비스 확대’ 등의 여성 정책도 발표했다. 그는 야권에서 제기한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도 “젠더 평등을 위해 (여가부의) 역할과 기능, 책임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의 2030 여성 지지층 공략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같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20대 여성에서 27.4%를, 30대 여성에서 36.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내 경쟁자인 이 지사가 20대 여성에서 16.1%, 30대 여성에서 19.4%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2030 여성 지지층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비해 우위에 서 있다.

문제는 2030 남성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20대 남성에서 6.5%를, 30대 남성에서 9.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 지사는 20대 남성에서 12.3%를, 30대 남성에서 28.0%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낙연캠프 관계자는 “2030 남성들을 겨냥한 다양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며 “최근 E스포츠 등 2030 남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정을 계획하며 소통을 넓혀가고 있고, 그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이 전 대표가 직접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2030세대 표심을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최근 보수야권 후보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앞서는 배경에는 홍 의원이 2030세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윤 전 총장이 2030세대 남성과 여성의 고른 지지를 받는 반면, 홍 의원은 남성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홍 의원은 사법고시 부활과 모병제 공약 등 청년층 이슈를 선점하면서 ‘이준석 돌풍’의 주역인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적극 구애하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열린 유튜브 라이브방송 ‘올데이라방’에서 “MZ세대는 정직하고, 거짓말하지 않고 말을 빙빙 돌리지 않는다”며 “제 캐릭터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홍 의원이 이영돈 PD를 캠프 미디어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하려다 보류한 것도 젊은 층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다. 영입 소식이 알려지자 캠프에는 과거 이력을 문제삼는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2시간 만에 3000여개 쏟아졌다. 그러자 홍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숙고 끝에 영입했는데 지지자들께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인사라는 게 참 힘든 작업”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MZ세대를 겨냥해 그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민지(MZ세대를 의인화한 명칭)야 부탁해’ 프로젝트를 추석 이후 본격 가동하고, 청년원가주택 등의 공약으로 2030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주자들도 2030세대 표심 잡기로 확장성과 본선경쟁력을 입증하겠다며 잰걸음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젠더 이슈’ 공략에 나섰다. 유 전 의원 캠프는 MZ세대를 겨냥한 라이브방송 ‘오늘 밤 유승민입니다’를 12일부터 매주 2회 이상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년층이 인구 구조상으로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대선에서는 집단의 정치적 활동성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념에서는 자유롭지만 직간접적 이익침해에 민감한 이들의 참여 열기가 대선 투표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박재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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