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합의 파기 지겹다"..고향 대신 SPC 사옥으로 발길 돌린 운송 기사들
"담당자 바뀌었다는 핑계로 합의 파기..올해만 수차례"
"노조 탄압 계속될 시 끝까지 투쟁"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내일이면 추석 연휴지만, 세 아들이 있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 구성원들이 대명절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고향 대신 SPC그룹 사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15일부터 운송 거부 파업에 돌입한 이들은 SPC그룹(사측)이 ‘노노’(노조-노조) 갈등 프레임 앞세워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문제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교섭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17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사옥에 모인 이들의 첫 마디는 노조탄압이었다. 연대발언에 나선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는 요구에 악의적인 흑색선전, 계약해지 통보,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며 “화물연대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광주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운송사 11개와의 계약 해지를 통보해 사실살 조합원 전원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탄압은 SPC그룹 윗선에서 시작됐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화섬연맹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최근 노조 구성원의 제보를 전했다. 그는 “최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조 탈퇴서가 접수돼 의아하던 찰나였다”며 “그 와중에 한 내부 증언이 나왔다. 민주노총 가입을 0으로 만들라는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왔는데, 탈퇴율 실적에 따라 포상금까지 지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지회장은 “가맹점주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SPC그룹”이라며 “배송기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노조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부터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측이 ‘담당자 바꾸기’ 꼼수로 합의를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화물연대 관계자는 “합의를 앞두고 사측에서는 수 십번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이 예정 합의를 무산시키기 일쑤였다”며 “합의안에는 대표이사 직인이 찍혀있는데 이 무슨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인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에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파업 장기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에 나선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은 “악랄하고 노골적인 노조탄압이 계속된다면 더 큰 연대로 맞설 것”이라며 “화섬연맹 파리바게뜨 지회 투쟁과 화물연대 투쟁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SPC노조 탄압에 맞서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배송 문제로 가맹점주들은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지난 15일에는 ‘화물연대 불법파업으로 인해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광주에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미 경영환경이 최악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간 갈등에서 비롯된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파업에 대해 SPC그룹 측은 200대 이상의 대체 화물차를 투입해 현재 수도권은 공급에 차질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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